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과세 ‘꿀먹은 벙어리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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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눈]전월세 과세 ‘꿀먹은 벙어리 야당’

3개월 만에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이라는 것을 정부에서 만들어낼 때 과연 저게 제대로 될까 하는 의구심이 가득했었다. 기본계획이나 종합대책 같은 게 제대로 만들어지려면 1년은 걸린다. 

분석에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담당부처나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문제점을 걸러내는 데 여러 차례의 회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걸 시간관계상 건너뛰고 가면? 엉뚱한 데에서 초보적인 실수가 벌어지게 된다.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부동산 대출금액 제한을 풀겠다고 하는 걸 담당부처인 금융위원회에서 반발하고 나섰다. 부랴부랴 현재의 기본틀을 유지하겠다고 하는 게, 아무리 봐도 원안 열람도 생략한 모양새였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 며칠 후에 나왔다. 월세 사는 사람들에게 세액공제를 해주겠다는, 전체 계획에 비하면 각론 중의 각론인 조항 하나가 결국 3개년 계획 전체를 잡고 흔드는 모양새가 되었다.

세액 보조 자체가 약간은 꼼수다. 전세에서 월세로 세입 방식이 전환되는 이 시점에서 전세에 집중되었던 기존의 주거지원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전세지원금에 대한 대출지원을 월세 보조, 법적 용어로는 월세 ‘바우처’로 전환하는 등 형식 변경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건 복잡할 뿐더러 예산 확보를 위한 증세 등 정부에서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논의들이 필요하다. 

이걸 3개월 만에 해결하고 넘어가려니까 아주 간편해 보이는 세액공제를 선택한 것 아닐까? 어쨌든 세입자 입장으로서는 1년에 한 달치 정도는 보조받는 효과가 생긴다.

그러자 대박 난리가 났다. 사실상 지하경제처럼 움직이는 월세시장이 세입자들의 공제 신청으로 세원이 드러나게 되니, 국세청에서는 최소한 지난 3년치 정도는 한 번 들여다 봐야겠다는 생각이 생기게 마련이다. 

아마 3개년 계획 수립과정에서 국세청도 소외되어 있었나 보다. 이런 큰 사건에 대해서 입 한 번 뻥긋 못했던 것은 아닐까?

이 과정에서 소위 조중동의 힘이 이렇게 센지, 정말로 처음 느꼈다. 마치 쿠데타에 역쿠데타가 연일 벌어지는 극도의 정국처럼, 하룻밤 지나고 나면 새로운 대책이 나왔다. 

그리하여 월세에 대한 세율을 대폭 낮추어주고 필요경비 인정율도 60%까지 높였다. 시행을 유보해준 것은 물론이다. 이 와중에 느닷없이 전세까지 세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사태의 잠재적 폭발력으로만 보면 종부세보다 더 큰일이 조중동과 정부 사이에서 며칠 사이에 뚝딱뚝딱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고 나니 이제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에 붙는 근로소득세와의 형평성, 즉 공평과세 문제가 단박 맨앞으로 나서게 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어라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15~24%의 근로소득세율이 적용된다. 

그런데 아무 일도 안 하고 받는 임대료 세율이 적정한가? 그리고 이들에게 필요경비 60%를 인정해주는 게 공평한가? 그야말로 공평과세 논쟁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야당의 목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은 유감이었다. 왜냐하면 이 모든 과정이 6월 입법을 통해서 제도화되기 때문이다. 

원칙대로 말하자. 지금이라도 야당에서는 전월세 과세에 대한 안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안을 방어해서 막겠다는 생각으로는 막아지지가 않는다. 

월세는 어찌할 건지, 전세는 어찌할 건지, 자기안을 만들어야 정부안과 절충하면서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지금처럼 그냥 손 놓고 있으면 6월에도 국토부와 조중동 사이에서 모든 게 결정된다.

<우석훈 영화기획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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