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안하다 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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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흠의 눈]정말 미안하다 애들아

글이나 말로 다할 수 없는 참혹한 슬픔과 마주하고 앉아 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열흘이란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미안함과 안타까움과 분노는 가라앉기는커녕 점점 거대해집니다. 어른들을 믿고 기다렸을 어린 희생자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미안하다, 애들아.’ 일반 시민이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에게 건넨 위로는 바로 ‘미안하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이러한 나라와 무감각한 시스템을 만든 스스로를 질책했습니다. 기다리라는 말만 믿고 순종한 어린 학생들에 대한 가책이 시간이 지난다고 과연 사라질 수 있을까요. 희생된 그들을 생각하는 매 순간 참담하고, 죄스런 마음은 더욱 거대해집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죄책감, 미안함과는 달리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하고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주체들은 어이없는 행동과 말들로 희생자 가족과 국민에게 더 큰 분노를 심어주었습니다. 절대로 잊어서도 용서할 수도 없는 일이 분명합니다.

보도와 수사를 통해 알려진 이번 사고에 대한 정부와 해경의 초동 대응, 초기 구조를 보면 한숨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재난방지와 구조에 대한 어떤 시스템도 이 나라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국민이 한 시간 넘게 점점 바다 속으로 침몰하는 ‘세월호’를 발을 동동 구르며 미디어를 통해 바라보았습니다.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것은 ‘세월호’와 어린 희생자들뿐만이 아니라 아무것도 지켜줄 수 없고, 누구도 구할 수 없는 이 나라 정부에 대한 신뢰였습니다. 모든 국민이 희생자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신속하고 빠른 구조와 대응을 바랐지만, 누구 하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인 주체도 없었고, 나서서 행동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저 그들은 변명과 변명과 변명으로 언제나 그래왔듯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건 절망과 절망뿐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도무지 눈물이 멈추질 않습니다.

수전 손택의 책 <타인의 고통>은 이라크 전쟁을 통해 고통이 소비되는 시대를 비판하는 동시에 미디어가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직시하고 또 다른 타인에게 전달해야 하는가, 하는 미디어의 윤리적인 관점을 다룬 책입니다. 책에서는 거대 언론이 발행 부수와 시청률에서 앞서기 위해 ‘타인의 고통’을 상품화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른 언론사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이미지를 더욱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충격적인 것으로 포장하여 그것을 상품화하고, 이를 사람들이 끊임없이 ‘소비’하게 만들어 정작 눈앞에 드러나는 진실한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오히려 무감각해지게 만든다는 내용입니다. 우리의 현실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본 현재 우리의 미디어, 특히 TV 및 보수 언론은 ‘타인의 고통’이 진실 되게 담겨 전달되고 있는가, 같은 본원적인 문제제기 이전에, 과연 언론사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후진적인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오보 경쟁으로 희생자 가족과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곤 책임 있는 사죄나 반성을 보여주기는커녕 희생자 가족의 관점이 아닌 정부와 해경의 군색한 변명과 자극적이고 변질된 이미지의 방송, 보도를 통해 국민들의 본질적인 문제의 접근을 막는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했습니다.

국민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위로하는 정부와 보수 언론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국민의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그들은 자신만의 지위와 안위와 정치적인 목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누구를 믿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참담합니다.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백가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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