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아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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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입원했습니다

‘혼자 살면 아플 때 서러워.’ 돌볼 사람이 없으니 서럽다는 뜻이다. 결혼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본 여성은 숱하게 들었을 말이다. 아플 때는 타인의 손길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라면 서럽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질병이나 사고로 몸이 아프게 된다는 건 어떤 경험일까. 다드래기의 만화 <혼자 입원했습니다>는 30대 비혼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난소에 큰 혹이 생겨 수술하게 되면서 겪는 일을 담았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만화는 개인적인 투병기를 넘어 질병을 겪는 여성이 처한 사회적 문제를 조명한다.

다드래기 작가의 <혼자 입원했습니다> 한 장면. 창비

다드래기 작가의 <혼자 입원했습니다> 한 장면. 창비

콜센터에서 일하는 조기순은 지독한 변비와 복통으로 고생한 지 오래다. 병원을 찾기로 하고는 당연히 대장질환을 먼저 떠올렸다. 부인과로 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서른 넘도록 상식이라고 믿었던 게 전부 똥”이었다고 알아버린 친구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대장내시경을 받으러 갔을 것이다. 자궁은 여성에게 중요한 장기지만, 결혼도 안 한 아가씨가 산부인과에 가는 걸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여전해서다. 여성이 자기 몸을 잘 알지 못하는 게 ‘상식’인 사회다. 친구의 조언에 따라 간 산부인과에서 난소에 자란 혹이 확인된다. 암일 가능성이 우려돼 기순은 암센터에서 수술을 받게 된다. 기순이 수술을 위해 병가를 내자 남성 상사는 “그깟 병” 때문에 자리를 오래 비우는 걸 탐탁지 않아 한다. 부인과 질환을 대수롭지 않은 병 취급한다. 이곳에서는 부인과 질환만이 아니라 갑상선암도 “그깟 병” 취급이다. 여성들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기순이 일하는 콜센터는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에 걸린 직원이 많다. 업무 강도가 높고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일은 힘든 일로 잘 여겨지지 않는다. 회사는 아프면 노동자 탓으로 몰아간다. 기순은 ‘몸관리’를 못 한다고 비난하는 상사에게 이렇게 일갈한다. “누가 예약하고 아픕니까? 똥도 참아라, 오줌도 참아라, 말도 안 되는 거 시키면서!”

제목처럼 기순은 ‘혼자’ 입원한다. 독립해 비혼으로 살아가는 기순을 못마땅해하는 부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는 기순이 싱글로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나쁜 일을 싱글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로 연결지을 게 뻔했다. 그렇다고 기순이 온전히 ‘혼자’인 건 아니었다. 기순에겐 오랜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은 번갈아 기순의 병상을 지킨다. 이들에게 난관은 돌볼 사람의 부재가 아니다. 돌봄을 가로막는 사회구조다. 가족중심의 사회구조는 돌봄을 가족 안의 일로 한정하면서 가족 바깥에 선 이들의 사회적 관계를 제도 바깥으로 몰아낸다.

이런 사회에서 친구의 간병을 위해 회사에 연차를 내는 건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고 가족이 돌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까? 가족 안에서 돌봄은 여성의 일로만 맡겨진다. 부인과 암환자가 가득한 병동에는 남편들이 간호하러 오지 않는다. 환자가 남편일 때 부인이 간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아픈 부인 곁에서 남편이 간병하는 일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기순은 최소한, 외로워 서럽지는 않았다. <혼자 입원했습니다>는 아프다는 것이 의료적 처치로 해결될 통증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걸 촘촘히 보여준다. 이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상식’이라고 여겨진 생각을 내려놓고 이 복잡한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박희정 기록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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