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도전에 대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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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최고의 도전에 대한 열정

제목 맨 온 와이어 (Man On Wire)

제작연도 2008년

제작국 미국, 영국

러닝타임 94분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제임스 마쉬

출연 필리페 페티, 장 프랑소와 헤켈, 애니 알릭스

개봉 2015년 10월 29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가 필름에서 디지털의 시대로 넘어서는 지점을 거론할 때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라는 이름은 특별히 언급되어야 한다.

1980년대 중반 <로맨싱 스톤>과 <백 투 더 퓨쳐> 같은 성공작으로 일찌감치 할리우드 흥행감독 대열에 합류한 그는 산업의 발전과 함께 새롭게 등장하는 첨단 영상기술들을 누구보다 앞서 끊임없이 활용한 인물이기도 하다. <포레스트 검프>, <콘택트>처럼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CG 기술을 선보인 대작들을 거쳐, 2000년대 들어 100% 디지털 배우들을 등장시켜 완성한 <폴라 익스프레스>나 <베오울프> 등의 실험적 작품들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에 묻혀 기억하는 사람도 적지만 그의 선구자적 기질을 분명히 확인시킨다.

모처럼 만의 그의 신작 <하늘을 걷는 남자>는 평범한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탄탄한 만듦새와 더불어 잠시 유행이 주춤해진 3D 영화의 입체감을 극대화한 촬영기교도 극찬을 받고 있다.

1976년 8월 세계무역센터, 일명 쌍둥이 빌딩 사이를 줄타기한 필리페 페티의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이 작품은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감독 스스로도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떻든 오늘 이야기할 작품은 저메키스의 신작 <하늘을 걷는 남자>가 아니다. 같은 소재로 그보다 한참 앞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맨 온 와이어>다.

<맨 온 와이어>는 사건의 실제인물인 필리페 페티의 저서 <나는 구름 위를 걷는다>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어려서부터 줄타기, 마술, 펜싱 등 다재다능한 개인기를 가지고 있던 17살 프랑스 소년 페티는 우연히 당시로서는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설계된 미국 뉴욕의 쌍둥이 빌딩의 건설 기사를 보고 넋이 나간다. 그리고 이곳에서 줄타기를 하겠다는 무모한 꿈을 키워간다. 열정, 고집, 직관, 믿음, 즉흥성, 영감 등을 인생을 이끌었던 키워드라고 말하는 그의 인생 최고의 도전은 명백한 불법행위로서 사회적·철학적 질문들을 동반한다.

개인의 일방적인 회상으로 완성된 책과 달리 영화는 당시 조력자였던 연인과 친구들의 생생한 회고와 인터뷰를 더해 객관성을 넓히고 있다. 임의적 연출과 촬영으로 삽입된 흑백의 재연 장면들은 소극적이지만 효과적으로 사용돼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지탱한다.

당시 거사를 준비하며 촬영한 실제 기록영상들은 이들의 계획이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를 입증하는 증거들로, 당시 상황을 생생히 목도하고 공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초반에 등장하는 한창 공사 중인 쌍둥이 빌딩의 건설 모습도 9·11 테러로 화염에 불타 무너져 내리는 충격적 붕괴장면만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에게 색다른 전율과 감흥을 일으킨다.

<맨 온 와이어>는 2008년 제작된 작품이다. 이듬해 아카데미 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과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 심사위원상, 유럽영화상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등 세계 유수영화제 27개의 수상을 기록하며 뛰어난 작품성을 확인 받았다.

국내에도 2010년 2월 정식 개봉을 했었는데, 급작스레 오는 10월 29일 씨네코드 선재에서 단관 재개봉이 결정됐다. 당연히 서두에 언급한 <하늘을 걷는 남자>를 의식한 기획이다. 그러나 얄팍한 묻어가기 상술이라 폄하하기엔 작품의 가치와 울림이 만만치 않다. 되레 덕분에 흔치 않은 수작을 다시 극장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일 수도 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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