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총장님·이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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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경찰청은 12월 29일 대구보건대 남모 총장과 김모 부속병원장 등 2명을 업무상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이들은 주로 등록금으로 조성한 교비에서 2008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부속병원 운영비, 직원 인건비 등 명목으로 97억6000여만원을 빼낸 혐의다.

고액등록금으로 학생·학부모가 허덕이는 사이 총장이나 이사장 같은 대학 주요 관계자들이 등록금을 쌈짓돈 주무르듯 한 사례는 수두룩하다. 1989년 대학 설립자나 직계 존·비속이 대학 총장직에 오를 수 있게 되면서 총장이나 이사장이 주도·개입·관여한 비리가 늘어났다. 사학재단이나 보수파는 반값 등록금을 좌파 포퓰리즘으로 몰며 외부의 개입을 배제하려는 사학법 개정이나 폐지를 주장하는데, 조폭스러운 ‘가문만의 영광’을 유지, 발전시키려는 속내 때문인 듯하다. 다음은 감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적발사항이다.

11월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모 사학법인의 이사장 일가, 총장, 교직원들의 비리 흐름도. | 경향신문

11월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모 사학법인의 이사장 일가, 총장, 교직원들의 비리 흐름도. | 경향신문

대학생들이 등록금에 허덕이는 동안 사학법인의 이사장 일가나 총장, 교직원, 감독기관은 각종 비리에 찌든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학교에 쓸 돈을 빼돌려 아파트를 사거나 처와 딸을 총장에 앉혀 함께 교비를 횡령한 이사장이 있었고, 연구원 인건비와 장학금 등을 빼돌린 교수들도 적발됐다. 감독기관인 교육과학기술부 국장까지 금품을 챙겼다.(경향신문 2011년 11월 4일자, 이사장 일가는 학교 돈 빼내 아파트 사고, 교수는 연구원 인건비 빼돌려 주식 투자)

이 사학법인은 2년제 대학과 4년제 대학, 고교 2곳을 운영하며 160억원 이상 교비를 횡령했다. 이들은 이 돈으로 주상복합아파트를 사고 대출금을 갚았다. 장학금 착복, 상습도박 등 교직원 비위도 심각했다.

대학은 교육기관의 탈을 쓰고 학생들을 볼모로 복마전이 벌어지는 곳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감사원은 11월 113개 대학을 감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50여곳에서 이사장과 총장, 교수, 직원의 횡령·배임비리가 나왔다. 35개 대학의 5년간 예·결산을 분석한 결과, 지출은 늘리고 수입은 줄여 잡는 변칙회계를 통해 6552억원을 부당하게 학생 등록금에 전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1곳당 연평균 187억원을 학생 등록금에 부담지웠다. 사립대 등록금 평균 754만원을 감안하면 매년 신입생 2480여명의 등록금에 해당하는 돈이다.
  

학교법인 명지학원 이사장을 지낸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관동대·명지대·명지전문대 등 산하 대학들을 통해 유용하거나 빼돌린 교비 규모가 2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명지건설 공사 수주와 명지학원 감사 무마 명목으로 조성된 비자금 규모도 170억원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경향신문 2011년 5월 5일자, 구속된 유영구 전 명지학원 이사장 학교 돈 2500억 빼돌려)

명지대는 전국 대학 중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싼 대학이었다. 2500억원이면 명지대 학생 6000여명이 6년간 등록금을 내지 않고 다닐 수 있는 돈이라는 계산도 나왔다. 올 7월엔 12억원의 교비를 횡령한 데다 돈만 내면 학점을 주는 식으로 학사관리 비리를 저지른 사립대가 적발됐다. 대학비리가 흔하다보니 이런 분이 한국 교육의 최고 수장 자리에 오르기도 한다.

학습권을 볼모로 한 사립대학의 비리를 풍자한 김용민의 그림마당(2006년 1월7일자).

학습권을 볼모로 한 사립대학의 비리를 풍자한 김용민의 그림마당(2006년 1월7일자).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내정자가 자질 시비에 휘말렸다. (중략) 8일 교육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 내정자는 외대 총장 재임 당시 업무추진비를 전용하고 총장 퇴임 후 2000만원의 전별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대는 2005년 교수협의회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이 같은 사안을 확인한 바 있다.(경향신문 2008년 7월 9일자, 논문표절·불법 후원금·출장비 횡령 혐의…안병만 교육장관 내정자도 자질시비)

‘제2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모교 동문회·동창회 등 개인행사에 업무추진비로 30만~50만원씩 찬조금을 내고, 항공료 차액 500만원을 챙기는 등 해외출장비를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교수 채용 비리도 빼놓을 수 없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5년 8월 대학비리 일제 단속을 벌인 결과를 발표했는데, 총장·학장·이사장 등 4명, 교수 59명 등 87명을 사법처리했다. 대검 단속에서 가장 많이 적발된 비리 유형은 교수 채용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것이다. ㅇ대 총장은 교수 채용 명목으로 무려 42명에게서 39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적발됐다. 당시 검찰 수사에서 나온 결과를 보면, 수십억원대는 기본이다. 당시 ㄱ대 손모 총장 등 2명은 교비 7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사법처리됐고, ㄷ대 홍모 총장은 허위 인건비 및 장학금 명목으로 장부를 조작해 319억원을 횡령했다. 그해 5월엔 모 디지털대학 황모 부총장이 38억3000만원 횡령·유용과 세금 4억8000여만원 포탈 혐의로 구속됐다.

2004년에 재단이 설립하려던 전문대학의 인가를 취소 조치한 첫 사례도 나왔다. 온갖 비리가 쏟아졌다. 교육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사학비리 차단을 위해 사립학교법 전면 개정에 들어갔다.

총장 등이 가담한 ㄱ대학 비리 사건을 다룬 경향신문 1993년 2월 8일자 보도. 신문은 “특히 사립학교법이 개정돼 설립자나 그의 직계 존·비속이 대학 총장직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려 설립자의 입김이 강화된 89년부터 대학의 입시부정은 조직적이고 지능화·고액화되는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썼다.

총장 등이 가담한 ㄱ대학 비리 사건을 다룬 경향신문 1993년 2월 8일자 보도. 신문은 “특히 사립학교법이 개정돼 설립자나 그의 직계 존·비속이 대학 총장직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려 설립자의 입김이 강화된 89년부터 대학의 입시부정은 조직적이고 지능화·고액화되는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썼다.

1980~90년대에도 대학 총장이나 이사장이 주도한 비리가 끊이질 않았다. 1997년 ㅅ대 이모 총장이 등록금과 입학금 등 9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년8월을 선고받았다. 1996년 ㅊ대 김모 총장이 80억원대의 법인 재산을 횡령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1992년 ㄱ대 김모 총장은 89∼91학년도 대학입시에서 기부금을 받고 성적순위를 조작해 수험생 49명을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업무방해 및 업무상 횡령죄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89년엔 ㄷ대 재단이사장, 총장, 교무처장이 21억원을 받고 신입생 46명을 무더기 부정입학시킨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학교 비리가 결국 비극으로 끝난 일도 있었다. 90년대 말 대학 부속병원장으로부터 재임명 청탁과 함께 1억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모 ㅈ대 총장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정동늬우스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지켜봐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김종목 경향신문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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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오늘을 생각한다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