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과 이후 다큐영화 <메멘토모리> 만드는 이마리오 감독 “국가가 개입한 명백한 부정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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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2012년 대선과 이후 다큐영화 <메멘토모리> 만드는 이마리오 감독 “국가가 개입한 명백한 부정선거”

“2013년 12월 31일 뉴스 속보가 떴죠. 대통령 사퇴와 특검 실시를 요구하며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40대 남성이 분신했다고 하는데, 바로 다음날 돌아가셨죠. 개인적으로 충격받았던 것은 사실 그때가 12월 초에 고려대에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나왔던 때였고, 이 분은 자신의 죽음으로 대통령 선거부정을 규탄했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아, 나라도 다큐멘터리를 찍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죠.” 2012년 대선 국정원 개입 다큐영화 <메멘토모리>를 만들고 있는 이마리오 감독(46)의 말이다.

분신한 사람은 이남종씨(40)였다. 경찰은 언론에 개인 빚 때문이다, 신병비관이었다고 밝혔다. 사망한 뒤 그가 쓴 유서가 공개되었다. 유서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보이지 않으나 체감하는 공포와 결핍을 가져가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 하지만 이씨의 바람은 실현되지 않았다. “영화화를 결정한 뒤 이씨가 누구인가를 조사했습니다. 의외로 특별한 것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학 다닐 때 시위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ROTC로 군대를 다녀왔어요. 제대했는데 마침 IMF 사태가 터집니다. 그전까지는 ROTC 출신이면 공사 같은 데 취업이 보장되었는데, IMF 이후에는 그게 불가능했죠. 이씨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는 평범한 시민이었습니다.” 동석한 이상욱 PD가 덧붙여 말한다. “마지막 했던 일이 편의점 점장이었어요. 독실한 교인이기도 했죠. 주말이면 교회에 다녔기 때문에 서울에서 올리는 시국집회 같은 데 참여하는 사람도 아니었어요. 인상적인 것은 장례위원으로 참석한 고교·대학교 동기 아무도 이씨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입니다. 추도사를 들어보면 ‘…기억은 안 나지만 성실한 친구였다고 합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메멘토모리>, 다시 말해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영화에서 ‘죽음’은 이남종씨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통해 2012년 대선 시기와 그 이후에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비상식적인’ 천태만상을 다루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내용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그 사건에 등장한 주요 인물들이 중심입니다. 이씨가 분신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던 바로 그 내용이지요. 요즘 최순실에 대해 나오는 보도처럼 당시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는데, 총체적으로 엮어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현재까지 찍어놓은 분량은 하드디스크로 14테라 분량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게 난제라고 그는 덧붙였다. “다큐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기는 어려울 것 같긴 해요.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했어요. 명백한 부정선거인데, 왜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DJ와 노무현을 거쳐 민주정부 10년을 거쳤는데, 왜 국가 조직의 민주적 개편은 실패했는가라는 것이 영화를 만들면서 떠오르는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영화는 2017년 4월 개봉을 시한으로 잡고 제작 중이다. 그 시점이 넘어서면 선거법 위반 등 시끄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관건은 제작비 조달이다. 고민 끝에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도 만들었다. 기왕이면 많이 알려지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 된다고 이상욱 PD는 덧붙였다. 이 감독에게 펀딩에 참여할 사람들에게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부탁했다. “작업하는 저야 의미가 있지요. 기꺼이 후원해주시는 분들께는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빚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통해 갚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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