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무오류성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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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의 눈]소셜 네트워크 ‘무오류성의 함정’

SNS에서 오고가는 담론들은 서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 유통되고 소비되며, 한 가지 견해를 두고 모두가 옳다고 착각하는 ‘무오류성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열풍이다. 언론은 트위터에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살피기에 여념이 없고, 정치인과 기업인들도 나서서 계정을 개설하느라 바쁘다. 그만큼 소셜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SNS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가십 수준을 넘지 못한다. 막연하게 향후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심봉사의 점괘만이 난무할 뿐이다.

그럼 SNS가 현실세계에서 정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여론의 물줄기를 바꾸어놓을 만큼 막강한 대안체계로 안착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생각보다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SNS의 의미부터 먼저 짚어본다면 그것은 단연 ‘병렬성’이다. 과거 여론은 오피니언 리더와 언론을 통해 형성되었다. 대중이 가진 견해는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왜곡되기 일쑤였고, 언론은 보여주고 싶은 것, 비추고 싶은 곳만 비추었다. 이런 정보의 불균형성(직렬성)은 성장하는 시민의식과 유리되고, 대중의 불만을 응축시켰다. 

시민사회에서 정작 시민의 의견이 도외시되고,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의 주장이 여론이라 불리었기 때문이다.

대중이 할 수 있는 일은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댓글을 달거나 아고라와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신의 주장을 펴는 방법이 전부였다.

이 상황에서 SNS는 이런 갈증을 일거에 해결했다.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던 여론 강물이 바다를 만난 셈이었다. 그가 누구건 그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건 같은 기회를 가졌고, 그것이 대중의 지지를 받는지, 아니면 배척되는지는 팔로어 수와 같은 대중의 반응으로 ‘계량화’ 되었기 때문이다. 이까지는 순기능이다.

문제는 역기능이다. SNS의 약점은 역설적으로 ‘대중성의 부족’에 있다. 기본적으로 SNS는 온라인상의 친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즉 나의 의견은 기본적으로 내게 호감을 가진(혹은 호의적 시선을 가진) 사람들만이 반응한다. 때문에 SNS 상에서 나의 견해는 늘 옳은 것처럼 보인다. 관계를 맺지 않은 대중들이 모두 자유롭게 반응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집중적이고 확산성이 강한 도구인 SNS는 정작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동종교배가 일어날 수 있는 폐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트위터에서 나의 팔로어는 내게 기본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고 같은 성향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은 오프라인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신분을 공개하며 드러내놓고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이 그룹에서 나의 견해에 반대하는 비율은 지극히 낮을 뿐 아니라,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도 반대의사를 드러내지 못하는 침묵의 나선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때문에 SNS에서 오고가는 담론들은 서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 유통되고 소비되며, 한 가지 견해를 두고 모두가 옳다고 착각하는 ‘무오류성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것이 만약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정강정책이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라 착각할 것이고, 언론사라면 자사의 논조가 대중의 중심을 대표하는 것으로 오해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못마땅한 사람은 입을 다물고, 맞장구를 치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SNS에서 오고가는 의견들은 비판에 민감하고, 비판은 암암리에 위축된다.

결국 SNS에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해석할 것인가의 숙제가 남게 된다. 만약 사용자가 잘못 다루거나 잘못 해석하면 그것은 대중 민주주의의 도구가 아니라, 마치 대통령 지지 여론조사의 함정처럼 소수의 편견과 아집으로 점철되고 편협한 주장이 자기 정당성을 획득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안동신세계연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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