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면서도 같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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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다르면서도 같은 중국

미뤄둔 여름휴가를 지난주 다녀왔습니다.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중국기자협회의 연례교류 행사가 있었거든요. 1992년 한·중 수교와 함께 시작해 올해로 32년째 양국 기자단은 교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10여 년 만의 중국 방문이었습니다. 그사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있었고, 한·중 관계는 몰라보게 나빠졌죠. 말로만 전해 듣던 내용과 현장은 실제로 어떠할지 많이 궁금했습니다. 출장 내내 제 머릿속을 지배한 화두였다고나 할까요.

놀라웠습니다. 마스크가 거의 사라졌더군요. 비행기 안에서만 해도 마스크를 낀 사람이 제법 있었지만, 공항을 나서자 풍경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시를 방불케 할 정도의 방역과 폐쇄가 일상이었다는데 상전벽해 수준이었습니다. 독감과 코로나의 교차 유행에 한파까지 겹쳐 여전히 마스크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한국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미세먼지나 황사 등으로 뒤덮여 베이징 하면 떠오르던 뿌연 하늘도 제게는 관심사였습니다. 과거보단 많이 나아졌다고들 하더군요. 서울과 비교하면 힘들었습니다. 중국의 대표 자동차 기업인 비야디(BYD)를 필두로 샤오미, 화웨이 등 IT 기업까지 가세해 중국 내수 시장의 전기차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 하니 대기 상태는 조금씩 더 개선되겠지요.

한·중 관계 악화와 관련해선 국내 자동차, 전자, 건설 대표기업들의 잇단 중국시장 철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는 사실 미·중 갈등을 비롯한 국제정치 역학 구도, 중국 기업의 약진 등 도도한 흐름과 얽혀 있습니다. 양국민 사이의 감정이 어떠하냐가 가져올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뜻이지요. 그럼에도 앞으로 한·중 양국의 우호적인 발전을 위해선 결코 간과해선 안 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번 출장 기간 동안 현지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을 발견했습니다. 한류 열풍이 잦아든 건 맞지만 특별히 한국에 대한 악감정도 없다고 하더군요. 일본 국민이나 일본 제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요. 글로벌 패권을 두고 다투고 있는 미국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중국의 젊은 세대는 아이폰에 열광합니다. 한국의 젊은 세대한테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요. 신문·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 감퇴, 온라인 미디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무 가중, 온라인 공간의 무료 콘텐츠에 익숙한 이용자들, 그에 따른 수익 모델 부재 등 언론 영역에서부터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생, 인구의 베이징 과다 유입에 따른 지역 발전 불균형, 빠른 사회 변화에 따른 신·구 세대 간 갈등 양상에 이르기까지 양국의 고민은 놀랍게도 닮아 있었습니다.

물리적 공간은 떨어져 있을지언정, 양국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동시대를 살아갑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부분이 그만큼 많습니다.

<권재현 편집장 ja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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