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통합선언, 문제는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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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의 눈]3·2 통합선언, 문제는 혁신이다

일단 ‘블루 선데이’라고 부르자. 정말 오랜만에 신선한 정치적 상상력을 목격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위원장의 공동 기자회견은 환멸로 멀어져가던 상당수 국민들의 마음을 멈춰 세웠다.(아직 돌려세운 것이 아니다)

3월 2~3일 이틀 동안 10만명이 넘는 SNS 이용자들이 무공천과 통합신당을 언급했으며, 새누리당과 통합신당의 정당지지율도 오차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또 절차의 정당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양측 지지자들의 대다수가 통합신당을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지지율 바닥의 민주당과 지방선거 인물난의 새정치연합이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헌신짝처럼 파기한 사건을 계기로 절묘한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나는 통합신당 출현과 함께 고개 든 지방선거 낙관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패배가 자명한 ‘산수’에서 뭔가 게임을 해볼 만한 ‘함수’로 형세가 바뀌었다는 정도가 맞는 진단일 것이다.

문제는 혁신이다. 혁신은 훌륭한 대안이 아니다. 유일한 대안이다. 통합은 쉽고 혁신은 어렵다. 통합은 두 대표의 결단만으로도 가능한 일이지만 혁신은 조직의 문화와 태도를 바꾸고 시대변화에 선제적으로 반응하는 것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해내는 고강도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상적으로 말하면 혁신이 먼저고 통합이 나중인 것이 맞다. 두 세력이 혁신의 과정에서 만나 통합을 이뤄냈다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현실은 늘 계획대로만 이뤄지지 않는 법이다.

2011년 혁신과 통합 때처럼 선거를 위해 통합만 하고 혁신은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면 이제 회복 불가능한 패배를 맛본 뒤 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될지도 모른다.

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나는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민주당엔 낡은 경험주의자들이 수두룩하다. 경영혁신의 대가 폴 슬로언의 말처럼 “최적이었던 관행을 도입하는 것은 어제의 복제일 뿐”이다. “혁신은 내일의 설계다.”

새정치연합은 낡은 정치세력과 각을 세웠지만, 구호에 걸맞은 방법적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한 채 기존 정치조직 건설 방식을 좇다가 어려움을 겪었다.

혁신의 첫 번째 방향은 대중의 참여를 보장하고 그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연결된 플랫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디지털 혁명의 정점에서 시대변화의 본질을 깨닫고 새로운 정치적 플랫폼 안에서 이를 구현해 내는 것이다. 

나이키가 ‘당신이 디자인하면 우리가 만든다’는 기치 아래 고객 맞춤형 신발을 만들었듯이 ‘당신이 제안하면 우리가 법을 만든다’는 정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혁신의 방향이 돼야 한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우선 협상단 회의의 폐쇄적 틀을 박차고 나와 집단지성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 4년 후 혹은 10년 후 통합신당의 미래를 말하는 소셜픽션이어도 좋고 다른 형식이어도 좋다.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면 된다. 닫힌 논의구조를 열린 참여마당으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혁신의 첫걸음이지 않을까.

3·2 통합선언은 정치지형의 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담대한 결단이다. 그리고 통합신당 혁신의 ‘오차 허용치’는 제로다. 이제 시작이다. 진짜 혁신으로 응답할 때다.

<유승찬 소셜미디어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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