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보수당 창당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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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목사와 이날 개회식에서 강연을 한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 등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맞아 반공 보수의 기독교 정당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종북세력을 척결해달라고 장로를 대통령으로 뽑았더니 취임 때부터 실용주의, 좌우도 안 가리겠다 그러더니 점점 좌편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되도록 밤마다 기도했는데 실망이 크다”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어 “반공사상과 국가관이 투철한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장관으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반공 보수당을 꼭 창당해야 한다고 믿습니다”라고 밝혔다.(경향신문 8월 31일자, “한진중 희망버스 저지하라고 어버이연합에 1000만원 지원”)

‘좌파 척결’을 이념으로 삼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좌파’ 취급을 받는, 초현실을 목도하는 순간이다. 김홍도 목사와 함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이분들이 중심이 된 새 개신교 정당이 다시 나올 듯하다.

김홍도, 전광훈 목사 등이 참석한 ‘3000대 교회 초청 기독교 지도자 포럼’ 행사 포스터.

김홍도, 전광훈 목사 등이 참석한 ‘3000대 교회 초청 기독교 지도자 포럼’ 행사 포스터.

김홍도 목사, 교회 공금 32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2006년 5월 14일 대법원은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3년, 벌금 7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판결했는데 “피고인이 횡령행위와 재산문제, 여자문제 등 개인 비리나 부정을 무마하기 위해 교회 공금을 사용한 것은 교인들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전광훈 목사의 설교 말씀이다. <뉴스앤조이>의 2005년 1월 22일자 보도 내용.

“이 성도가 내 성도 됐는지 알아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옛날에 쓰던 방법 중 하나는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래도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 또 하나는 인감증명을 끊어 오라고 해서 아무 말 없이 가져오면 내 성도요. 어디 쓰려는지 물어보면 아니다.”

이분들이 만들려는 개신교 정당? ‘기독빤스당’이라는 비아냥이 있지만, 횡령과 빤스를 추구하려는 정당은 아니다. ‘반공 보수당’ 표방을 보면 알 수 있듯 ‘국가정체성’ ‘좌파척결’이란 막중한 사명을 내걸었다. 이 사명은 이명박 정권과 비슷하다. 하지만 예전 한나라당 2중대, 개신교 지구당 취급을 받았던 때랑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미 한나라당이 차마 또는 감히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전 목사는 8월 29일 ‘3000대 교회 초청 기독교 지도자 포럼’에서 “자기 재미를 위해, 애를 낳으면 골반이 흐트러진다며 안 낳는다”면서 “우리가 내년 4월에 기독교 정당을 만들어서 헌법을 개조해 아이 5명을 안 낳으면 감방에 보내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다. 허경영이 울고 갈 정도의 고강도 정책.

“희망버스 수백대가 내려가서 부산 조선소를 점거하니까 우리가 종묘공원에 있는 우파 어르신한테 돈 1000만원 줘서, 어버이연합에 그랬더니 버스 30대에 나눠 타 350명이 가서 막았다”며 행동하는 보수를 실천했다. 그런데 저 실탄 1000만원은 무슨 돈일까.

이들이 추진하는 개신교 정당의 전신은 ‘기독사랑실천당’이다. 다음은 2008년 1월 16일자 국민일보 기사다.

전광훈 목사는 2007년 “올해 12월 대선에는 무조건 이명박을 찍어. 만약 (찍지 않으면)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라는 말로도 화제(?)가 됐다. 사진은 전 목사의 설교회를 알리는 포스터.

전광훈 목사는 2007년 “올해 12월 대선에는 무조건 이명박을 찍어. 만약 (찍지 않으면)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라는 말로도 화제(?)가 됐다. 사진은 전 목사의 설교회를 알리는 포스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12일 기자회견에서 “도덕정당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사랑실천당에 참여 의사를 밝히는 분들이 많이 있다”면서 “4월 총선에서 최소 비례대표 의석 5개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주요 정책으로 중대선거구제 도입, 교회부흥특별법, 인터넷 실명법 추진, 교육제도 개선 등 12대 정책을 내세웠다.

