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법인세부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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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의 눈]국내 대기업 법인세부담 낮다

한국의 법인세 부담이 높다고 재벌대기업들은 늘 엄살을 떤다. 그래서 우리 연구소에서 재벌대기업들의 실효법인세율이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인지 비교해 보았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포춘(fortune)지가 2011년 발표한 국가별 기업 순위를 참고로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 4개국의 각각 상위 3개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 대비 법인세 비용의 비율을 실효법인세율로 규정하고 이를 구해 보았다.

비교 대상 기업들은 <포춘>지 리스트에 따라 각국별 상위 3개 기업을 골랐다. 다만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된 대만 3위 캐세이생명보험을 빼고 4위 컴팔전자를 넣었으며, 한국의 3위 기업인 SK홀딩스는 지주회사로 직접 경영활동을 영위하는 일반 대기업과 사정이 달라 4위 포스코로 대체해 분석했다.

그 결과 실제로 개별 기업이 내는 법인세 비용은 대체로 각국의 명목세율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각국의 상위 3개사가 납부한 실효법인세율은 미국 39.4%, 일본 38.0%, 대만 19.4%, 한국 20.8%로 나타났다. 각국 기업들이 내는 실제 법인세 부담이 각국의 명목법인세율 수준에 좌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명목세율과 실효세율 간에는 국가별로 일정한 편차가 있다. 비교 대상 4개국 가운데 한국의 실효법인세율이 명목세율보다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명목세율과 4개국 국별 3대 기업의 간이 실효법인세율 평균 간의 차이를 보면, 일본 1.49%포인트, 미국 -0.23%포인트, 대만 1.55%포인트, 한국 4.25%포인트로 명목세율 대비 한국의 간이 실효세율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어 개별 기업별로 간이 실효세율 수준을 살펴보면, 미국의 세브론이 42.7%로 가장 높았고, 이어 역시 미국의 엑슨모빌이 42.6%, 일본 NTT가 41.0%, 일본 우정그룹이 36.7%, 도요타 36.4%, 월마트 32.8%, 현대자동차 24.2%, 콴타컴퓨터 24.2%, 포스코 21.4%, 혼하이정밀산업 18.2%, 삼성전자 16.7%, 컴팔전자 16.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면 한국 대기업들이 내는 법인세 부담이 미국, 일본 기업들과 비교해서는 훨씬 낮고 명목세율이 한국보다 낮은 대만 기업들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효법인세율은 16.7%로 나타나 비교대상 12개 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결과를 정리해보면 한국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높아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오히려 한국 기업들의 실효법인세 부담은 한국의 인구나 경제규모 등을 고려할 때 국제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한 한국 대기업들은 명목세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낮은 실효세율을 부담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는 국내외 다른 어떤 대기업들에 비해서도 낮은 실효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 등을 집중적으로 누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상의 분석으로부터 국내 법인세 부담은 OECD 국가들에 비해 결코 높지 않으며 오히려 낮은 편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명목세율에 비해 대기업들에 적용되는 실효법인세율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낮은 실효법인세율은 법인세 감세로 인한 낙수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오히려 저소득층의 조세부담을 가중시켜 서민계층 중심의 내수 위축을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 향후 한국 경제는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 충격에 대비해 조세 전반의 개혁을 통해 적절한 수준의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재계나 기획재정부가 편향된 정보를 바탕으로 법인세 인하만이 능사인 것처럼 강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선대인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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