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보다 더 두근거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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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결과 최근 대학 편입학 시험과 토익(TOEIC), 텝스(TEPS)등 영어시험에서 무전기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에 밝혀져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고 말한다.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풍조, 모든 것이 단 한번의 시험으로 평가되는 현실, 성적과 졸업한 대학이 앞으로의 삶을 결정한다고 믿는 생각들을 먼저 개선해아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리온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커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집자]

[시사수다]"첫사랑보다 더 두근거려요"

수다 떤 사람들

박재만(38, 법무팀)

오광수(33, 영업기획팀)

이혁제(30, 해외영업팀)

우신영(25, 기획팀)

김윤정(25, 영업지원팀)

김미선(24, 해외지원팀)

정리 임형도 기자

사진 김석구 기자

오광수 : 여기 있는 사람들은 커닝을 안 했겠지만 그래도 방법들은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김윤정 : 전 커닝 했는데요.

우신영 : 전 안 했어요. 그런 건 있어요. 공식만 잠깐 적은 거.

오광수 : 그게 커닝이지 뭐. 하여간 이번에 터진 사건은 무전기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커닝했다는 점에서 크게 놀랐어요. 기술이라고 하면 뭐하지만 커닝 기술도 발전하는 것 같아요. 저 학창시절에는 그저 볼펜 안에 커닝 페이퍼를 넣거나 책상에 적어놓는 정도였는데. 해보셨죠?

[시사수다]"첫사랑보다 더 두근거려요"

김윤정 : 점수가 안 나오거나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커닝을 하게 만드는 거 아닐까요?

오광수 : 재미로 하는 경우도 있어요.

김윤정 : 설마 커닝을 재미로 해요?

오광수 : 스릴 있잖아요. 선생님한테 안 들키고 하는 거.

김윤정 : 제가 아는 선배 중 한 사람은 공부도 잘 하고 열심히 하는데, 항상 커닝 페이퍼를 들고 다녔어요.

박재만 : 내가 그랬는데.... 하하. 사실 커닝 페이퍼라는 게 나올 만한 거만 적는 거잖아요. 마무리하면서.... 최종 정리판이라고 할까. 페이퍼 들고 들어가지만 보지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미 머릿속에 정리가 돼 있기 때문에 시험문제 보면 술술 나오거든요.

이혁제 : 정말 그때가 최종 정리 시간 같아요. 적으면서 기억하는 거. 그런 거 보면 커닝 페이퍼 작성도 하나의 공부방법이겠네요.

[시사수다]"첫사랑보다 더 두근거려요"

김미선 : 사람을 평가할 때의 객관적 지표는 수치 아닌가요?

박재만 : 10명 모집하는데 1,000명이 지원했다고 가정해 보세요. 처음부터 1,000명을 다 면접볼 수는 없잖아요. 100명으로 줄여야 하는데 과연 어떤 방법으로 줄이느냐. 그 1차 관문이 서류심사죠. 서류심사에서 중요한 건 성적일 수밖에 없고요. 쉽게 말해 서류심사에서 보는 토익 점수, 그게 무슨 대단한 건 아니잖아요. 직접 불러다가 테스트하는 게 가장 확실한 거잖아요.

오광수 : 한 번은 커닝하려고 책상에 쭈욱 적어놓은 적이 있는데요. 적고 나서 다음날 갔는데 정말 황당했어요.

김윤정 : 자리 옮기라고 했죠?

오광수 : 아니오. 어떤 자식이 내가 적어 놓은 그 책상을 들고 가버린 거예요. 자기 책상과 바꾼 거죠.

박재만 : 수성펜으로 쓸 경우에는 조심해야 해요. 잘 써놓았는데 손에 뭉개졌을 때.... 손이 새까맣게 되어서 손을 올리지도 못해요.

우신영 : 대학 때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원서를 꺼내놓고 보는 전공 시험이었는데요.

오광수 : 원서는 꺼내놓아도 별문제 없잖아.

우신영 : 한 친구가 교수님한테 제발 사전을 보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나중에 보니까 사전에다 깨알같은 글씨를 써놓은 거예요. 기막힌 방법이죠.

김윤정 : 고등학교 다닐 때는 커닝을 아무도 안 했어요.

박재만 : 커닝을 안 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정말 커닝을 안 했다면 문제가 쉬웠다는 얘기 아니야?

김윤정 : 그건 아니고 미션스쿨이었는데....

박재만 : 그럼 그럼, 그래야지. 하느님이 보고 계신데.

[시사수다]"첫사랑보다 더 두근거려요"

박재만 : 거참 이상하다. 그것도 그럼 문제가 쉬웠던 거야. 준비해 갔으면 봐야지.

김윤정 : 다른 친구들이 커닝하는 바람에 열심히 한 사람이 피해보는 경우도 많아요.

박재만 : 내가 그 경우야.

오광수 : 커닝은 다른 사람의 정보나 지식을 내 걸로 만드는 거잖아요.

박재만 : 그보단 잠깐 이용하는 거지.

