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전쟁의 윤리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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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드론 전쟁의 윤리적 딜레마

제목 아이 인 더 스카이 (Eye in the Sky)

제작연도 2015년

제작국 영국

러닝타임 102분

장르 드라마, 스릴러, 전쟁

감독 개빈 후드

출연 헬렌 미렌, 아론 폴, 앨런 릭먼

개봉 2016년 7월 14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2010년쯤 국내에서도 번역서와 EBS의 방송강의로 화제가 되었던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전차의 딜레마’란 가정으로 시작한다. 하나의 인명과 다수의 인명 중 한쪽만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란 어떤 것이며, 그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게 하는 질문이다.

대답은 선택자의 위치,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그에 합당한 당위적 설득이 뒤따를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양성과 이유에 충분한 설득력이 내포될지언정 어떤 것도 명쾌한 해답은 되지 못하고 애초 정답 자체란 없다는 것이다.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는 전차 딜레마의 전쟁영화 확장버전이다.

영국 합동사령부의 작전지휘관 파월 대령(헬렌 미렌 분)은 6개월째 케냐에 은신 중인 테러조직을 추적 중이다.

무인항공기와 최첨단 소형 드론을 이용한 추적과 감시로 드디어 용의자를 포착하고 미국과 케냐의 공조로 드론 폭격을 감행하기로 한다. 마침 그들이 자살테러를 준비해 떠나기 직전임도 밝혀지면서 상황은 더욱 긴박해지지만, 주변 민간인들의 피해가 대두되자 장기간 준비했던 작전은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이게 된다.

2005년작 <갱스터 초치>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남아프리카 출신 개빈 후드 감독은 이 영화가 현대 드론 전쟁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와 윤리적인 딜레마를 보여주지만 그 핵심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라고 말한다. 관객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논쟁에 참여하는 영화가 되길 바라며 연출했다.

이 작품은 <다이 하드>, <의적 로빈 후드>에서의 인상적인 악역과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네이프 교수 등을 연기하며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던 배우 앨런 릭먼의 유작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올 1월 전해진 갑작스런 사망소식은 췌장암으로 투병 중이란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터라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어떠한 역할을 맡더라도 특유의 시크한 분위기를 뿜어내던 그의 모습이 마지막이라니 한 장면 한 장면이 아쉽다.

지난 2월 앞서 개봉했던 <드론 전쟁: 굿 킬 (Good Kill)> 역시 드론을 이용한 최첨단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였다.

<트루먼 쇼>의 각본과 <가타카>의 연출로 명성을 얻은 앤드루 니콜 감독의 신작인 이 작품은 하나의 작전을 둘러싼 <아이 인 더 스카이>와 비교해 시공이 확장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도 드론 조종사 토머스 이건(에던 호크 분)이란 한 인물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 좀 더 밀도 있는 드라마를 전개한다.

드론 전쟁이란 소재에 흥미를 느끼는 관객이라면 두 편을 함께 비교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영화가 끝나자 영화가 담고 있는 거시적 주제와는 별개의 사적인 조바심과 선인들의 교훈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미 우리의 일상 도처에서 가동되고 있는 CCTV와 차량 블랙박스의 카메라를 의식한다면 일거수일투족이 꽤나 신경 쓰이게 되어버렸지만 이젠 하늘 위 어딘가에서 내려다보는 시선까지 있다니 끔찍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보는 눈이 없어도 바르게 행동하라. 하늘이 보고 있다’는 말은 더 이상 윤리적·종교적 덕목주의를 위한 은유가 아니다. 이제 엄연한 실제이고 현실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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