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버니 샌더스-경제적 불평등 시정 나선 사회민주주의 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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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서 클린턴을 이길 가능성은 전무하다. 하지만 그는 진보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의 출마가 클린턴의 보수성을 조금이라도 왼쪽으로 방향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2016년 미국 대선에 민주당 경선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무소속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4·버몬트주)은 ‘괴짜’ 정치인으로 불린다. 우선 미국처럼 양당 정치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나라에서 1991년부터 무소속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점이 그렇다. 덕분에 그에게는 ‘미 의회 역사상 최장 무소속 의원’이라는 훈장이 따라다닌다. 스스로 사회민주주의자라고 부르는 점은 더 특이하다. 실제로 그는 1912년 대선에서 사회당 대통령 후보로 6% 가까운 득표를 한 ‘미국 사회주의자의 아버지’ 유진 뎁스 이후 유일하게 사회주의자라고 부를 수 있는 후보다. 결코 ‘무늬만 사회주의자’가 아니다. 40년간 정치활동의 화두는 부가 소수에 집중돼 일어나는 경제적 불평등의 시정이었다. 이런 점에서 대형 금융기관 해체와 금융규제 강화를 강조해 힐러리 클린턴의 대항마로 거론돼온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뉴욕주)과도 일맥상통한다.

2016년 미국 대선의 최고령 후보이자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이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의회의사당 앞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2016년 미국 대선의 최고령 후보이자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이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의회의사당 앞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하지만 사회주의자 후보로서 현실의 벽은 높고 두껍다. 무엇보다도 주류 언론으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례가 출마 선언 후 첫 일요일인 지난 3일 미 3대 공중파 시사 대담프로그램으로부터의 외면이다.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NBC의 ‘밋더프레스(Meet the Press)’는 샌더스의 인터뷰는 물론 출마 소식조차 전하지 않았다. CBS의 ‘페이스더네이션(Face the Nation)’도 마찬가지였다. ABC의 ‘디스위크(This Week)’만 인터뷰를 했다. 샌더스는 이 자리에서 “나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했는데, 결코 허언이 아니다.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하기 전 여론조사의 지지율은 평균 6%였다. 민주당의 잠재 후보인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평균 2%에 불과했다. 대선 후보의 무게감을 평가하는 척도의 하나인 선거자금 모금 측면에서도 공화당 출마 선언자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가 출마 선언 24시간 안에 모은 선거자금은 150만 달러였다. 이는 공화당 대선 출마자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주)의 80만 달러,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주)의 100만 달러,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주)의 125만 달러보다 많다. 특히 그의 모금액이 3만5000명의 소액 기부자(평균 43달러)로부터 나온 점은 그에 대한 지지가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후보라는 점을 보여준다.

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서 클린턴을 이길 가능성은 전무하다. 지명도나 거대 후원자, 카리스마 면에서 클린턴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진보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대형 금융기관 해체, 선거공영제 도입, 국가 운영 건강보험 도입, 대학 등록금 없애기, 도로·다리 건설에 1조 달러 투입 등이 그의 공약이다. 샌더스의 목표물은 클린턴이 아니다. 미국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1%도 되지 않는 슈퍼리치들이다. 이 때문에 선거 유세 때 클린턴을 비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출마가 클린턴의 보수성을 조금이라도 왼쪽으로 방향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 시티대 부교수이자 애틀랜틱 편집위원인 피터 바이너트는 샌더스의 장점으로 “클린턴에 도전하는 사실상 유일한 후보라는 점, 과거와 달리 MSNBC나 데일리 코스와 같은 진보매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달라진 환경, 과거 성공한 정치인의 덕목인 진실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샌더스의 출마가 진보 가치를 다시 한 번 공론화해 경제적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의 도전은 가치 있는 일이자 그 자신도 미국 정치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게 될 것이다.

<조찬제 선임기자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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