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탐지·헬기 레펠 훈련 받는 ‘진짜 견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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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견은 생후 9~12개월이 되면 심사를 거쳐 6개월간 기본교육을 거친 뒤 주특기별로 7개월 동안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

이달 초 군용 트럭에 실려가다 고속도로에서 탈출한 세퍼트 군견이 하루 만에 생포됐다는 뉴스가 애견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름이 ‘달관’이로 알려진 이 두 살배기 군견은 충남의 한 군부대에서 춘천 제1군견교육대로 이송되던 중 군용 트럭의 철망을 뚫고 탈출했다. 

그러다가 중부고속도로 증평나들목 인근 야산에서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군인들에 의해 붙잡히는 바람에 ‘밀리터리 견공’의 탈주극은 막을 내렸다.

군견은 핏속에 흐르고 있는 사냥 욕구를 주인이 아닌 국가를 위해 드러내는 존재다. 현역 군인 못지않게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달관이와 같은 군견은 ‘제3의 군인’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적성과 능력에 따라 수색·추적·경계·탐지 등 4가지 주특기 가운데 하나를 부여받게 된다.

전쟁에 참여한 미군 군견. / 경향신문 자료

전쟁에 참여한 미군 군견. / 경향신문 자료

훈련 강도 높아 합격률 25% 정도 불과
군견은 생후 9~12개월이 되면 심사를 거쳐 6개월간 기본교육을 거친 뒤 주특기별로 7개월 동안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 이후 군견은 훈련소에서 매일 오전 8시부터 장애물 통과를 비롯해 폭탄 탐지, 헬기 레펠 등 현역 군인 못지않은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군견이 헬기 레펠 훈련을 받는 이유는 군견도 군인처럼 언제 어느 곳에 투입돼 작전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강도 높은 훈련과정을 거치다 보면 군견 후보견들의 테스트 합격률은 전체의 25% 정도에 불과하다.

군견 관리는 매우 엄격하다. 육군의 군견 관리조항에는 ‘군견 막사 주위에 잡견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항목이 있을 정도다. 먹는 것도 과자류와 잔반은 일절 금지되며, 전용 사료만 먹여야 한다. 군견은 통상 국내산 사료로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끼를 먹는다.

우리나라의 대표 견종인 진돗개는 군견 후보견으로 선발하지 않는다. 이는 진돗개가 주인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군견병 전역에 따라 주인이 바뀔 경우 통제가 쉽지 않다는 단점 때문이다. 게다가 진돗개는 특성상 사람보다는 짐승에 대한 호기심으로 사람에 대한 수색과 추적에 제한이 있다.

군에서는 군견을 계급이 없는 장비류로 분류한다. 그러나 세계 어느 곳에서도 중요한 군의 작전에는 군견이 등장하는 것이 다반사다. 미군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도 군견이 투입돼 크게 활약했다. 빈 라덴 사살 작전에 투입된 미 군견 ‘카이로’의 경우는 가치가 4만~5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국의 군견 ‘대덕산’. / 경향신문 자료

한국의 군견 ‘대덕산’. / 경향신문 자료

군견은 통상적으로 평균 여덟 살이 되면 전역하게 된다. 대부분이 오랜 훈련과 군 작전의 스트레스로 후각이 둔해지거나 체력이 약해져서다. 즉, 더 이상 임무 수행이 어렵게 되기 때문에 현역에서 은퇴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상당수 군견들은 오랜 군 작전의 스트레스로 관절염 등을 앓는 경우가 많다.

최고의 훈련과 관리를 받은 군견도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통상 평균수명이 2년 정도 남은 늙은 개가 되면 안락사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 그야말로 ‘토사구팽’ 신세였다. 

이는 군견이 퇴역하면 의학 실습용으로 기증하거나 안락사시키는 게 육군 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군 당국은 퇴역 군견이 견시장, 즉 개를 사고파는 시장에 나오게 되면 자칫 사기매매 등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의학 실습용으로 기증하거나 안락사를 시켜 왔다.

그러나 이는 너무나 비인도적인 처사라는 비판을 받아 왔고, 군도 지난해 4월 15일 육군 규정 325 ‘군견업무규정’을 부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퇴역 군견도 일반인에게 분양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이제는 군견이 퇴역하게 되면 군견교육대의 적부심의를 받게 된다. 여기서 부적격 처리기준에 따라 도태 대상견이 되면 육군본부의 승인 후 특정 폐기물 처리 절차를 밟아 과거처럼 안락사를 시키게 된다. 

도태 대상견은 세 가지 경우에 해당될 때 분류가 된다. 첫째는 회복 불가능한 부상이나 질병에 걸린 경우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안락사를 시키는 케이스다. 둘째는 군견이 전염병에 걸려 이를 주변에 확산시킬 수 있다고 판단되는 때다. 셋째는 사람이나 동물에 위해를 가했고, 추후에도 이런 행위를 반복할 수 있다고 우려되는 경우다.

해외파병도 하고 훈장 받은 군견도
군견은 부적격 처리기준에 따라 도태 대상견이 되기도 하지만 비작전견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비작전견으로 분류되면 일반 군부대의 경계보조견으로 활용하거나 일반에 유상양도 또는 매각을 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군견이 국가에 헌신하고 폭발물을 탐지해 미군의 생명을 살리는 공을 세운 개들이라는 이유로 자식처럼 ‘입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미군 통계를 보면 해마다 300여 마리의 군견이 퇴역 후 민간에게 입양되고 있다. 미국도 2000년 전까지는 군견이 열 살쯤 퇴역하면 대부분 안락사로 생을 마감시켰다. 그러다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퇴역견 입양 허용 법안에 서명하면서 군견들의 ‘노후’가 달라졌다.

사람들은 군견 하면 달관이와 같은 세퍼트종을 주로 생각하지만 군견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해외 파병만 5차례 넘게 했던 폭발물 탐지견 ‘대덕산’은 마리노이즈종 수컷이었다. 마리노이즈종은 매우 빠르고 주인의 명령에 잘 따르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벨기에에서는 양치기 견종으로 유명하다.

대덕산처럼 폭발물 탐지에 능했던 군견 ‘베이지’는 레트리버종 암컷이었다. 베이지 역시 해외 파병 단골손님이었다. 레트리버는 사람이나 짐승에게 공격적이지 않은 특성을 지니고 있어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한국군 군견 가운데는 훈장을 받았던 사례도 있다. 1990년 강원도 양구군 제4땅굴을 발견한 군견 ‘헌트’는 그 공로로 훈장을 받은 것은 물론 죽어서도 이곳에 묻혔다. 

1996년 9월 강원도 강릉에 무장공비들이 침투했을 당시 대간첩 작전을 벌이다 공비들이 쏜 총에 쓰러진 ‘노도’의 경우 군에서 그 공을 기리기 위해 군견 묘역 내에 별도로 ‘노도 묘역’을 조성하기도 했다.

사족으로 군견학교에는 ‘번식소대’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군견의 번식을 전담하는 소대급 부대이다. ‘번식소대’의 주요 업무는 ‘종견’과 ‘모견’을 관리해 군견 자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군견의 훈련은 군견학교의 ‘작전소대’가 담당한다.

<박성진 경향신문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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