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믿음과 가짜 믿음, 구분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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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진짜 믿음과 가짜 믿음, 구분이 가능한가

영화제목 사이비

영제 The Fake

제작연도 2013년

감독 연상호

출연 권해효_최경석, 양익준_김민철, 오정세_성철우

상영시간 100분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장르 애니메이션

개봉 2013년 11월 21일 예정

연상호의 <사이비>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이 장편 애니메이션의 포스터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당신이 믿는 것은 진짜입니까. 적지 않은 이들이 <사이비>의 외연에서 무분별한 믿음이나 신앙을 비판하고자 하는 의지를 읽을 것이다. 실제 그런 이야기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았을 때 <사이비>는 또한 누군가의 믿음을 ‘사이비’라고 규정할 수 있을 만큼 진짜 믿음과 가짜 믿음을 구분 짓는 것이 가능한가, 나아가 믿음 없이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서 그 믿음을 빼앗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관해 고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인공 민철이 고향에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민철은 동네에서 이름난 골칫덩이다. 누구나 그를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그것은 민철의 식구들 또한 마찬가지다. 민철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딸의 대학교 등록금을 가져가 노름으로 탕진한 것을 알고 식구들은 절규한다.

마침 동네에 개척교회가 하나 들어선다. 교회의 얼굴인 성철우 목사는 신앙이 강한 자다. 성 목사를 앞세워 이곳에 개척교회를 세운 자는 최경석 장로다. 최경석 장로는 시골사람들을 꾀어 한몫 잡아볼 심산인 악한 자다. 그는 배우들을 고용해 예배 도중 성 목사의 기도로 환자의 질병이 치유되는 쇼를 연출한다.

성 목사가 기적을 행한다는 소문이 일면서 사람들이 개척교회에 몰려들기 시작한다. 민철은 동네에 돌아오던 날 최경석 장로와 작은 마찰을 빚은 터라 교회에 의심의 눈초리를 겨누고 있는 중이다. 민철은 마침내 최경석 장로가 사기꾼이라는 확신을 갖고 크고 작은 말썽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 누구도 망나니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성 목사는 불우한 상황에 처한 민철의 딸에게 연민을 느끼고, 이 점이 민철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한다. 결국 민철과 최경석 장로, 성철우 목사 사이에 마지막 대결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거기서부터다.

<사이비>는 기독교를 비난하는 영화가 아니다. 차라리 모든 종교, 아니 믿음에 대한 회의라고 한다면 절반의 해석 정도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비>라는 이야기의 정수는 다음의 대화에서 드러난다. 

민철이 성 목사에 심취한 딸에게 역정을 내는 장면이다. “그거 다 가짜야 가짜!” 그러자 딸이 반문한다. “난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났대요. 그런데 그게 가짜라면, 그럼 대체 나는 왜 태어난 건가요?” 민철은 흠칫 놀란다.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옹색하게 말한다. “그게 네 팔자여.”

민철은 딸의 인생을 짓밟아 왔다. 그는 그녀에게 삶을 향한 어떤 종류의 낙관이나 희망도 제시하지 못한다. 아버지 민철이 제시하지 못하는 그 희망과 낙관을 성 목사와 그의 교회가 제공해줄 수 있다. 

그녀는 단지 그것을 믿음의 형태로 수용하기만 하면 된다. 아마도 딸은 이미 성 목사의 기적이나 개척교회가 실체 없는 거짓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 자체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노인들을 꾀어 스스로 신의 아들이라 칭하며 괴상한 약을 만들어 팔아오다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카메라에 포착된 무리들 따위를 떠올려볼 수 있다. 

카메라가 담아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분노하고 소란을 떠는 쪽은 사기꾼이 아니다.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다. 이건 사기가 아니고, 우리 아무개님은 사기꾼이 아니라며 화를 내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이 흔하디 흔한 장면 속에서, 참과 거짓을 드러내는 카메라의 권능은 이 끔찍하게 불행하고 절박한 사람들에게 그 가짜 약 한 병만큼의 희망을 줄 수 있는가. 

<사이비>가 도발하는 것이 바로 그 지점이다. 민철이 맞다. 그러나 민철은 과연, 옳았는가. 나쁜 영화는 관객에게 즉각적인 가치판단을 강제한다. 반면 좋은 영화는 질문을 제기한다.

허지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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