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벤 카슨- ‘세상의 병’ 치료 나선 세계적인 유명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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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이력에 기존 정치인과 다른 참신성은 그의 가장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치 신인인 것은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정치가 아닌 분야에서 두각을 낸 인물이 자신의 성공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뛰어드는 경우가 자주 있다. 지난 5월 4일(현지시간)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경선 후보에 출사표를 던진 벤 카슨(64)이 그렇다. 카슨은 신경외과 의사로서 세계 의학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뤄냈다. 세계 최초로 머리가 붙은 샴 쌍둥이 분리 시술에 성공한 것이다. 33살 때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 병원 소아신경외과의 최연소 과장이 된 그가 36살 때인 1987년 70명의 의료진을 이끌고 이뤄낸 쾌거였다. 그 결과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수상했고, 2014년에는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세계에서 칭송받을 인물’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벤 카슨이 지난 5월 4일(현지시간) 고향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2016년 대선 공화당 경선 후보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세계적인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벤 카슨이 지난 5월 4일(현지시간) 고향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2016년 대선 공화당 경선 후보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그런 그가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아닌 세상의 병을 고치겠다고 나섰다. 카슨이 보수파의 새 기수로 떠오른 것은 2013년 2월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기조연설자로 나서면서부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정치적 올바름과 교육, 건강보험, 세금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오바마의 정책을 비난했고, 보수 언론과 논객들은 환호했다. 카슨은 그 해 7월 1일 의사의 길을 접고 일주일 뒤 워싱턴타임스의 칼럼니스트를 시작으로 대표적인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에 자주 얼굴을 드러내면서 보수파의 새 ‘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공화당 가입은 2014년 11월 4일 실시된 중간선거 때 이뤄졌다. 그는 정치 입문 배경에 대해 “의사나 과학자, 엔지니어 등 사실과 경험 자료를 바탕으로 결정 하도록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정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카슨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빈민가 출신의 흑인이다. 가난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의사가 된 그의 개인사는 매우 감동적이다. 실제로 그가 자신의 스토리를 담은 책 <신이 내린 손(Gifted Hands)>을 바탕으로 한 TV영화가 2009년 2월 TNT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1994년부터는 부인과 함께 카슨장학재단을 만들어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대학 등록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6700명이 수혜를 받았다. 색다른 이력에 기존 정치인과 다른 참신성은 그의 가장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치 신인인 것은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평생 의사의 길을 걸어온 그는 한 번도 선출직에 진출한 적이 없다. 사실상 미국에서 비정치인은 대선 후보로는 전혀 무게감이 없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이 지난 5월 초순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약 70%는 정부의 행정에 참여한 경험이 없는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공화당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전무한 그는 왜 대선에 출마했을까. 그는 국가조찬기도회 기조연설을 한 다음 날인 2013년 2월 8일 폭스TV 토크쇼 진행자 숀 해너티가 진행하는 ‘해너티’에 출연해 “만약 신이 내 옷깃을 잡고 그렇게 하길 원한다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가입 때처럼 정치적으로 전혀 울림이 없는 발언이었다. 카슨은 지난 14일 폭스뉴스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함께 13% 지지를 얻어 공화당 잠룡 가운데 공동 1위에 올랐다. 한 달 전 같은 여론조사에서 6위에 그쳤던 때보다 7%포인트 오른 것이다. 대선 출마 선언에 따른 효과였다. 가장 큰 문제는 유권자들이 그를 모른다는 점이다. 절반에 가까운(49%) 응답자가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뉴욕타임스는 만약 예비선거 과정에서 살아남을 경우 카슨은 인기 있는 보수파의 입이 돼 추가 책 계약이나 폭스뉴스와 재계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찬제 선임기자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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