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배틀 만화 같은 ‘주방 전쟁’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터치스크린]요리배틀 만화 같은 ‘주방 전쟁’

제목 더 셰프

원제 Burnt

감독 존 웰스

출연 아담 존스_브래들리 쿠퍼, 스위니_시에나 밀러, 출연 미쉘_오마 샤이, 토니_다니엘 브륄

상영시간 101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5년 11월 5일

미국의 한 레스토랑에서 굴을 까는 남자. 남자는 굴을 깔 때마다 자신이 깐 굴의 숫자를 수첩에 연필로 적는다. 100만개를 달성한 남자, 홀연히 떠난다. 나름의 면벽수도였다.

남자의 이름은 아담 존스(브래들리 쿠퍼 분). 업계에서는 유명한 프랑스 요리사 주방장이었다. 요즘 유행어로 하면 셰프다. 술과 마약, 여자에 취해 방탕한 생활을 하던 그는 과거를 청산하고자 떠난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요식업계로 돌아온 그. ‘최고의 팀’을 마련해 미슐랭 가이드 별점 3개의 레스토랑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별점 3개가 뭐 대단한 일이겠느냐 싶겠지만, 일반적으로 미슐랭 가이드 상에서 별점 하나는 해당 분야 요리의 ‘킹왕짱’이라면, 2개는 멀리서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대단하게 맛있는 식당이고, 별 3개면 오직 그것만을 먹기 위해 여행해도 본전은 뽑는다는 뜻이 된다. 최고의 팀을 어떻게 구성할 거냐에 대해 아담 존스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7인의 사무라이>(1954)를 언급한다. 물론 7명의 ‘드림팀’을 구하는 과정이 다 묘사되지는 않는다. 핵심은 아담 존스와 러브라인을 타는 스위니(시에나 밀러 분)의 리크루팅이다. 과거 아담 존스의 주방에서 일한 적이 있는 맥스(리카르도 스카마르시오 분)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는데, 그의 출소 날에 맞춰 오토바이를 타고 아담 존스가 ‘무심한 듯 시크하게’ 나타난다. 어디서 익숙한 이야기 흐름이 아닌가. 일단 떠오르는 건 마카로니 웨스턴 장르 영화다. 복수를 위해 무법자를 모집해 나서는 주인공. 같은 전개다. 사실 미국과 이탈리아 영화에서 발달한 서부영화 장르에 대한 <7인의 사무라이>의 영향은 제법 알려져 있다.

<더 셰프>는 음식영화다. 영화적 영향 이전에 떠오르는 것은 <미스터 초밥왕>과 같은 요리배틀 만화다. 주인공의 험난한 도전 앞엔 지난번보다 가공할 만한 능력을 가진 경쟁자-악인-가 나타난다. 정직함과 음식 본연의 맛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가진 주인공은 항상 극적으로 승리하는데, 일반적인 웨스턴 영화들에서 악인은 응징되고 끝나는 데 비해 일본 요리배틀 만화들의 특징 중 하나는 악인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주인공에게 ‘감화’된 채 에피소드가 마무리된다. 아담 존스의 최고를 위한 집착에 못지않게 역시 같은 스승의 제자인 리스(매튜 라이즈 분)도 언론의 미식칼럼에서 아담 존스의 식당이 호평을 받는 날, 자신의 레스토랑을 때려부순다. 그러다 영화의 위기 부분에서 엉망진창이 된 아담 존스를 위해 스크램블드 에그를 만들어 건네는 식으로 화해를 한다. 전형적인 공식을 지켜 만든 영화다. 1980년대 TV에서 방영되던 ‘웃으면 복이 와요’와 같은 코미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는데, 사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이 아니었다면 오히려 그게 영화를 망치는 요소가 될 것이었으니 말이다.

영화의 보도자료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비범한 요리(Exceptional cuisine)’, 다시 말해 별 셋을 받은 레스토랑은 22개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별 셋을 받은 식당이 32개가 있다. 미슐랭 가이드 측의 자국(프랑스) 음식 선호야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일식 취향’은 전 세계 미식가들로부터 살짝 불평의 대상이다. 2015년 현재 별 3개 레스토랑은 전 세계적으로 122개다. 우리나라? 별 셋, 별 둘짜리 분점은 있지만 아직 직접적으로 별점을 받은 식당은 하나도 없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터치스크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