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가질 수 있어 좋은 곳이죠”
MOTO 디자인 편 사진 왼쪽부터 장형일(30·디자이너), 이지연(24·디자이너), 최희승(25·디자이너), 김청하(29·디자이너), 한병혁(40·디자이너).
한국 사회에서 ‘강남’은 종종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른다. 부동산정책, 고액과외 등 사회의 불합리한 면을 이야기할 때 강남은 단골로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강남이 패션과 문화를 선도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MOTO디자인 직원들이 요즘의 강남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편집자>
한병혁: 난 강남이 우리 사회의 문화를 이끌어간다고 생각해요. 강남에 학원도 많고 소득수준과 교육수준이 비교적 높은 사람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이지연: 소득수준과 교육수준이 높으면 문화를 이끌어간다고 할 수 있을까요? 소비와 관련된 문화는 관계가 있을지 몰라도 전반적인 문화를 이끌어간다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은데요.
한병혁: 시대별로 우리 문화를 주도하는 곳이 변해온 것 같아요. 1970년대는 종로가 주류를 이루었어요. 1980년대는 명동으로 옮겨갔죠. 그때 명동에 상권이 형성되고 사람들이 엄청 몰려들었죠. 1990년대는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강남이 주도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그 문화가 분당 쪽으로 옮겨가는 상황이라고 봐요.
최희승: 문화가 분당으로 옮겨간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문화가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홍대앞같이 도심 곳곳으로 퍼지는 거죠.
김청하: 문화가 나가는 게 아니라 생활이 나가는 거죠.
이지연: 문화가 곧 생활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요?
김청하: 제가 말하는 생활이란 베드타운 이미지를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문화는 그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서로 영향을 주고받겠지만 홍대앞엔 홍대앞만의 문화가, 명동엔 명동만의 문화가, 강남엔 강남만의 문화가 존재하는 거죠.
이지연: 맞아요. 문화가 다 같을 수는 없죠. 지역마다 특색에 맞게 발달하는 것 같아요.
김청하: 옷을 예로 들어도 홍대앞에서만 살 수 있는 옷이 있고 명동에서만 살 수 있는 옷이 있고 강남에서만 살 수 있는 옷이 있어요.
최희승: 홍대앞 얘기하니까 학교 다닐 때 생각나네요. 학교 다닐 때는 홍대앞에 자주 갔는데 지금은 직장이 강남에 있다보니 여기에 익숙하네요.
한병혁: 문화는 소비가 많은 지역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소득이 있는 곳에서, 혹은 소득이 더 많은 곳에서 문화가 발생하고 고급 문화가 양산되는 것 같아요. 소득이 높으면 안정되고 편안한 공간을 찾게 되잖아요. 나 같은 경우는 집에서 창문을 열면 일단 산이 보여야 하고 새가 지저귀면 더 좋고…. 창문 열자마자 질주하는 자동차 보이고 매연냄새 맡게 되는 곳은 싫어요.
이지연: 나이에 따라 생각하는 게 다르죠. 한 이사님은 산이 보이고 새가 지저귀며 아늑하고도 고급스러운 용인 수지 같은 곳을 좋아하겠지만 우리처럼 젊은 사람들은 멀어서 싫어요. 친구 만나는 데도 편하고 도심과 되도록이면 더 가까운 곳, 그런 동네가 좋죠.
김청하: 저도 마찬가지예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 있고 돈도 벌어놓았으면 모르겠지만 아직은 젊잖아요.
장형일: 저도 갓 결혼해서 지금은 강남에 살고 있지만…. 물론 전세죠. 살다보니 ‘첨단’이라는 것이 강남을 먼저 거쳐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특화된 곳도 많고요. 프랑스 마을이 형성돼서 프랑스 빵집도 생기고 인테리어도 프랑스풍이 많고…. 한 가지 화나는 건 음식값이 너무 비싸요. 청담동 어디를 가면 에피타이저 하나만 몇만 원이더라고요. 기겁을 하고 나왔죠. 젊은 사람들이 강남을 선호하는 이유는 꿈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지금은 전세로 살지만 조만간 나도 으리으리한 집을 살 것이다… 뭐 그런 꿈이요.
