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시대 일본판 간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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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엔터테인먼트

㈜에이블엔터테인먼트

제목 오싱

원제 おしん

제작연도 2013년

감독 토가시 신

출연 하마다 코코네_오싱, 우에토 아야_후지, 아나가키 고로_사쿠조,

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13년 12월 5일

<간난이>라는 TV 드라마가 있었다. MBC에서 1983년 방영되었다. 아마 나이 든 세대라면 다 기억할 것이다. 한국전쟁 전후, 어렵게 살아가는 소녀 ‘간난이’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다. 신드롬을 일으켰다. 방송국에는 간난이를 도와달라는 성금이 답지했다. 그때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NHK에서 방영하던 <오싱>이라는 드라마다.

기록을 살펴보면 NHK에서 오싱을 방영한 것이 1983년 4월 4일부터다. 오전 8시15분에 방영되는 아침드라마였다. 간난이에 대한 기록은 찾기 어렵다. 일일드라마이긴 했는데, 아침드라마가 아니라 밤에 방영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후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떠도는 소문처럼 부산 출장을 다녀온 MBC 관계자가 표절한 것일까.

어쨌든, <오싱>은 그 후 우리나라에서도 알려졌다. 드라마 <오싱>의 대본 작가인 하시다 스가꼬가 펴낸 책도 출판되었다. 그 <오싱>이 30년 만에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오싱>의 개봉에 맞춰 책도 재출간되는 모양이다.

영화의 첫 장면. 한 아이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들판을 헤매고 있다. 어, 이게 아닌데. 드라마 <오싱>의 첫 장면은 80대 할머니의 가출이다. 짐작하는 바 있어 따라간 손자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형식이다. 영화 <오싱>에서는 그 작중 회고자를 빼고, 오싱의 어린 시절, ‘더부살이 시절’에 집중하고 있다.

<오싱>의 배경은 일본 메이지시대다. 러일전쟁 직후다.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외적으로는 막 팽창을 하고 있지만, 그 근대화의 성과는 오싱이 살고 있는 산골 빈농마을까지 미치지 못했다. 비루한 삶이다. 1950년대 ‘간난이’가 그랬듯, 메이지시대 일본도 춘궁기가 되면 먹을 것이 떨어진다.

오싱의 어머니 후지가 임신을 하자, 한 입이라도 줄이고자 이제 7살이 된 오싱은 목재상네 보모로 들어간다. 대가는 쌀 한 가마니. 그래도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지만, 아이를 보고 허드렛일을 하고나면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한 공기에도 못미치는 무 섞은 밥이었다. 그래도 씩씩하게 이겨냈지만 도둑으로 몰리면서 뛰쳐나온다.

장편 영화 분량으로 이야기를 줄이자면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영화에서는 원래 드라마 이야기의 축약이 이뤄진다. 아기를 보러간 오싱은 초등학교 입학연령이다. 

오싱은 학교에 등교하는 제 또래들이 부러워 학교에 가보는데, 마음씨 좋은 교사가 아이를 보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줬고, 가타카나는 학교에서 배운다. 

원작에서는 아직 못배운 히라카나를 산속에서 은신하던 슌사쿠에게 배우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번에 만들어진 영화에서는 학교 에피소드 전체가 생략되면서 슌사쿠에게 글씨를 배우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영화사 측은 오싱의 이야기를 ‘감동실화’라고 선전하고 있다. 단편소설 <우동 한그릇>을 둘러싼 논란의 판박이다. 알려지기는 일본의 야오한 백화점 창업자의 어머니 인생사를 모델로 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마루야마’라는 여관을 운영하던 여인이 구술한 내용을 딸이 대필하여 일본 잡지 <주부생활>의 연재물 ‘어머니의 유산’에 투고한 내용이 출발점이다. 

뗏목을 타고 더부살이로 팔려가는 장면 등은 사실에 가깝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 포함되지 않는 오싱의 그 후 이야기는 작가가 여러 일본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낸 픽션이다.

자꾸 드라마와 비교하게 되지만, 일곱살 치고 너무 컸던 원작의 오싱(당시 1972년생인 고바야시 아야코가 연기를 맡았다)에 비해, 영화판 오싱 역을 맡은 하마다 코코네는 2004년생이다. 

이제 아홉살 꼬마인데, 오늘날 또래의 아이들은 상상도 못할 고역을 의연하게 헤쳐나가는 능숙한 연기는 극찬받을 만하다. 홍보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500대 1의 경쟁을 뚫고 주연으로 발탁되었다고 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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