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우 ‘프로젝트 위기’ 대표 “교육개혁, 제도로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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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백진우 ‘프로젝트 위기’ 대표 “교육개혁, 제도로는 어렵다”

“옛날에는 자기 자신을 위해 배웠지만, 지금은 남의 눈을 의식한 학문을 한다.”

<논어> 헌문편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공자는 2500년 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위인지학(爲人之學)을 비판했다. 그는 자신을 위해 배우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이 학문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교육은 여전히 위인지학으로 굴러가고 있다. 입시와 취업이 만든 경쟁체제는 남에게 인정받는 것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백진우 ‘프로젝트 위기’ 대표(21)는 “제주에서 열린 ‘세바시 PAN 2014’에 참석해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지 못하는 교육체제를 비판하고, 교육개혁 활동을 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당시 청중으로 있었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발표를 듣고 단체 설립에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지난 11월 25일 청년이 2018학년도 수능문제를 직접 풀어보는 모의수능 이벤트를 열었다.

이 행사는 수학능력시험이 개인의 역량을 정확히 포착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7명이 모의수능에 응시했다. 응시자 대부분은 명문대에 재학하거나 졸업했다. 이들은 국어, 수학, 영어 중 한 과목을 선택해 실제 수능과 같은 방식으로 시험을 쳤다. 시험 결과 원점수를 기준으로 자신이 합격한 대학교에 다시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의 점수를 받은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백 대표는 “합격자가 한 명 나온 게 지금도 신기하다”면서 “수능제도 도입을 주도한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초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도 합격자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학생 주도 교육개혁을 하고자 2014년 11월 ‘프로젝트 위기’를 만들었다. 단체명은 자기 수양을 위한 위기지학에서 ‘위기’를 따왔다. 백 대표는 “당시에는 위기지학을 하고 싶은데, 우리나라 교육체계가 이를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제도를 어떻게 하면 개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교육 콘퍼런스를 열었다”고 말했다. 2015년 2월 제1회 교육 콘퍼런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행사를 38회 열었다. 위기가 주최한 콘퍼런스에는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전성은 전 거창고 교장, 이혜영 아쇼카 코리아 대표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 백 대표는 “대학 입시규정은 해마다 바뀌고, 학제도 수시로 바뀌었다. 더 이상 제도로 교육개혁을 하는 건 어렵다”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 개인이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는 입시와 취업을 전쟁이라 수식할 정도로 과도한 경쟁사회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에서 자기만족에 중심을 둔 위기지학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백 대표는 “최근 위기지학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박 교수를 비롯해 콘퍼런스에 참여한 연사들은 교육문화를 바꾸기 위해 강의료도 받지 않고 행사에 참여했다”면서 “퇴사를 고민하거나 퇴사 후 삶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진로탐색 교육을 제공하는 퇴사학교도 위기지학을 중시하는 문화현상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상빈 자유기고가 literature09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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