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다 가쓰미 마이니치신문 서울지국장 “일본은 약속, 한국은 정의를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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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하고 순박하지만 논쟁에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개인 간에도 그렇고 정당들도 마찬가지다. 일본과의 문제에서도 다르지 않다. ‘결자해지’와 ‘역지사지’를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을 향해 말하는 것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봤다.”

10년간의 서울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4월 도쿄로 돌아가는 마이니치신문 사와다 가쓰미 서울지국장(48)은 한국에서 느낀 한국 사람들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특파원을 지냈고, 2011년부터 서울지국장으로 있었으니 한국통으로 볼 수 있다.

사와다 가쓰미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지국장은 1999~2004년, 2011~2015년 등 모두 9년 4개월간 서울특파원으로 일했다. 대학 시절 미국 배낭여행을 계획했다가 돈이 모자라 한국으로 온 것이 인연이 됐다. | 이상훈 선임기자

사와다 가쓰미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지국장은 1999~2004년, 2011~2015년 등 모두 9년 4개월간 서울특파원으로 일했다. 대학 시절 미국 배낭여행을 계획했다가 돈이 모자라 한국으로 온 것이 인연이 됐다. | 이상훈 선임기자

한국인의 정서에 바탕해 한·일문제를 풀이하는 칼럼으로 유명한 그는 최근 <한국의 반일 실상>이라는 책을 일본에서 펴내기도 했다.

사와다 지국장은 “한국인에게는 올바름을 추구하려는 정서가 있다. 이를 중심으로 한국인과 한국에 대해 설명한 책”이라고 했다. ‘올바름’으로 설명한 대표적인 사건이 2012년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에 식민지 시절 강제징용 피해를 배상하라고 결정한 한국 대법원 판결이다. 이를 두고 일본에서는 1965년 한·일협정과 소멸 시효를 무시한 ‘반일 판결’이라는 해설도 잇따랐다. 중국보다도 예측이 불가능한 나라라는 비난도 있었다.

게이오대학 법학부 출신이기도 한 사와다 특파원은 이듬해 한국인의 법의식에 관해 취재해 연재했다. ‘한국은 한 달에도 몇 건씩 위헌이라고 선고해 법률을 없애는 나라다. 일본은 약속을 지키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지만 한국은 무엇이 정의이고 도덕적으로 올바른지를 생각한다.’ 사와다 지국장은 “한국과 일본의 갈등의 밑바닥에는 사법에 대한 인식차가 관련돼 있다. 그래서 그 문제를 규명해보고 싶었다. 서울에서 쓴 기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사와다 특파원은 1988년 대학생 시절 한국어를 배우려고 처음 서울에 왔다. 세 번째 서울 생활을 통해 느낀 것은 한국은 선진적인 것을 금세 받아들인다는 것. “요새 일본 교수들이 정부에 새로운 제도를 요구할 때 한국을 예로 든다.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를 들어봐야 별로 효과가 없지만, 한국을 예로 들면 관료들이 움직인다고 한다.”

최근 일본에서 생겨나는 한국에 대한 다양한 여론은 존재감의 증거라고 했다. “1960년대 초반에 일본 신문의 서울특파원이 처음 생겼다. 한국의 관료들 대부분이 일본말을 해서 한국어를 못해도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2세대 서울특파원이 한국어를 배워 1980년대에 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취재분야가 전후배상 같은 일본 사회문제의 연장이었다. 한국을 제대로 된 외국으로 취재한 것이 2000년대 들어서인데 그때 나도 왔다.”

한·일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두 나라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국과 일본은 부부가 아니다. 그렇게 죽도록 싸울 필요가 없다. 가까이 있는 친구로 생각하자. 친한 친구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 그렇게 생각하면 한·일관계도 풀릴 수 있다.”

사와다 특파원은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다음으로 서울에 오래 있었던 일본 언론인에 속한다. 마이니치에서 서울특파원을 세 번 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선례야 만들면 되지 않느냐. 한국사람들처럼.(웃음) 한국에 다시 돌아와 더 좋은 기사를 쓰고 싶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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