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의 온기만큼, 나 여기 살아 있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렌즈로 본 세상]연탄 한 장의 온기만큼, 나 여기 살아 있소

“여기 난롯가에 앉아서 오는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면서 하루를 보내요.”

서울 노원구의 달동네 백사마을. 연탄난로 앞에 앉은 최순심 할머니(가명·83)가 손을 쬐며 말했다. 할머니는 백사마을에 사는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연탄으로 겨울을 났다. 그가 앉은 사랑방은 난로가 내뿜는 온기로 제법 따뜻했다. 할머니는 연탄과 함께 아침을 시작한다. 굽은 허리를 이끌고 손잡이가 검게 그을린 꼬챙이를 들고 ‘사랑방 난로’의 뚜껑을 열어 연탄불을 확인한다. 해마다 겨울이면 취약계층과 고령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해 연탄을 전달하는 밥상공동체복지재단 ‘연탄은행’은 백사마을 130여 가구를 비롯해 아직 서울에만 1600여 가구가 연탄 난방으로 겨울을 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재개발을 앞둔 백사마을의 많은 집은 대문 앞에 무단출입을 금하는 ‘공가(空家)’ 안내문이 부착된 채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허물어진 집들 사이에서 검은 연탄들이 눈에 띄었다. 그 풍경은 “아직 이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여기에 삶이 있다”고 웅변하는 듯했다.

이 겨울은 취약계층에 더 가혹하다. 백사마을 주민들은 연탄에 의지해 한파를 버텨내고 있었다.

<사진·글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렌즈로 본 세상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