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뺑덕-악성 루머의 방치 ‘깨진 유리창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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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사랑은 멋진 로맨스를 만들든가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만든다. 세상만사 무엇이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임필성 감독의 <마담 뺑덕>은 후자다. 사랑과 욕망, 집착, 그리고 배신에 대한 이야기다.

교수 심학규(정우성 분)는 여학생과의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잠시 학교를 떠나 지방 소도시의 문화센터 문학강사로 온다. 학규는 우연히 덕이(이솜 분)를 만나고,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 덕이는 영원한 사랑일 거라고 믿지만 학규는 곧 복직이 된다. 그리고 서울로 떠난다. 덕이는 서울로 찾아가 학규에게 매달리지만 버림을 받는다. 때마침 덕이 집이 화재에 휩싸인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잃는다. 그날 학규의 아내도 자살을 한다. 그리고 8년의 시간이 지났다. 학규와 덕이, 그리고 학규의 딸 청이 앞에는 새로운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학규와 덕이는 교수와 학생의 관계다. 거기다 학규는 유부남, 덕이는 처녀다. 학규와 덕이의 관계를 눈치챈 동네사람들은 쑥덕댄다.

동네사람들이 술자리에서 나누는 얘기를 엿들은 덕이 엄마는 충격을 받는다. 동네사람들의 말이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얘기가 들리기 시작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깨진 유리창 법칙’에 따르면 악성 루머는 조기에 대응해야 한다.

[영화 속 경제]마담뺑덕-악성 루머의 방치 ‘깨진 유리창의 법칙’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사소한 것을 방치해 두면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범죄심리학 이론이다. 1982년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월간지 <아틀란타>에 발표했다. 건물주가 깨진 유리창을 방치해 두면 지나가는 행인들이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도 깬다. 그 건물이 관리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물은 곧 흉물스러워지고, 주변에 불량배들이 얼쩡거리게 된다. 결국은 그 주변에서 강력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심리학과 교수인 필립 짐바르는 실험을 했다. 어두운 골목에 정상적인 차와 유리창이 깨진 차 두 대를 세워놓고 각각 보닛을 조금 열어뒀다. 일주일 뒤 유리창이 깨진 차는 배터리와 타이어까지 없어졌다. 사방에 낙서도 돼 있었다. 반면 보닛만 열어둔 차는 처음 상태 그대로였다.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1994년 취임 후 이 법칙에 착안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뉴욕시는 2년간 지하철 내 낙서 지우기에 나섰다. 또 신호를 무시하는 보행자와 운전자를 강하게 단속했다. “대형범죄를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경범죄에만 매달린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결과적으로는 줄리아니가 옳았다. 깨끗해진 지하철에서 점차 범죄가 사라졌다. 경범죄도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강력범죄도 감소했다.

‘깨진 유리창 법칙’은 비즈니스에 유용하다. 예컨대 물컵에 얼룩이 묻어 있는 식당은 밥맛도 없다. 홈페이지가 허술한 회사는 신뢰도 떨어진다. 맛없는 기내식을 갖고 있는 비행기는 타기가 싫다. 대기시간이 긴 은행은 거래하기가 꺼려진다. 직원 한 명의 초기 잘못된 응대가 회사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맥도널드 사례가 있다. 어린이들이 장난감을 선물로 주는 어린이 세트에 열광하자 주문이 폭주했다. 재고가 바닥나자 부모들의 항의가 급증했고 이를 처리하느라 다른 메뉴의 서비스도 늦어졌다. 맥도널드는 8년 연속 소비자만족지수 최하위로 떨어졌다. 도요타도 브레이크 결함에 대한 소비자들의 초기 리콜 요구를 무시하다 미국 검찰로부터 사기로 고소당하고 전 세계에 걸쳐 리콜을 하는 등 파문이 커졌다.

동네사람들이 쑥덕거릴 때 덕이 엄마가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덕이의 인생이 그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깨진 유리창을 고칠 기회는 그렇게 잃어버렸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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