이들은 목회자 세금 문제, 동성연애법 저지 등을 ‘반복음적 현상’으로 규정했다. “반미 친북좌파 사상을 종식시키는 우파 보수정당”을 기치로 내걸었다. 1월 25일 발기인대회를 열었는데, 한나라당의 방해공작설이 제기됐다. 축사를 하기로 알려진 김동길 명예교수가 불참했는데, 전 목사는 “김동길 박사님이 오늘 특강하기로 돼 있는데 오는 길에 한나라당 당원들한테 체포돼 못오고 있다고 급히 연락이 왔다”고 설명. 이들은 3월 말 ‘기독사랑실천당’을 창당하고, 4·9 총선에 지역구 후보 3명과 비례대표 후보 10명을 공천했다. 사학법 완전 폐지, 일요일 국가시험 금지, 종교사학 학생선발권 자율화를 공약했다. 총선에서 44만3705표, 정당득표율 2.59%를 얻어 원내 진출에는 실패했다.

2004년에는 한국기독당이 창당했다. 조용기 목사 등이 상임고문을 맡았다. 규제개혁 행정으로 시장경제체제 확립, 교육 소비자 중심의 교육입국 확립, 한·미동맹 외교 강화 등을 정강정책으로 냈다. 기독당이 아니라 시장경제당으로 불러도 될 법했다. 전체 유효표의 50%를 얻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정당투표에선 1.1%만 득표했다.

한국 개신교 정당의 역사에서 면면히 내려온 정강정책의 핵심은 ‘반공’이었다. 한국의 최초 개신교 정당 중 하나로 독립운동가 조만식 장로가 1945년 결성한 ‘조선민주당’이 꼽힌다. 공산주의자에 맞선 대안 정당이었다. 개신교세력과 자산계급이 지지기반이었다.

최근 ‘반공보수당’을 표방하며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개신교 세력은 좌파척결과 국가정체성 회복 을 소명으로 하는 이명박 장로 대통령마저 좌파 취급을 하고 있다. 사진은 2011년 3월 3일 코엑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43회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이 대통령이 무릎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 / 경향신문자료사진

최근 ‘반공보수당’을 표방하며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개신교 세력은 좌파척결과 국가정체성 회복 을 소명으로 하는 이명박 장로 대통령마저 좌파 취급을 하고 있다. 사진은 2011년 3월 3일 코엑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43회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이 대통령이 무릎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 / 경향신문자료사진

한국전쟁 이후 개신교 정당은 거의 없었다. 간헐적인 창당 움직임은 있었는데, 선거까진 나가지 못했다. 1980년 당시 오제도 9대 의원이 보수반공의 이념을 내걸고 창당을 선언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1978년 기독교민주당이 중앙선관위에 창당등록을 했지만, 법정 지구당 수를 채우지 못해 자동 소멸됐다.

개신교 정당은 많지 않았다. 사실 만들 필요가 없었다. 이승만 정권은 개신교를 사실상 국가종교로 만들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국가권력, 개신교 간 유착이 심했다. 박정희 정권 때는 국가조찬기도회란 게 생겨 제휴관계가 이루어졌다. 이명박 장로 대통령에 이르러 ‘소망교회 정권’이라는 ‘정교일치 단계’까지 올랐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의 많은 수가 개신교도였으니, 창당 필요성은 크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반공보수당’ 창당이 임박했다. 이명박 정권이 ‘좌’로 기운다며 나온 반발이다. 기시감. 군사혁명과 단독 북진통일을 주장한 ‘기독사회민주당’이란 것이 있었다.

기독사회민주당의 당수로 있었다고 말하는 박태섭씨란 분이 7일 하오 세종로 K 다방에서 기자회견을 요청했다. 우선 박씨의 학력을 보면 독학을 했으나 전공학문은 ‘동물학적 정치철학’과 ‘천문학적 정치철학’, 거기에다 ‘성서적 정치학’을 했다는 것이고, 그의 정견은 공무원의 사재 불인정과 단독 북진통일이라는 알쏭달쏭한 이야기.(경향신문 1963년 1월 8일자, ‘대동단결론자들의 고민’)

<김종목 경향신문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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