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장르 특성 100%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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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산행

영제 Train to Busan

감독 연상호

각본 박주석

출연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안소희, 김의성, 김수안

개봉 2016년 7월 20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아마 이 장르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의 엔딩장면에서 장르의 기원이 된 조지 로메로의 <살아난 시체들의 밤>(1968) 마지막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분투 끝에 살아남았건만, ‘약자들’은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인간과 이미 인간이 아닌 존재-좀비-를 구분할 수 있는 지표. 연상호 감독의 실사 영화 <부산행>은 ‘노래’를 꼽았다. 아버지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습하던 사부곡, 알로하 오에. 낯선 곳에서 방문한 손님을 환대하는 하와이 민요다.

조지 로메로가 그랬듯이 공포영화의 하위 장르로 ‘좀비’ 장르는 원래 독립영화 친화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한 분장과 연기만으로 인간이 아닌 그 무엇의 존재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는 진양이라는 한 가상의 시골마을에서 일어났다. 이곳에 자리잡은 한 바이오벤처 기업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 누출사고가 터졌다. 영화의 시작 장면에서 트럭에 친 고라니가 눈빛을 달리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 인수공통 전염병이다. 사실,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역설적으로 그 치명적인 특성 때문에 쉽게 전파되지 않는다. 다른 숙주에 옮기기 전에 숙주가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비행기 화물운송·여행이 보편화되기 전까지는 풍토병은 전 세계로 퍼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신종 바이러스는 전염속도도 매우 빠를 뿐 아니라 숙주를 좀비, ‘살아있는 시체?로 만든다.

영화의 주무대는 부산행 KTX다. 펀드매니저 석우(공유 분)는 이혼남이다. 전 부인은 부산에 살고 있는데, 생일을 맞이한 딸 수안(김수안 분)은 혼자 기차를 타고 부산의 엄마를 만나러 가겠다고 고집한다. 원래의 계획이라면 아침 일찍 출발해 모녀 상봉 후 점심 때쯤 회사에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틈에 그 ‘사건’이 터졌다. 기차에 감염된 여성 한 명이 올라타는데, 대부분의 승객이 삽시간에 좀비가 되어버린다. 석우 부녀, 만삭의 임산부와 남편, 고등학교 야구대회에 출전하는 선수팀과 응원단장을 맡은 소녀, 그리고 짧게 추억의 여행을 떠나는 할머니들 등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틈에도 이기적 생존본능을 드러내며 주인공들을 몰아붙이는 남자. 그리고 좀비로 변해버린 다수의 승객들.

출발이 저예산 독립이어서인지 이 장르는 유난히도 사회풍자 내지는 비판과 친화적인 전통을 이어왔다. 사건 초기, 열차 안에 중계된 TV 속보는 이 유례없는 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한다. 폭동의 시작점이 ‘안산’인 것은 시사적이다. 어쩔 수 없이 세월호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거리 곳곳에서 진압에 나선 경찰들은 ‘좀비 떼’의 습격을 받는다. 뭐 생각나는 것 없는가. 좌좀 내지는 촛불좀비라는 말. 2008년 이후 ‘개·돼지’로 취급받는 것을 거부한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나선 걸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대중이란 선동당해 우루루 몰려다니는 존재라는 냉소다. 감독도 그걸 노렸던 것일까. 아니다. 반대다. 감염되었을지도 모르는 승객들은 원래 대전역에 내려 임시보호소에 격리될 예정이었다. 대전역을 봉쇄하고 있던 군인들은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좀비가 되어버렸다.

엔딩장면의 메시지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의 결론과 비교분석할 만한데, 아직 영화도 개봉 안해 너무 많은 스포일러를 밝히기는 그렇다. 그건 이후의 작업으로 미루자. 장르의 특성을 장악하고, 그 묘미를 거의 100%에 가깝게 활용한 것은 역시 이 영화의 연출을 책임진 감독의 몫이다. 수작이다. 차기작이 기대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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