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오늘의 웹툰’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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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늘의 웹툰

일본 만화 <중쇄를 찍자>를 원작으로 한 한국 드라마 <오늘의 웹툰>(SBS)이 시작했다. 원작은 물론 일본 드라마도 즐겁게 본 터라 궁금하던 참이었다. 배경과 인물을 모두 한국으로 옮기고 출판만화를 웹툰으로 바꾼 큰 차이를 어떻게 소화했을까 특히 궁금했다(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드라마 <오늘의 웹툰> 포스터 / SBS

드라마 <오늘의 웹툰> 포스터 / SBS

4화까지 보니 <오늘의 웹툰>은 일본의 출판만화 연재에서나 있을 법한 에피소드를 무리하게 ‘웹툰화’하고 ‘한국화’했다. 그러다 보니 출판만화 편집부도 웹툰 서비스팀도 아닌, 편집자도 웹툰 PD도 아닌 어중간한 모양새가 자주 연출된다. 3화의 ‘재작업’ 에피소드가 특히 그렇다.

원작에는 주인공인 편집자 코코로가 작가에게 콘티 재작업을 요청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콘티란 최종 작화를 제외한 모든 대사와 연출이 담긴 러프(rough)한 원고다. 완성본의 청사진이라 할 콘티는 만화 제작의 필수 단계다. 일본에서는 특히 중요시한다. 담당 편집자가 콘티를 검토해 통과시키면 작가가 작화에 착수하는 것이 일본 출판만화의 사이클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웹툰 PD는 작품을 준비하는 초반 기획 기간을 빼면 콘티 검토를 거의 하지 않는다. <오늘의 웹툰>도 이 차이를 알기에 콘티 검토 장면은 담지 않았는데, 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콘티 재작업 에피소드를 콘티만 빼고 옮겨버린 것이다. 그 결과 콘티가 아니라 채색까지 모두 마친 완성본을 연재일 하루 전에 다시 작업하게 만드는 놀라운 에피소드가 탄생하고 말았다.

일본에서 콘티 검토는 완성본 인쇄를 위한 최종 마감보다 훨씬 일찍 있는 일이라 콘티 재작업에도 여유가 있다. 출판만화 잡지 편집부의 주 업무가 콘티 검토이고, 작가에게도 콘티 재작업은 작화할 시간이 하루 줄어드는 정도의 무리다. 수정과 재작업까지 고려해 만들어진 주간 연재 사이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티가 아니라 웹툰 완성본이라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일주일 내내 작업해야 겨우 만드는 완성본을 하루 만에 싹 다시 만드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놀랍게도 작가는 그것을 수용해 하루 만에 한 회차를 다시 그려내고, <오늘의 웹툰>은 이를 멋진 일인 양 묘사한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이 콘티로는 독자를 두근거리게 할 수 없어요!” 과하게 뜨거운 코코로의 대사지만, 일본 출판만화의 ‘2인3각’ 시스템하에서는 설득력이 있다. 편집자는 할 일을 했고, 작가는 그에 응답해 함께 달린 멋진 일이다. 한국 웹툰은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연재일 하루 전에 완성본을 재작업하라는 요구는 작가에게 24시간 내내 일하고 쓰러지라는 말과 다름없다.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돕는 시스템 없이 좋은 결과만 탐하는 일이다. 작가의 희생과 과노동을 강요하는 일이다.

아차, 쓰며 돌이켜 보니 작가의 희생과 과노동이야말로 한국 웹툰의 핵심 시스템이다. 완성본 재작업 없이도 그렇다. 웹툰 작가들에게 ‘일하며 어려운 점’을 물었더니 ‘장시간의 과도한 노동’을 첫머리로 꼽았다. ‘체감 업무 강도’는 87%가 ‘힘들거나 매우 힘들다’고 했다. 힘든 이유는 다시금 ‘과도한 노동량’(63%)이다. 이것이 ‘오늘의 웹툰’의 현실이니, <오늘의 웹툰>은 그 현실을 이상하고 리얼하게 반영한 ‘현지화’일지도 모르겠다.

<조익상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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