오광수 : 우리 사무실에도 커닝이 있지 않나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의 좋은 파워포인트를 슬쩍 한다거나.... 엄연히 다른 사람의 지적 재산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거니까. 정보 공유의 시대니까 주고받는 건 괜찮을지 몰라도 허락받지 않고 가져가는 것은 절대 안 돼요. 지하철에서 남이 보는 신문을 어깨 너머로 보는 거 그것도 커닝 아닌가요? 곳곳에 커닝문화가 박혀 있죠.

박재만 : 그것도 커닝이야?

우신영 : 그게 무슨 커닝이야?

박재만 : 그건 더불어 살아가는 거지.

[시사수다]"첫사랑보다 더 두근거려요"

이혁제 : 그런 것들이 바로 커닝을 유발하는 것 같아요.

우신영 : 요즘은 문제지 유형이 서로 달라서 커닝하기도 힘들 텐데.

김윤정 : 그러니까 커닝 방법도 날로 발전하는 거죠.

김미선 : 저는 커닝 절대 안 해요. 자존심 상해서요. 선생 앞에서 볼까 말까 하는 느낌도 굉장히 싫어요.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결과 중심주의예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있잖아요. 부모도 자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자녀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배우는 것 같아요.

오광수 : 커닝을 도와준 적은 있어요?

김미선 : 도와준 적도 없어요. 학교도 문제가 있는 게 감독이 굉장히 소홀했어요.

오광수 : 혹시 미선씨 학교도 미션스쿨? 

이혁제 : 숫자, 글자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숫자에 의해 평가받는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그걸 먼저 배우는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커닝을 좋아하는지 어학연수 가서 알았어요. 한 번은 단어시험을 보는데요, 채점도 본인이 하고 선생님한테 제출하지도 않는 시험이었어요. 그야말로 자기 스스로 자기 실력을 평가하는 거였죠. 그런데도 우리나라 학생들은 커닝을 하더라고요. 

[시사수다]"첫사랑보다 더 두근거려요"

오광수 : 아이들이 그러는 건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그것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연결된다는 건 비약 아닌가요?

박재만 : 사고방식은 7, 8세때 다 정해진다고 하잖아요. 그때 죄의식을 못 느끼면 다른 것들에도 자기합리화시키게 되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무엇이 건전하고 떳떳한 행동이고 사고방식인지를 먼저 가르쳐야 해요.

우신영 : 학창시절 때 정말 화난 건 저는 정말 공부 열심히 했는데, 다른 친구들이 커닝하는 거였어요. '저건 도둑질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른 친구들에게 그런 말 하면 꽉 막힌 인간이라고 비난하더라고요.

이혁제 : 저는 딱 한 번 커닝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한 적이 있는데요. 시험문제가 논술형이었는데 한 글자도 못쓰겠더라고요. 그때 많이 망설였는데 제가 워낙에 새가슴이라 결국 하지는 못했죠.

오광수 : 달리 방법이 없을 땐 커닝하는 사람을 어떻게 하면 잘 잡을 수 있을까,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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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제 : 단답식 문제도 없어져야 해요. 논술형은 커닝을 잘 할 수 없잖아요.

박재만 : 시험 자체를 없애야 해.

우신영 : 그래도 시험은 있어야 하지 않아요?

박재만 : 수업방식도 바꿔야 해요. 시험을 종이로 치르지 말고 교수님이나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직접 면접하는 형식으로, 이야기-토론식으로 시험을 보는 게 좋죠.

오광수 : 그것도 문제가 있어요. 잘은 모르지만 언변이 좋아서 청산유수로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알기는 많이 아는데 표현을 잘 못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언변이 좋은 사람은 몰라도 아는 것처럼, 어눌한 사람은 많이 알아도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으니까요.

이혁제 : 교육방식-사고방식-삶의 자세 등 사회 전체적으로 개선해야 할 게 많아요. 지금부터라도 개선작업을 시작했으면 해요.

우신영 : 맞아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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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은 OCN, 캐치온, 투니버스, MTV, 온스타일 등 케이블TV 10개 채널을 보유한 업계 정상의 미디어그룹이며, 패밀리레스토랑 베니건스와 최고급 차이니스 레스토랑 미스터차우를 운영하는 외식업계의 강자이기도 하다. 동양 최대의 멀티플렉스 메가박스와 〈태극기 휘날리며〉로 흥행 홈런을 날린 영화제작-투자-배급사 쇼박스는 영화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 〈시카고〉 등에 이어 오는 8월 디즈니의 대형 뮤지컬 〈미녀와 야수〉를 선보이는 공연회사 제미로, 편의점 바이더웨이, 체육복표 사업체인 스포츠토토에 이르기까지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먹는 즐거움에서 보는 즐거움, 느끼는 즐거움까지'라는 경영 슬로건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1980년대 후반까지 전통적인 제조업체에 불과했던 오리온이 짧은 기간 동안에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오리온만의 독특한 열정과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리온의 전 직원은 '포기하지 않는 한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리고 1등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오리온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세계 1등 기업과 당당히 겨룰 수 있는 '월드 클래스(World Class)' 기업이 되는 것. 국내에서 다진 탄탄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향해 나아가며, 외형으로서의 1등이 아니라 내실과 가치로 승부하는 진정한 1등 기업을 만드는 것이 오리온의 모든 가족이 꿈꾸는 내일의 모습이다. 

백운하〈홍보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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