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생명체의 흔적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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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제외한 태양계 안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개략적인 답은 다음과 같다. 태양계의 행성들 중에서 생명이 존재했든, 혹은 현존하든, 그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화성이다. 화성은 형성과정, 초기 기후의 역사, 물이 저장된 곳 등 많은 것이 지구와 닮았다. 그리고 외계생물학 논의에 늘 등장하는 또 다른 곳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이다. 타이탄은 초기 원시 상태였을 때 생명의 전조가 되는 분자들의 형성이 촉진될 조건들을 갖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타이탄

타이탄

그런데 신기한 것은 과학자들이 이 두 천체에서 메탄가스를 발견한 것이다. 화성에서 발견한 메탄은 상당량이다. 타이탄은 메탄으로 덮여 있다.

메탄이 화성에서 생물학적 원인으로 발생했을 확률은 지질학적 원인에 의해서 발생했을 확률 정도가 된다. 탐사를 통해서 화성과 타이탄 모두 대량의 지하수와 함께 우리가 잘 모르는 지구화학적 활동이 일어나고 있음이 밝혀질 것이므로 두 가능성 모두 관심거리다. 두 천체에서 메탄의 기원을 파악할 수 있다면, 천체에 존재하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지구형 천체들의 형성, 변천,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해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천체에서 발견된 메탄은 이들 두 천체뿐만 아니라,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거대 행성에 풍부하다. 태양계가 만들어지던 당시에 성운 물질에서 일어난 화학반응의 산물이다.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메탄가스

그러나 지구에서의 메탄은 특별하게 생겨난다. 지구의 메탄은 95% 정도가 생물학적 방법으로 생겨난다. 소, 염소, 야크 등 발굽이 있는 초식동물은 매년 전 세계 메탄 방출량의 20%를 내뿜는다. 이들의 내장에 있는 세균들이 신진대사 과정에서 부산물로 메탄을 만들어낸다. 그 밖의 주요 발생원은 쌀을 재배하는 논, 습지, 광합성 식물 등이다. 화산이 기여하는 양은 지구상 전체 메탄의 0.2% 미만이다. 산업시설에서 만들어내는 양도 무시할 정도다. 따라서 지구와 닮은 천체에서 메탄을 검출한다면, 그 곳에 생명이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생물학적 원인으로 생겼을 가능성

화성과 타이탄의 메탄은 지구에서처럼 생물학적 원인으로 생긴 것인가 아니면 혜성이나 운석의 충돌 등 다른 원인에 의해서 생긴 것인가?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지구물리학적·화학적·생물학적 과정에 대한 지식으로 이러한 가능성을 심도 있게 찾아가고 있다.

메탄의 생성 원인을 좀더 분석적으로 살펴보자. 그러기 위해서 메탄의 생성 비율 혹은 전달 비율을 살펴보자. 이 비율은 메탄이 대기에서 사라지는 속도와 연관이 있다. 화성 표면에서 60㎞ 이상 되는 고도에서는 메탄 분자는 태양의 자외선에 의해서 파괴된다. 이보다 낮은 고도에서는 물 분자가 자외선에 의해 분해돼서 생기는 산소원자와 수산기(OH)가 메탄을 산화시킨다. 따라서 새로운 메탄의 보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대기 속의 메탄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화성에서 메탄의 수명은 300~600년 정도가 된다.

화성

화성

지구에서는 이러한 과정들에 의해 메탄의 수명이 약 10년 정도다. 타이탄에서는 태양 자외선이 훨씬 약하고 산소가 포함된 분자들이 훨씬 적기 때문에 메탄의 수명은 1억 년 정도까지 될 수 있다. 이 정도의 시간이면 메탄이 바람과 확산을 통해서 대기 중에 고르게 분포할 수 있는 시간이다. 따라서 화성에서 지역에 따라 메탄의 농도에 변화가 있다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이는 메탄이 지역적 발생원에 의해서 생성되고 있거나 혹은 메탄이 사라지는 싱크대 같은 지역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싱크대 같은 역할은 바로 화학적 반응성을 갖고 있는 토양일 수도 있다. 이러한 토양은 메탄 손실을 촉진시킬 수 있다. 화성에서 메탄의 수명은 약 600년 정도이므로 화성 전체의 평균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매년 100t씩 메탄을 생성해야 한다. 이 값은 지구 메탄 생성률의 약 25만 분의 1이다.

그렇다면 화성의 화산 활동에 의해서 화성에 메탄이 생겨났을 가능성은 얼마일까?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 화성의 화산은 이미 수억 년간 죽어 있는 상태다. 만약 화산이 메탄을 생성했다면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도 함께 방출됐어야 하지만 화성 대기에는 유황 화합물이 없다. 메탄이 행성 외부에서 공급되었을 가능성 역시 별로 없다.

타이탄이 토성의 작은 성운 속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대기 중에 방대한 양의 메탄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타이탄의 메탄은 외부에서 공급된 것이 아니라 타이탄에서 생성된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과 유럽우주기구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카시니-호이겐스 탐사계획에 따른 호이겐스 탐사선은 타이탄 대기 중에서 크세논이나 크립톤을 발견하지 못했다. 만약 메탄이 타이탄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유입된 것이라면 이런 무거운 기체들도 함께 왔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타이탄에서 있는 메탄의 존재도 화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수께끼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생명체는 메탄을 발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메탄이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생명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과학자들은 메탄의 발생원과 소멸하는 곳, 그리고 동위원소 조성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또한 기체 및 고체 표본을 대상으로 메탄 이외의 유기분자들과 미량물질을 조사해야 한다. 비록 메탄이 생명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이런 연구를 통해서 화성과 타이탄의 형성, 기후 역사, 지질, 변천사 등에 관한 것이 많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성근〈고려대 물리학과 교수·사이언스 올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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