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소녀 마음엔 어떤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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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목 인사이드 아웃

원제 Inside Out

감독 피트 닥터

성우 에이미 포엘러_조이, 필리스 스미스_새드니스, 다이안 레인_엄마, 카일 맥라클란_아빠

개봉 2015년 7월 9일

등급 전체 관람가

상영시간 94분

어렸을 때 본 TV 방영 애니메이션 <모래요정 바람돌이>에서 인상 깊게 본 장면. 재롱이의 소원은 자신의 ‘어린 시절 행복했던 순간’을 보는 것이다. 바람돌이는 “볼 수는 있지만 보고 난 다음엔 기억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래도 상관없다는 재롱이. 카피카피룸룸 이뤄져라! 재롱이가 본 행복한 순간은? 아주 어린 시절, 어머니가 허밍으로 노래를 부르며 그녀의 머리를 빗어주는 장면이다. 재롱이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하지만 해가 지자 현실로 돌아온 재롱이는 왜 자신이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개인적인 평가지만,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실망시킨 적이 없다. 언제나 놀라운 이야기, 전혀 다른 소재로 돌아온다. <인사이드 아웃>은 픽사의 열다섯 번째 작품이다. 이제 막 10대에 접어든 소녀 라일리가 겪는 내면의 변화를 다룬 영화다. 그냥 성장영화가 아니다.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일컬어지는 사춘기에 접어드는 소녀의 내면세계의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를 기쁨과 슬픔, 분노, 짜증, 두려움이라는 다섯 캐릭터로 의인화해 그리고 있다. 이들 다섯 감정은 ‘본부’에 머무르며 라일리의 내면의 감정변화(인사이드)에 따른 행동(아웃)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라일리뿐만 아니라 라일리의 엄마, 아빠도 내면에서 이뤄지는 변화는 비슷하다. 위 다섯 감정의 캐릭터들 진두지휘 아래 구체적 행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잠깐, 인간의 감정이 다섯 가지뿐이라고? 뇌과학의 최신 지식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이제는 거의 해명된 맛의 원리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낙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다종다양의 미묘한 맛들은 기본적으로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우마미)와 향(flavor)들이 조합돼 만들어진다. 이를테면 우리가 기억하는 사과 맛은 사과 향이다. 향을 배제하고 눈을 감고 먹는다면 우리는 사과와 양파를 구분할 수 없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이들이 하는 일은 그때그때 주인공 소녀 라일리의 판단을 컨트롤하는 것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일은 라일리의 퍼스널러티, 즉 ‘라일리다운’ 성격을 만드는 일이다. 매일 매일 라일리가 겪는 일들은 볼링공 크기의 유리구슬로 만들어져 기억저장소에 보내진다. 라일리의 감정들은 어쩌면 무채색일 수 있는 사실들(facts)에 라일리의 성격을 이루는 색깔을 부여한다. <모래요정 바람돌이>를 떠올린 이유는 그 ‘기억들’을 캡슐 내지는 유리구슬로 묘사하는 방식이 같기 때문이다. 우디 알렌의 <당신이 섹스에 대해 알고 싶었던 모든 것>의 7장 ‘사정은 어떻게 하는가’에 등장하는 의인화된 정자들 역시 떠오르지만, 성인용 블랙코미디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인사이드 아웃>을 꿰뚫고 있는 정조는 기억 저편 너머로 사라져간 아련한 추억들이다. <모래요정…>의 에피소드와 비슷한 느낌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기쁨, 조이(Joy)다. 이사와 함께 친구와 가족, 잘하는 취미까지 잃어버린 라일리의 위기는 ‘본부’에서 조이와 새드(슬픔·Sadness)가 우연한 사고로 밀려나간 것으로 표현된다. 이들이 본부로 돌아가는 여정에는 어렸을 때 상상 속 친구였던 ‘빙봉’이 함께 한다.

영화는 <몬스터주식회사>, <업>의 감독 피트 닥터가 밝고 명랑했던 딸이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며 ‘우리 딸의 마음 속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라고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가족영화다. 특히 10대의 딸을 둔 부모라면 아이의 손을 잡고 극장에 가도 좋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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