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날아간 탑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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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I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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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블리비언

원제 Oblivion

감독 조셉 코신스키

원작 (그래픽 노블) 조셉 코신스키

주연 잭 하퍼-톰 크루즈, 말콤 비치-모건 프리먼,
줄리아-올가 쿠릴렌코, 빅토리아-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상영시간 124분

상영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2013년 4월 11일 

많은 사람에게 톰 크루즈의 대표작, 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1996~2011)나 그에게 골든 글로브를 안겨준 <제리 맥과이어> (1996) 같은 작품일 것이다. 그러나 내게 가장 각인이 되어 있는 영화는 <탑건>(1986)이다. 그는 F-14A를 조종하는 풋내기 조종사였고, 여성교관과 사랑에 빠진다. 나는 어두컴컴한 극장에 앉아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고 있었다. <탑건>이 국내 개봉한 때는 1987년 말이다. 당시 한국에서 개봉되는 외국영화들은 검열이 다반사였다. 그들의 섹스장면은 아주 짧게 편집되어 있었다. 두 사람이 육체의 희열을 만끽할 때 나오는 노래가 그룹 베를린의 ‘Take my breath away’였다. 베를린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뜨거웠던 1980년대의 공기, 그리고 극장에서 본 영화 <탑건>의 편집된 사랑장면을 떠올린다.

<오블리비언>에서 톰 크루즈의 역할도 조종사다. 때는 2077년. 100년 전의 세계에서 미 해군 조종사 톰 크루즈가 적국 소련의 미그기와 대결을 해야 했다면, 2077년의 톰 크루즈에게 주어진 역할은 게릴라들을 소탕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소탕하는 주체는 그가 아니라 무인병기, 드론이다. 게릴라들이 드론을 공격해 고장내면, 그 드론을 찾아 고쳐 다시 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임무는 2인 1조로 수행된다. 지시를 내리는 감독관 여성은 그의 연인이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구름 위 펜트하우스에서의 근사한 생활이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SF영화가 1960∼70년대 SF영화들-<솔라리스>(1972)나 <2001스페이스오딧세이>(1968) 같은 영화에 빚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내겐 주인공 톰 크루즈와 그의 출세작 <탑건>과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영화라는 인상이 강하다.

일단 배경설명. 지구는 쫄딱 망했다. 약 60년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몇 년 후 외계인들의 침공이 시작된다. 이들은 달을 박살내고 지구를 황폐화시킨다. 주인공 잭 하퍼(톰 크루즈)가 들은 설명에 따르면 지구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더 이상 살기 힘든 행성이 되었다. 살아남은 지구인들은 지구의 에너지원-바닷물을 챙겨 목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이주하는 계획을 세워 실행 중이다. 이제 몇 주 후면 잭 하퍼와 그의 팀장이자 연인인 빅토리아도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를 떠난다. 그런데 잭 하퍼는 자신의 일을 정말로 사랑한다. 땅에 내려갈 때마다 잘나가던 시절 지구의 문명을 보여주는 흔적을 챙긴다. 잭 하퍼는 자신의 수집품을 본부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보관한다. 때때로 그곳을 찾아 낡은 뉴욕 양키스 모자를 쓰고, 석양의 호숫가에 누워 ‘A Whiter shade of pale’과 같은 노래를, 그것도 낡은 턴테이블에 LP로(!) 듣는 낭만을 즐긴다. 빅토리아와 살면서도 잭 하퍼는 꿈속에서 항상 만나는 여인이 있다. 그리고 어느날. 불시착한 낡은 우주선을 살펴보던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우주선 캡슐 속에서 잠들어 있는 여인이 바로 꿈속에 나오던 그녀였다.

다 이야기하면 재미 없을 것 같아 스토리는 여기까지. 영화의 설정은 매혹적이다. SF적 형식을 갖고 있더라도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보편적인 인간 삶의 전형성이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의 풍부함에 비해, 역시 대배우인 모건 프리먼이 리더를 맡고 있는 지구저항군의 플롯이 약한 것은 아쉽다. 부서져버린 펜타곤이나 뉴욕 양키스 구장에 대한 묵시록적 묘사도 인상적이다. 땅속에 묻혀버려 꼭대기만 빼꼼히 나온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전망대라는 장소가 영화 전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아이디어도 썩 나쁘지 않았다. 여자 조연들에 비해 이제 완연한 중년 아저씨 필이 나는 톰 크루즈를 보는 느낌은 조금 애잔했지만 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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