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로 부자 퍼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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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의 눈]한·미FTA로 부자 퍼주기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비공개 날치기로 통과됐다. 다수 국민의 삶에 매우 큰 영향 미치는 국가간 협정을 비공개로 날치기 통과시키는 이게 무슨 민주주의인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비준안 통과 뒤 대부분 기득권 언론들은 ‘다수의 독재’를 비판하기보다는 찬양 일변도로 나갔다. 21세기 무역강국 기회라느니 한국경제 재도약 시험대라느니 헛소리를 해댔다. 소비자 후생, 물가 안정, 저축액 증대, 상호 교역 및 투자 확대, 고질적인 규제와 불합리한 관행, 투명하지 못한 절차 개선, 국가 및 사회 시스템의 도약, 내수시장 확대,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등 한국 경제를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만병통치약처럼 포장됐다.

모두 헛소리이거나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 간단히 생각해 보자. 2000년대 들어 여러 나라와 FTA를 신나게 맺었는데, 한국경제가 좋아지고 일자리가 많아졌는가? 물론 유럽발 재정 위기 탓도 있지만, 한·유럽연합(EU) FTA 발효 4개월 만에 흑자 규모가 37억 달러 감소했다. 칠레와의 교역에서도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줄고 있다. 수출기업 대 내수기업, 대기업 대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오히려 가속화시킨 것이다.

이들 언론은 또 소비자 후생이 늘어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 정부가 정말 소비자 후생을 생각한다면 재벌들 독과점을 깨고 수입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인위적 환율 부양 조치를 멈춰야 한다. 그리고 왜곡된 유통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재벌 유통업체 독과점을 막고 동네상권 살려서 가격을 내리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대표적 내구재인 자동차는 사실상 단일 회사인 현대-기아차그룹이 시장을 80%나 점유하며 신차가 나올 때마다 차 값을 올리는 것을 전혀 제지하지 못하지 않는가. 집값도 터무니없이 비싸지만 건설시장은 여전히 비관세장벽으로 칭칭 둘러싸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또 농업을 수출산업용으로 키우겠다고 했지만, 농업을 고사시키는 정책을 쓰며 FTA를 체결할 때마다 입막음용 예산을 짜온 정부가 하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더구나 농어업 분야에서 15년간 손실액이 정부쪽 추산으로도 12조여 원에 이른다.

반면 자동차에서 20조 원 정도의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한다. 농어업 종사자들에게서 돈을 빼앗아 자동차 재벌들에게 얹어주는 꼴이다. 그런데 농어업 손실을 메우겠다면서 국민 세금 22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왜 손실은 세금으로 메우고 이익은 재벌주머니로 보내는가. 수출 증대를 얘기하지만, 기본적으로 한·미FTA가 한국보다는 미국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뻔하다. 

2010년 현재 한국의 대미 상품수지는 126억달러 흑자, 서비스수지는 123억달러 적자다. 상품 수출을 통해 버는 돈을 서비스 수지에서 다 까먹고 있다는 뜻이다. 보유 외환을 미국 국채에 투자해 발생한 이자 수입을 챙겨 생겨난 소득수지 흑자(61억달러)를 제외하면 대미 경상수지 흑자는 0에 가깝다. 그런데 한·미FTA가 발효되면 서비스수지 적자는 지금보다 훨씬 커지게 된다. 만약 내년이나 내후년 유럽발 재정 위기로 세계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진다면, 그래서 환율이 다시 요동친다고 할 때 경상수지 적자로 달러가 부족해지면 큰 위험을 겪게 될 수 있다.

이미 현 정부는 재벌과 고소득층에게 엄청나게 베풀었다. 부자감세를 해주고, 공공부채 400조원을 동원해 퍼주고, 환율을 떠받치며 수출대기업들을 도왔다. 그런데 이제 한·미FTA로 농어업은 고사시키면서 자동차와 부품산업 중심으로 또 퍼주게 생겼다. 도대체 이 땅의 국민들은 가진 자들에게 얼마나 더 퍼줘야 하는가.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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