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람들의 머나먼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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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메인타이틀픽처스

(주)메인타이틀픽처스

제목 더 홈즈맨(The Homesman)

제작연도 2014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123분

장르 드라마, 서부

감독 토미 리 존스

출연 토미 리 존스, 힐러리 스웽크, 그레이스 검머, 출연 미란다 오토

개봉 2015년 10월 8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종종 궁금하다. 스스로가 메가폰을 잡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 멋대로 헐렁하게 찍어도 무방한 소위 셀프카메라가 아닌 상업적 목적으로 대규모 자본을 들여가며 수많은 현장 동료들과 함께해야 하는 제작 현장에서라면 말이다. 타고난 재능을 떠나 엔간한 배짱과 넉살로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영화라는 매체에 연정을 품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렇듯 배우 역시 한 편쯤 온전한 자신만의 작품을 욕심내는 것이 당연하다. 몇몇은 연출로 욕망을 실현했고 우리에게 <도망자>, <맨 인 블랙> 같은 오락영화로 친숙한 노장 토미 리 존스도 이 중 한 명이다. 직접 제작과 각본까지 겸한 <더 홈즈맨>은 벌써 그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1848년 미국 개척시대 네브래스카주의 한 마을. 척박한 환경의 후유증으로 정신병을 앓는 부녀자들이 생긴다. 마을사람들은 그들을 머나먼 아이오와주의 한 교회로 이송하기로 결정하지만 정작 이 일을 감당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 강인하지만 고된 농사일과 외로움에 지친 노처녀 ‘메리 비(힐러리 스웽크 분)’는 충동적으로 이를 자청하고 이내 자신이 얼마나 위험하고 두려운 현실에 놓이게 되었는지 깨닫지만 때는 늦었다. 길을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던 중 메리는 우연히 위기에 처한 무법자 ‘조지 브릭스(토미 리 존스 분)’를 발견하고 자신과 동행해줄 것을 조건으로 목숨을 구해준다. 둘은 세 명의 미친 여자를 마차에 태워 동부로 향하지만 머나먼 여정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보다 더 힘겨운 것은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 간의 이해와 유대다.

영화 <더 홈즈맨>은 외양상 서부영화지만 기존의 작품들과 궤를 달리하는 꽤나 감성적인 작품이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서부를 배경으로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생존의 기로에서 발버둥칠 수밖에 없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처절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이들 사이에 흐르는 기류는 따스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하다. 영화 내내 펼쳐지는 모래바람 부는 황무지와 사납고 거친 자연도 이를 잡아내는 카메라의 시선 안에서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 모든 요소들은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와 정서를 충분히 보필한다.

사실 <더 홈즈맨>의 장점으로 작품 전체를 관통해 재현되는 인간애와 삶에 대한 서정적 성찰은 바탕이 된 글렌든 스워사우트의 원작소설에서 수혈된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는 역으로 영화매체로서의 성취와 기교는 그만큼 소극적이었다는 의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온전히 움켜쥐어 지키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작은 역할에서도 신뢰할 만한 배우들의 얼굴을 발견하는 재미도 크다. 메릴 스트립, 존 리스고, 제임스 스페이더, 그레이스 검머, 헤일리 스테인펠드 등 신구를 막론한 화려한 배우들의 포진이 가능했던 데는 아무래도 감독의 본업이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전개를 지나 도달하는 영화의 결말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쉽게 객석에서 일어서지 못하게 만드는 마지막 장면의 담백한 여운은 이제 인생의 민낯을 경험으로 어느 정도 대면한 중년들에게는 더 큰 공감을 이끌어낼 만하다. 이것이 과거 혈기 왕성한 배우가 아닌 이제 초로의 나이에 메가폰을 잡은 감독 토미 리 존스가 이 이야기에 매료된 이유일지도 모른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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