이지연: 그건 결혼한 사람들 얘기죠. 그런 생각 하는 미혼남녀는 별로 없을 걸요.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하겠지만.
장형일: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과 으리으리한 집을 살 것이다라는 생각이 뭐가 다르죠? 난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는데.
한병혁: 음식값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강남이 비싸긴 비싸. 같은 음식인데도 강북에 비해 턱없이 비싸거든요. 얼마 전에 파리에 갔다왔는데 거기 음식값 그다지 비싸지 않더라고요. 파리 하면 전 세계인이 알고 있는 도시고 예술의 도시인데 난 당연히 비쌀 줄 알았죠. 한데 아니더라고. 어쩌면 우리가 너무 비싼 데 살고 있어서 그렇게 느낀 건지도 모르죠.
장형일: 가끔은 아주 비싼 곳도 들르긴 해요. 직업이 디자이너이다 보니까 음식점 인테리어를 보기 위해 일부러 비싼 음식점을 가죠. 그럴 땐 그 음식값을 나를 위한 투자라고 여겨요.
김청하: 비싼 대신 서비스가 강북에 비해 훨씬 좋은것 같아요. 종로나 명동에 가서 음식을 먹으면 종업원들이 별로 성의가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아요. 강남에선 그런 걸 못 느끼고요. 괜한 편견인가?
이지연: 지역별로 아르바이트 비용이 다르다는데 그것도 이유일지 몰라요.
김청하: 그것보다는 강북에는 오가는 손님이 많아서 그런 것 아닐까요? 영화를 보러 간다든가 옷을 사러 간다든가 뭐 그런 사람이 많으니까요.
최희승: 그럼 강남은?
김청하: 강남은 직장생활이나 주거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한병혁: 그럴 듯하네요. 여기서는 불친절하다고 소문나면 바로 장사 끝이죠. 직장인들이 안 가고 거주하는 사람이 안 가고 그러면 망하는 거죠. 그러니 서비스가 좋을 수밖에. 음식값이 비싼 것도 이유고.
장형일: 디자이너로서 강남에는 배울 게 많은 것 같아요. 여긴 외국 자동차 매장이 많잖아요. 외제 자동차 매장을 둘러보면 모터쇼에 간 것 못지않아요. 사지는 못하지만 시승도 해보고 그러면서 디자인과 인테리어도 꼼꼼히 따져보고, 그러다보니 돈을 더 벌고 싶고.
한병혁: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잖아. 형일씨 뜻이 있다면 돈 많이 벌 거야. 하하.
장형일: 부촌이 젊은 사람에게는 목표일 수도 있어요.
이지연: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죠. 하하.
장형일: 이 코너가 원래 개인적인 생각 말하는 거 아니었어요?
김청하: 강남의 또 다른 단점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거예요. 버스나 지하철 있긴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목적지를 제대로 가기가 힘들어요. 전 현재 이곳에서 살고 있지만 여기서 계속 살고 싶지는 않아요.
장형일: 나도 여기 뼈를 묻고 싶지는 않아.
김청하: 강북에 가면 좀 편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대중교통으로 목적지를 가기가 굉장히 수월해요.
최희승: 차량이 강남보다 적어서 그런가?
김청하: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차야 어디든 넘쳐나지.
이지연: 강남이 새로운 문화를 더 빨리 받아들이는 면은 있어요. 예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것들을 강남 사람들은 금방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최희승: 상대적으로 부자들이 많아서 그런 것 아닐까요? 외국에도 자주 나갈 테고 그러면 접하지 못했던 외국 문화를 빨리 흡수할 수 있고, 한국에 돌아와서 뽐낼 수도 있고요.
이지연: 교육적으로도 강남이 최고라고 하는데 아이들 교육은 이제 상계동 쪽으로 바뀌지 않았나요?
