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이야기꾼, 나이트 샤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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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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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비지트

원제 The Visit

제작연도 2015년

주연 디애너 듀나건, 피터 맥로비, 에드 옥슨볼드, 주연 올리비아 데종

개봉 2015년 10월 15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예고편만 봤을 때 <헨젤과 그레텔>이 생각났다. 오븐 속에 누나를 가둬버리는 할머니. 우화를 활용하는 것은 감독 나이트 샤말란의 특기다. ‘나이트 샤말란의 재기’ 식의 외지에 올라온 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내 눈엔 죽은 사람들이 보여요”의 <식스센스>로 기억하고 있을 수 있지만, 장르를 넘나들며 그의 독특한 색깔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돌아온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다. 어쩌다 보니 이 코너에서 이 장르를 많이 리뷰하게 되었는데, ‘파운드 푸티지물’을 샤말란이 만든다면?

영화의 주인공은 10대 청소년 베카와 타일러다. 이혼녀인 엄마(캐트린 한 분)는 새 남자친구와 여행을 떠났다. 외동딸이었던 엄마는 젊은 시절, 전 남편과 사귀는 문제로 부모와 싸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휴대폰 전화도 터지지 않은 외딴 시골 동네지만, 고향에 남은 할아버지·할머니 부부는 카운슬러로 인터넷에서 꽤 유명하다. 할아버지·할머니 집에서의 일주일. 영화에 관심이 있는 베카는 자신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려 한다. 동생에겐 동영상 촬영이 되는 DSLR 카메라를 맡겨 공식적으로 동원된 카메라는 두 대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베카의 카메라와 타일러의 카메라에 기록된 영상이라고 주장한다. 예고편만 보면 뭔가 초현실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을 기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런 장면은 없었다. 밤 9시30분만 넘으면 보이는 할머니의 기괴한 행동,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할아버지의 괴팍한 완고함.

<헨젤과 그레텔>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은 맞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감독 인터뷰를 보니 언급하고 있긴 하다. 외딴 숲 속의 ‘과자로 지은 집’ 대신 할머니는 오븐에 여러 과자를 구워 아이들에게 먹인다. 궁금했던 것은 그래도 혈육인데, 아이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가족 간의 애증을 푸는 대부분의 공포영화가 이 지점에서 판타지로 내달린다. 아직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을 위해 결말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영화는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 후 정상으로 회귀한다. 이야기꾼 나이트 샤말란의 작업이 빛나는 곳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를테면 ‘뒤뜰의 우물을 내려다보는 할머니’ 장면 바로 다음에는 그 우물에 혹시 뭐가 있을까 버킷으로 물을 퍼보는 아이들 시퀀스로 이어지는데, 나중에 할머니는 다시 “눈에 보이지 않는 외계인들이 연못에 사람들을 유기하고 있다”는 가슴 속에 감춰 왔던 ‘비합리적 믿음’을 인터뷰에서 털어놓는다. 이 노부부가 성공적인 카운슬러 경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 때문이었을까. 다시 말해 영화 ‘싸이코’(알프레드 히치콕·1960) 이후 연쇄살인마들이 엉성하지만 바로 그러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은폐할 수 있었던 그런 악행 덕분이었을까.

인상적인 것은 베카와 타일러가 진실을 추적하고 기록하며 소통을 하는 데 동원한 수단이 카메라라는 것이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베카는 아버지가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것에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다큐 제작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수단이다. ‘랩으로 말하는 시인’인 동생 타일러는 강박행동으로 트라우마를 표출하고 있다. 영화의 절정 부분에서 타일러의 얼굴에 똥기저귀가 씌워지는데,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성장영화로 읽힐 수도 있지만 분노해 오버하는 행동에서 또 다른 ‘광기’의 흔적이 엿보인다. 여러모로 이야기꾼으로서 샤말란의 재능이 빛나는 영화다. 역시 기회가 되면 프레임 바이 프레임으로 분석해보고 싶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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