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마법사의 돌’이 세상을 금으로 만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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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인기작가인 조앤 K 롤링이 두 번째 추리소설을 발간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의 이름이 아닌 ‘로버트 갤브레이스’를 필명으로 썼다는 것. 롤링은 지난해 발간한 첫 번째 추리소설도 같은 필명으로 냈다가 후에 들통이 났다. “오로지 작품만으로 평가받고 싶었다”는 게 그녀 말이다.

조앤 K 롤링이라는 이름에는 엄청난 후광이 따라붙는다. <해리 포터 시리즈> 덕분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소설과 영화 모두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 영화는 21세기에 탄생한 최고의 판타지 영화 중 하나다. 그녀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것은 해리 포터 시리즈 1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2007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에 가서야 막을 내렸다. 영화도 전 시리즈 제작에 10년이 걸렸다. 2001년 첫 제작됐고 2011년 마무리됐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세상에서 가장 빨리,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불린다.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 분)는 어릴 때 이모 가족에게 맡겨진다. 갖은 구박을 당하며 산다. 11살 생일을 앞두고 초대장 하나를 받는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보냈다. 자신이 마법사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해리는 자신을 찾아온 해그리드 아저씨와 함께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떠난다. 열차는 런던 킹스크로스역의 ‘9와 3/4’ 승강장에서 출발한다. 열차 안에서 해리는 같은 입학생인 헤르미온느(엠마 왓슨 분)와 론 위즐리(루퍼트 그린트 분)를 만난다. 해리와 두 명의 친구를 기다리는 것은 모험이다.

[영화 속 경제]해리포터-‘마법사의 돌’이 세상을 금으로 만든다면

호그와트 마법학교에는 ‘마법사의 돌’이 숨겨져 있다. 사악한 마법사 볼드모트가 이 돌을 갖게 되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 볼드모트는 해리를 죽이려다 실패한 악당이다. 해리와 친구들은 볼드모트가 이 돌을 갖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막는다.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보자면 해리 포터가 ‘마법사의 돌’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마법사의 돌은 세상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호그와트는 금화로 거래를 하는 세계다. 세상의 모든 것을 금으로 만들어버리면 금이 넘쳐나게 된다. 금이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리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란 화폐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마법사용 빗자루인 ‘님부스2000’의 가격이 금화 10개라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금이 넘쳐나면 금화 50개를 주고도 못 살 수 있다.

해리 포터는 가난뱅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부자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많은 금을 그린고트 은행에 맡겨뒀기 때문이다. 해리 입장에서도 인플레이션은 달갑지 않다. 자신의 재산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돈이 무한정 공급되면 해리는 다시 가난뱅이가 될 수도 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대표적인 사례가 1920년대 독일이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승전국인 연합국에 막대한 배상금을 물게 된 독일은 경기부양과 배상금 지출을 위해 돈을 마구 찍어냈다. 하지만 1918년 빵 한 조각에 0.5마르크였던 것이 1923년에는 1000억 마르크로 가격이 훌쩍 뛰었다. 환율은 1달러에 4조 마르크에 달했고, 액면가 100조 마르크도 등장했다. 화폐 가격이 화장지 한 조각만도 못할 때였다. 이런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제아무리 부자라도 답이 없다.

‘마법사의 돌’은 마음껏 금을 찍어낼 수 있는 ‘발권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중앙은행과 닮았다. 누군가가 이 돌을 통제하지 않으면 호그와트의 경제는 무너진다. 볼드모트가 이 돌을 쥐게 된다면 영생을 얻음과 동시에 세상의 경제도 쥐락펴락할 수 있다. 이 돌을 놓고 해리와 볼드모트가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것도 이해가 간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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