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라도 함께 공유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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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굿필름

씨네굿필름

제목: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Moscow)

제작연도: 2009년

러닝타임: 104분

장르: 드라마

감독: 황철민

출연: 성수정, 이혜진

개봉: 2011년 12월 1일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부당퇴직에 반발해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해오던 진희(성수정 분)는 지친 심신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현장을 이탈한다. 목적도 없이 방황하던 그녀가 다다른 곳은 중학교 단짝이었던 예원(이혜진 분)의 품. 어릴 적 함께 배우를 꿈꾸던 똑똑한 예원은 대기업 사원이 되어 바쁜 일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진희는 배우의 꿈을 포기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예원의 모습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대기업의 비서로 일하며 무난한 도시인의 삶을 살고 있는 예원. 매일같이 반복되는 출퇴근과 업무, 알 수 없는 공허함에 지친 그녀는 퇴근 후 인적 드문 동물원을 찾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어느날 느닷없이 들이닥친 중학교 동창 진희의 존재는 반갑기 그지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로운 예원의 일상을 조금씩 흔들어놓기 시작한다.

88만원세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시대극이자 동시에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여성극인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는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가 서로를 통해 잊고 있던 과거의 꿈을 회상하며 힘겨운 현실을 극복해내는 과정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코 같은 세상이 아님을 극중 인물들은 몸소 깨달아간다. 그리고 그것을 절감하는 순간, 인생이란 그리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다행히 감독은 “결국 인간이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꿈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위태롭지만 낭만적인 희망만큼은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과연 지금의 각박한 현실 속에서 그 ‘꿈’이라는 것조차 온전히 공유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꽃처럼 어여쁜 소녀들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그래서 더욱 연약하고 서글프게만 보인다.

영화시장 역시 중산층이 사라져가는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간다. 나날이 거대자본 영화와 소형영화의 간극은 벌어져 이제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세계가 형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든 이런 괴리를 좁히고 규모와 관계없이 좋은 작품을 소개해야 하는 것이 정보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당연한 의무이겠으나, 소위 트렌드와 대세라는 이름의 요구도 간과할 수 없는 압박이다.

매번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개봉 화제작을 우선해 소개해왔던 관례대로 이번주에도 강제규 감독의 대작 <마이 웨이>의 리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한 가지였다. 같은 주 개봉하는 영화들 중 <주간경향> 독자 대부분을 포함해 ‘대중’이라는 이름의 다수가 가장 궁금해할 만한 영화이리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스태프가 보내온 안타까운 메일로 작품 선정은 수정되었다. 완성된 지 2년 만에 개봉할 기회를 얻게 되었지만 언론시사회 때 단 한 명의 기자도 참석하지 않았고 이후 어떠한 매체에서도 공식적 리뷰를 찾아볼 수 없더라는 애절한 내용은 영화 자체가 지닌 진정성을 넘어서는 별개의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뒤늦게나마 소중한 작품의 가치를 기록하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벌써 대부분의 개봉관에서 막을 내릴 처지에 처한 작품을 소생시키기엔 뒤늦은 대응이라 아쉬움이 크다.

<주간경향>에서 공식적인 영화 지면으로는 유일하고 작은 이 코너가 과연 어떤 변화나 이상을 꿈꿀 수 있을까? 어쩔 수 없이 ‘현실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의 욕구가 우선이라는 핑계를 묵인할 수 없다보니 그 회의적 물음의 답은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 믿고 있는, 정의롭고 순수한 데도 불구하고 힘이 없이 밀려나고 소외되는 것들의 가치는 기필코 보호받아야만 한다는 신념에는 변함 없음을 의심치 말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쉽지 않은 이상의 실현은 ‘함께’ 바라보고 ‘함께’ 꿈꾸고 있다는 믿음이 변치 않을 때 가치 있는 희망이다. 

최원균<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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