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런 양당체제’ 극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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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의 눈]‘혐오스런 양당체제’ 극복하라!

“언젠가는 적화통일이 될 것이고, 북한 체제로 통일이 될 것이고 그들의 세상이 됐을 때 바로 남한 내에서 우리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미리 교육을 시키겠다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말이다. 귀를 의심케 한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친박 실성파’라고 규정했다. 집권여당의 유력 국회의원은 고사하고 국민으로서 기본적인 자질이 의심스럽다. 나가도 너무 나갔고, 국제사회 앞에서 말을 꺼내기조차 수치스럽다. 새누리당에서는 국정화 반대 주장이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국정교과서를 발행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독재국가인 북한이 느닷없이 국정화 반대를 선동한 것도 기이한 코미디이지만, 그것에 부화뇌동하는 이른바 보수정당의 낡은 색깔론은 우리 정치가 살고 있는 시대적 배경을 의심케 한다. 국제사회의 흐름과 국민의 삶에 역행하는 이념 광풍이다.

이것이 정치혐오를 위한 것이라면 일단 성공한 것 같기도 하다. 여당은 숨막히게 변화하는 시대의 물결을 거슬러 과거로의 역주행을 감행하고 있고, 야당은 무기력하게 이를 비판(만)하고 있다. 국민과는 물과 기름처럼 유리돼 있는 정치적 반동의 구조를 깰 대안은 없는 것일까. 170대 130으로 고착된 이 낡고 경직된 양당체제 아래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승자 독식의 지역패권주의 우산 아래서 변화를 거부하는 여야 양당체제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한국은 이 수치스러운 싸움을 되풀이하다가 열강들의 각축장에 다시 본거지를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 제2 조선망국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다.

‘혐오스런 양당 정치체제’를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소선구제를 바꾸지 않고 정치를 바꿀 방법은 거의 없어 보인다. ‘소선거구제는 양당체제를 낳는다’는 뒤베르제의 법칙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거대 양당의 독식구조 아래 정치적 퇴행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고착화된 구조는 지역대결, 이념대결, 세대대결을 강화시킨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소선거구제로 발생하는 엄격한 지방대립·동서대립 구조에서 2000만 유권자의 1000만(표가) 사표(死票)다. 이것은 어찌 보면 정치인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에서 주장하는 비례대표제는 상대 당의 손해를 강제하는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안철수, 박영선 의원 등이 주장하고 있는 중선거구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를 넘어 인구 100만명당 4~5명의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가령 성남시, 고양시, 용인시 같은 데가 하나의 지역구가 되는 것이다. 정당은 복수후보 공천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소수당이 원내에 진출할 길이 열린다. 또 대구에서 새정치연합이 당선되고, 광주에서 새누리당이 당선될 길도 열리게 된다. 지역대결 구도가 단번에 깨지지는 않겠지만 그것을 완화하며 민의를 폭넓게 반영하는 다당제로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중선거구제를 바탕으로 비례대표제를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상상력을 현실화키는 것이 변화의 거대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물론 중선거구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후보 난립과 과당경쟁, 선거비용 증가 등이 대표적이다. 절대적으로 옳은 제도는 없다. 국정교과서 같은 적대적 대결로 국력을 송두리째 낭비하는 정치권의 천문학적인 비효율을 생각할 때 다당제를 위한 선거비용 증대는 민주주의 확대를 위해 꼭 필요한 비용일 수도 있다.

시간은? 진심으로 정치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충분하다!

<유승찬 소셜미디어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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