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박근혜 하야 한인 촛불집회 연 김민철씨 “대통령 퇴진이 우리 생존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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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씨 제공

김민철씨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은 국경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켜졌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한인들이 살고 있는 세계 각국의 도시 곳곳에서도 서울 광화문이나 부산 서면에서와 마찬가지로 민심이 촛불로 밝혀졌다. 유럽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도 두 차례 촛불집회가 열렸다. 프랑스의 동쪽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곳의 ‘스트라스부르 한인 시대정신 회의’는 11월 11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촛불집회를 열었다. 시내 중심지인 레퓌블릭 광장을 채운 100여명의 한인은 각자 준비한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현실을 알렸다.

교수, 목사, 성악가, 취업준비생, 유학생, 주부 등 여러 직업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집회를 기획했다. 처음 집회를 계획한 건축학 석사 출신의 교민은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아부으면서 한인들을 일일이 만나고 참가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유학생인 김민철씨(31)는 2차 촛불집회의 사회를 맡았다. 2015년 9월에 스트라스부르에 온 김씨는 프랑스어 연수를 하며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백남기 농민이 작년 11월 민중총궐기 때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지신 이후부터, 세상을 떠난 이후 경찰들이 시신 탈취를 시도하는 행위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곧이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퇴진정국이 시작되면서 함께 뜻을 모아 행동에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서는 필리버스터 형식으로 진행된 자유발언이 이어져 다양한 교민과 유학생들이 발언대에 올랐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의경으로 복무하며 ‘명박산성’을 지켰던 학생은 “지금은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고백했고, 경기 안산시 출신 유학생은 세월호 희생자와 관련된 가슴 아픈 사연을 전하며 세월호 희생자의 이름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현지인들에게 사태를 고발하는 프랑스어 자료도 별도로 준비해 많은 프랑스인들의 관심도 받았다. 김씨는 “이곳에선 집회가 열리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항상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한다”며 “현지 뉴스로 이미 이 사실을 접한 이들도 많았고, 내용을 알게 된 현지인들도 대부분 우리의 활동을 응원하며 40여명이 서명까지 참여해줬다”고 밝혔다.

두 차례의 집회를 마친 김씨는 내심 다음 집회는 하지 않아도 되길 바랐다. 박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하야를 하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접한 한인들이 다음 집회는 언제냐고 물어오고 있다. 계속되는 집회가 피로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기우였다. 때문에 규모와 형식에 관계없이 작은 행동이라도 또 한 번 준비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전부터 진행해오던 릴레이 1인시위도 매일 진행 중이다. 김씨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사치일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그럼에도 한국의 국민들이 광장에 나왔다는 건 지금 당장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것이 생존권 문제만큼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물론 스트라스부르와 해외 곳곳에서 고국을 생각하는 교민들의 마음은 하나다. “국민들은 자신의 안위를 버리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모든 정치적 셈법과 이권을 배제하고 국민들의 뜻을 반영하는 대한민국의 내일을 제시해주기 바랍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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