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죽음을 파는 여성과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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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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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여주는 여자 (The Bacchus Lady)

제작연도 2016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111분

장르 드라마

감독 이재용

출연 윤여정, 윤계상, 전무송, 안아주, 최현준

개봉 2016년 10월 6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65세의 소영은 길거리에서 몸을 판다. 하지만 여린 마음을 가진 그녀는 길을 헤매는 어린애를 데려다 키우고 삶이 힘겨운 옛 단골들의 마지막 소원까지 들어주게 된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이런 작품을 만난다. 볼 때는 무덤덤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잔상이 남는 영화. 불규칙적으로 떠오르는 장면들은 이내 따스한 여운으로 남아 깊이 스며든다. 한마디로 말하면 옥석을 떠나 그냥 ‘같은 편이 되고 싶은 영화’다.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박카스 할머니’란 설정만으로도 꽤나 드센 소재인 탓에 은근 자극적인 이야기를 기대해볼 수도 있겠지만, <죽여주는 여자>는 그리 말초적 재미를 만족시키는 영화는 아니다. 심지어 매우 도식적인 작품이다. 사실 설정과 등장인물들의 구성만 보더라도 펼쳐낼 이야기와 주제가 어떤 것일지 어느 정도 짐작이 되는데,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1998년 내놓은 데뷔작 <정사> 이후 <순애보>, <스캔들> 등 고급스런 멜로드라마로 명성을 쌓던 이재용 감독은 2006년 전작들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이질적 황당 학원코미디 <다세포소녀>를 통해 작품세계의 급선회를 보인다.

이후 <여배우들>,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같은 독립영화 스타일의 실험적 작품을 연이어 내놓는데, 모처럼 말끔한 형태로 복귀한 2014년작 <두근두근 내 인생>은 작가 김애란의 소설을 바탕으로 선천성 조로증을 지닌 아이와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에 대한 애정과 성찰에 집중한다. 소신 있게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꾸준히 이어가는 연출가 이재용의 행보는 시작의 성과와 명성을 잃지 않기 위해 집착하는 다른 감독들과 비교해 확연히 다른 양태다.

그는 <죽여주는 여자>의 시작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노인들의 성매매와 관련된 언론의 보도를 본 후 도회적인 이미지의 윤여정이라는 배우가 소위 ‘박카스 할머니’를 연기하는 시나리오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발전시키면서 영화의 기록적 가치에도 무게를 두게 됐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의 노인문제는 물론 코피노, 트랜스젠더, 장애인이자 저소득층 청년 등 다양한 소외계층을 등장시켰고, 이와 함께 개발과 발전이란 미명 하에 빠르게 무너져가는 서울 구석구석의 익숙한 풍광도 영화 속에 담아내고픈 욕심이 생겼다. 성과 죽음을 파는 여성과 이웃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다소 밋밋하고 텁텁할지언정 따뜻하고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감독의 고백처럼 이 작품에 있어 배우 윤여정의 존재는 애초부터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영화와 TV를 오가며 나날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녀는 올해로 연기생활 50주년을 맞이했다.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한 그녀의 영화 첫 작품은 잘 알려진 대로 김기영 감독이 1971년 연출한 <화녀>다. 이후 출연한 MBC드라마 <장희빈>, <충녀>, <어미> 등의 작품은 그녀만의 강인한 개성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동안 별의별 역할을 해봤지만 이번 작품은 유독 힘들어 몇 번을 후회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여전히 능숙하며 어떤 작품에서보다 진솔하고 빛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자체도, 주연을 맡은 여배우도 대한민국 역사의 일면을 보듬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작품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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