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인도는 왜 러시아에 반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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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각국의 다양한 이해관계 및 구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포스트 차이나’ 정도로만 알고 있던 ‘인도’의 존재감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인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지속적으로 바라온 필자로서는, 우리가 인도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여전히 부분적이고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체감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인도에 대한 정보는 ‘카스트’,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 ‘소를 숭배하는 나라’ 등 특정 이미지나 부분적입니다. 현재의 인도가 형성되기까지 어떤 영향을 받았고,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으며, 인도를 왜 다양성과 지역별로 특화된 특성들로 나눠 이해해야 하는지 등은 잘 알지 못합니다.

2020년 9월 모스크바에 모인 인도 외무부장관 자이샹까르, 러시아 외무부장관 라브로브, 중국 외교부장 왕이(왼쪽부터) / CNBC

2020년 9월 모스크바에 모인 인도 외무부장관 자이샹까르, 러시아 외무부장관 라브로브, 중국 외교부장 왕이(왼쪽부터) / CNBC

인도가 왜 지속적으로 러시아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는지 전 세계가 의문을 갖고 그에 대한 나름의 또는 공통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은 외신의 분석을 전달할 뿐 우리만의 시각과 의견을 기반으로 인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일입니다. 신남방 정책과 전략적 파트너로 관계를 맺은 인도를 우리는 왜 아직도 잘 모를까요. 아마 아직은 한반도의 정세나 외교 관계, 무역 관계 등에서 인도가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보편적인 판단 때문이라고 짐작합니다. 정말 인도는 여전히 우리의 국익과 거리가 먼 나라일까요.

인도의 진짜 의중은?

필자는 인도에서 촌부부터 소상공인, 중소·중견 기업인, 공무원, 기관 간부, 종교단체장, 예술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몸소 부딪히며 살았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그들의 삶의 방식과 철학 등을 깊이 관찰했습니다. 그런 경험에 비춰보면 인도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상반된 요소가 공존하는 나라입니다. 대표인 것이 이번에 인도가 인하된 가격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인도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의존도 때문이다’ 또는 ‘중국 견제 때문이다’ 등의 분석이 나왔는데, 이는 개별 현상의 인과 관계로만 판단하는 시각이 전제된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 정부가 내리는 많은 정책 결정에는 그만한 이유와 소망, 목표가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상태, 즉 ‘자립 인도’에 이르는 데 필요한 행위의 일환입니다. 인도는 2020년부터 ‘경제성장’을 통한 ‘자립 인도’라는 큰 원(願)을 세우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 성장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지금, 예기치 않은 사태를 맞이했습니다. 석유수출기구(OPEC)는 인도의 경제성장에 따른 2022년 일일 국내 원유 수요량을 515만배럴가량 필요로 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원유 수요의 83%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가 2022년에는 더 많은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러시아산 원유는 전체 원유 수입량의 1%에 불과함에도 구매 계약을 한 주된 이유는 러시아가 배럴당 30달러 인하된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정의 배경으로 추측해볼 수 있는 건, 지난 3월 초 발표한 FY23(2022년 4월~2023년 3월) 예산안을 유가 70~75달러 가정하에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기준 유가가 일정 수준을 벗어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막대한 정부 예산 투입이 예정된 인프라 및 제조업도 타격을 입으니까요. 물론 지난 몇달간 러시아산 원유 구매량이 지난해 총량의 절반을 넘긴 수준이라 해도, 5월 선적 예정인 600만배럴이 매달 소비자 물가에 주는 부담을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내적 부담은 있지만 감내할 만하고 외교적 관계에도 득이 된다고 판단했음 직합니다. 그렇기에 일각에서 분석하는 ‘지금 러시아가 우방이라서’, ‘무기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파키스탄 견제를 위해’ 등의 이유는 궁극적으로 ‘강한 자립 인도’를 위한 부수적인 이유이지 우선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우리가 모르는 인도](23)인도는 왜 러시아에 반대하지 않을까

주목해야 할 인도의 실리추구

현재 인도는 미·중·러 외에도 주변국들의 정세를 동시에 살펴야 하는 상황입니다. 국가 파산 위기에 있는 스리랑카에 지난 몇달 동안 25억달러를 지원하고 쌀 및 식품, 연료, 에너지 부문의 신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에서는 임란 칸 전 총리가 불신임으로 사임하고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새로 선출되면서 그동안 카슈미르에서 고조된 긴장이 완화될 것인지를 비롯한 향후 영향을 민감하게 살피고 있습니다.

그 외에 주목되는 부분은 인도가 급속하게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입니다. 인도는 2021년 중국 견제를 이유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지난 2월 UAE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해 현재 600억달러인 교역액을 5년간 1000억달러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수출품의 90% 이상, 수입품의 97%에 관세 혜택을 부과하기로 하고 위원회 구성에 합의했습니다. 4월에는 호주와 FTA를 체결해 현재 275억달러의 교역액을 5년 안에 5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으며, 그 외에도 이스라엘과 FTA를 논의 중입니다. 영국과는 4차 협상까지 진행된 FTA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난 3월까지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수출액이 4000억달러를 나타내며 사상 최고의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물론 전체 무역수지로 보면 적자지만 수출액 자체를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였고, 딱 한 번 제외하고 300억달러를 한 번도 넘지 못했던 상품 수출액이 300억달러를 넘어서며 인도가 제조업을 지속적으로 부양할 수 있다는 청신호를 주었습니다.

이 연장선상에서 FTA 확대는 제조업 부흥에 필요한 원자재 및 에너지, 금속 광물, 중간재 등의 안정적인 수입선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과 발전된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루트 마련, 그리고 수출 확대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습니다. 실리와 관계를 동시에 추구하는 인도의 선택을 보며 지정학적, 무역, 경제 관계에서 한국과 유사한 측면을 가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우리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도 생각해봤습니다. 미·중·러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인도와 전략적 파트너로서 관계 비중을 더 높이고,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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