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태 서울대 동아시아도시연구단 선임연구원 “녹색성장의 ‘실상’ 알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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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 선임기자

/ 이상훈 선임기자

황진태 박사(현 서울대 동아시아도시연구단 선임연구원)와 인연이 닿은 것은 몇 년 전이다. 북유럽 국가들 언론에서 이른바 ‘GGGI(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스캔들’이 뜨거울 때, 한국은 의외로 조용했다. GGGI 비리의혹이 한국 청와대, 구체적으로 이명박 정권으로 향해 갈 때, 당시 독일 본대학에서 유학 중인 황 박사의 도움을 받아 기사를 쓸 수 있었다.

SNS를 통해 그가 쓴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등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글로벌 기후정치학에서 한국 국가의 멀티-스칼라 책략(Multi-Scalar Practices): GGGI의 경우’라는 제목이다. ‘안티포드’라는 학술지에 지난 9월 하순 등록됐다. ‘안티포드’는 SSCI급 학술지로, 지리학계의 저명한 학술지다. 논문에는 GGGI를 파헤친 <주간경향>의 기사도 참고문헌으로 인용되어 있다.

논문에서 사용되는 핵심 개념은 스케일 점핑(scale jumping) 전략이라는 개념이다. 어렵다. “스케일이라는 것은 특히 지리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지도를 생각하면 돼요. 축적이라고 하잖아요? 지역이나 도시, 국가 차원의 스케일에 따라 다른 시각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일 수 있습니다.” 논문의 주저자인 황 선임연구원의 말이다. 황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4대강 살리기 사업이나 원자력발전소 건설정책 등에 대해 대내적으로 발생한 ‘위기’를 밖에서 해소하기 위해 포장해 내놓은 녹색성장(Green Growth) 정책이 대표적으로 스케일을 ‘점핑’하는 전략이다. “국내에서는 비판 내지는 회의적인 평가를 받는데, 거꾸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정책이다’라고 포장하면서 논쟁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논쟁의 정치지형을 바꿔버리는 전략을 말하는 것이죠.”

황 연구원에 따르면 이런 스케일 점핑 전략은 보통은 국가가 하는 경우는 드물고, 이를테면 노조와 같은 약자의 전략인 경우가 많다. 노조가 초국적기업에 맞서면서 글로벌 연대를 통해 거꾸로 압박하면서 지역사회의 정치지형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최근 옥시의 본사가 있는 영국 레킷벤키저사 항의방문과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4대강이나 ‘녹색성장’의 경우 국가가 그런 전략을 사용한 흔치 않은 사례라는 점이 황 연구원의 관심사다. “보통 저런 전략을 국가가 사용하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실 이번에 발표된 논문은 논쟁적이다. 울리히 벡과 같은 학자들은 ‘기후변화 위기’ 앞에서는 계급이든 국가의 문제든 종전 사회과학이 중요하게 생각해 왔던 주제의 중요성은 사상(捨象)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해법이나 미치는 담론지형, 책임성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후진국이 각각 다르다는 점이 이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 논의에서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어떻게 포장했든 ‘저탄소 녹색성장’은 GGGI로 대표되는 개발도상국이 가야 하는 길로 이야기되고 있다. “사실은 국내에서는 ‘4대강사업’이나 ‘원자력발전’ 등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있는 내용의 실체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거꾸로 한국 정부가 녹색성장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실천한다고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영어로 논문을 쓰고 국제학술지에 낸 것이 그 실상을 알리는 데 기여한다면 바랄 바 없겠죠.”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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