김청하: 상계동은 강북에서 좋은 곳이죠. 교육열을 불태우던 강남 부모들이 그쪽으로 간 게 아니란 말이에요. 부동산에 관한 참 우스운 현상인데 그 동네에 학원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집값이 달라진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정말 어처구니 없어요. 그러니 엄밀히 말해서 부동산은 부동산정책으로만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교육도 바로 잡아야 해요.
한병혁: 난 애들을 키우는 입장이니까 교육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강남에 살면 아이에게 정이 흐르는 인간적인 면을 강요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요. 보이는 건 전부 고층 아파트에 매연 뿜어내는 자동차밖에 없는데 어떻게 자연과 인간을 가르치겠어요. 난 어릴 때 흙 만지고 물 묻히며 살아서 그나마 자연을 조금 알았는데 내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을 시켜주지 못해 안타까워요. 일부러 아이들 데리고 낚시도 가고 등산도 가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아이들이 저절로 깨쳐야지 아버지가 자연을 강요한다고 해서 자연과 친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폭력이 난무하는 컴퓨터 게임을 하루에 두세 시간씩 하는데…. 참… 그런 거 보면 끔찍해요. 그렇다고 못하게 할 수도 없더라고요. 그것을 안 하면 또래들에게 왕따당한다고 해서.
최희승: 게임은 강북이나 강남이나 마찬가지예요.
한병혁: 학원도 왜들 그렇게 많이 보내는지 모르겠어요. 요즘엔 심지어 체육까지 학원을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기가 막혀서 원. 그래서 어떻게 전인교육이 되겠어요.
장형일: 난 어릴 때 학원 가기 싫어서 부모님이 학원 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면 땡땡이 칠까 궁리했는데 요즘 애들은 되레 학원 보내달라고 조른다니 말 다했죠. 하하.
김청하: 그럼 교육이 문제구먼.
장형일: 모든 책임을 다 교육에 돌릴 수는 없지만 교육이 책임이 큰 건 사실이죠.
김청하: 제일 좋은 건 강북·강남의 균형 있는 발전이죠. 그걸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긴 한데. 글쎄요, 성공할지는 의문이에요.
이지연: 그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죠. 따라서 성미 급하게 서둘렀다가는 오히려 낭패할 수도 있어요.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진행해야 해요.
<정리 임형도 기자/ 사진 김석구 기자>
[우리 회사는요~] 조화로운 팀워크 전략적 디자인 1988년 창업한 MOTO Design은 디자인 컨설팅과 제품디자인 분야에만 집중해 괄목할 만한 실적을 쌓아올린 한국의 대표적인 제품디자인 회사다. MOTO는 창업 이래 많은 기업들과 함께 무려 1000건이 넘는 디자인을 했다. 많은 경험과 실적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MOTO Design은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자 하는 회사에 처음 기획 단계부터 시장에 출시할 때까지 전 과정에 걸쳐 기업이 꼭 필요로 하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우선 시장정보 리서치와 분석,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과 기호, 패션성향 분석을 통한 상품기획과 전략을 세워준다. 두 번째로 아이디어 스케치와 렌더링을 서비스하고 있다. MOTO의디자이너들은 창조적인 사고와 감각적인 스타일 능력, 그리고 많은 경험과 지식들을 갖추고 있어 매순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MOTO는 오랜 경험과 지식으로 충만한 디렉터 디자이너들과 5~10년의 중간 경력자, 젊고 패기에 찬 젊은 디자이너들이 조화로운 팀워크를 이루고 있다. MOTO의 전략적인 디자인은 회의를 거치면서 잘 다듬어진다. 회의에서 거론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디자인 설계, 양산까지의 모든 가능성을 창조적인 마인드로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상황마다 가장 적절한 과정을 선택, 결정한다. MOTO에서 디자인한 대포적인 제품은 청호 얼음정수기, 한텔의 MP3 플레이어 등이다. 현대 디자인은 스피드, 정보전이다. 빠르고 정확한 것이 경쟁의 핵심요소인 셈이다. MOTO는 수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일류기술을 획득했으며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하고 있다. MOTO의 자부심은 여기에서 나온다. 김창건<실장·Chief Design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