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으로 한 ‘국가’라고 하면, 하나의 땅덩어리에 하나의 통일된 언어를 쓸 것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인도는 각각 다른 언어를 쓰는 28개주가 연합한 연방국가입니다. 정부 역시 중앙정부에 해당하는 연방정부(Union Government)와 주정부(State Government)로 나뉘고, 주정부마다 독립적인 정책과 법이 존재합니다.

지오가 5G계획을 발표하는 현장 / 온라인 생방송 갈무리
통신의 발달이 사회의 민주적 가치 발달로
언어도, 음식도, 풍습도, 명절도, 법규도, 정부 정책도 각각 다르다 보니 인도를 하나의 국가로 보기보다 각 주를 하나의 작은 인도로 봐야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를 ‘하나의 인도’로 묶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지만, 도로 및 통신과 같은 인프라 개발이 크게 탄력을 받으면서 이제는 인도를 하나로 연결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저가 스마트폰 공급을 확대해 왔고, 특히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이 늘어나면서 인도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탄력을 받았습니다. 많은 2G, 3G 사용자들이 4G 사용자로 전환했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전체 무선 네트워크 사용자의 97.74%를 차지하는 4G 사용자 수는 약 7억9000만명입니다. 13억인구 중에서 휴대전화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15~64세의 비중이 67.27%인 약 8억7500명인 점을 감안하면 경제활동에 기여하는 인구 대부분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통신 네트워크의 발달로 하나가 된 ‘디지털 인도’가 탄생했습니다. 지난 2~3년간 인도는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활발한 전자상거래, OTT 서비스의 확대와 같은 산업·경제 부문의 변화 외에도 통신과 SNS의 발달에 따른 사회적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났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입니다. 현대자동차 파키스탄의 한 딜러가 자체적으로 ‘카슈미르(인도와 파키스탄 간 영토 분쟁 지역) 연대의 날’을 맞아 “카슈미르의 독립을 지지한다”는 의미를 담은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현대자동차 인도법인과는 무관한 일이었지만 인도인들은 불매운동까지 운운하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거세게 저항했습니다. 결국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공식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 마무리되긴 했지만, 인도 국민의 의사 참여가 얼마나 공개적으로 활발한지 알게 해준 사례였습니다. 특히 교육의 차이, 도시-농촌 간의 격차, 물리적 거리 등으로 인해 존재했던 정보의 편중화, 대중 참여의 한계, 개인이 겪는 불평등과 부당함 호소의 한계, 사회적 이슈 공론화의 한계 등과 같은 문제들을 온라인 여론 형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확률이 예전보다 높아졌습니다.
가짜뉴스나 디지털기기를 소유하기 어려운 시골이나 저소득층은 오히려 발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10만원 미만의 스마트폰 등장으로 저소득층도 구매 가능한 수준에 이르면서 격차를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인도 전역을 잇는 통신망 확대로 지역적·사회적 격차를 해소해 나가는 긍정적 변화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도는 5G 도입을 지속적으로 준비해왔습니다. 인도의 2위 통신사인 에어텔(Airtel)이 1800MHz 주파수 대역의 5G NSA(Non-Standalone) 버전을 시험 중이며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와 제휴해 5G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릴라이언스의 지오(Jio)는 퀄컴에서 투자를 받아 고급 5G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5G 솔루션으로 5G SA(Standalone) 버전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IAX 해저 케이블 루트 / submarinecablemap
정부는 2022년 말 5G 개통을 목표로 하면서 지난해 12월 말, 5G 출시 예정 13개 도시로 구르가온, 벵갈루루, 콜카타, 뭄바이, 델리, 첸나이, 하이데라바드, 푸네, 아마다바드, 러크나우 등을 선정했습니다. 2월 초 발표한 연방 예산안에서도 나타났듯이, 5G 출시를 위해 8월까지 주파수 경매를 결론지을 계획입니다. 시골 지역을 연결할 광섬유 설치 공사도 예정하고 있습니다.
에어텔과 릴라이언스의 지오는 각각 해저케이블 사업에도 참여하는데요, 에어텔은 싱가포르에서 프랑스까지 연결하는 19,200㎞의 SEA-ME-WE6 해저케이블 컨소시엄에 합류해 전체 프로젝트 투자액의 20%에 투자합니다. 싱가포르-첸나이-뭄바이를 연결하는 시스템을 보유하게 됩니다.
지오는 뭄바이에서 출발해 첸나이, 스리랑카, 몰디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을 연결하는 5791㎞의 인도-아시아 익스프레스(IAX) 해저케이블을 2023년 말까지 구축합니다. 추가로 몰디브를 연결하기로 했습니다. 2024년 중순 완공할 인도-유럽 익스프레스는 뭄바이에서, 밀라노를 연결해 이탈리아 사보나에 상륙하며 중동, 북아프리카 및 지중해에도 추가로 상륙합니다.
5G와 해저케이블뿐만 아니라 저궤도위성을 활용한 광대역 서비스 역시 추진 중입니다. 한화시스템이 투자했다고 알려진 바르티(Bharti)의 원웹(OneWeb)이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SpeaceX)는 위성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의 광대역 사업 개시를 위해 인도에서 상용 라이선스를 신청했습니다. 아마존, 타타그룹의 넬코(Nelco)와 텔레셋(Telesat)이 결합한 타타-텔레셋이 이 분야에서 경합하고 있습니다.
관련 산업의 국내 제조 부흥에도 박차
통신 분야 산업의 큰 성장을 기대하며 인도는 통신부품의 국내제조를 장려하는 생산연계인센티브(PLI)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를 자국에서 생산하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아부다비의 넥스트 오빗(Next Orbit)이 이스라엘의 타워반도체와 제휴해 반도체 생산을 신청했고, 폭스콘이 인도의 베단타(Vedanta)그룹과 합작해 반도체 제조를 신청했습니다. 타타그룹과 대만의 TMSC도 관심을 표명했다고 합니다.
2016년 9월 지오가 인도에 4G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지만, 초기에는 크게 시장을 점유하지 못했습니다. 그후 공격적인 가격과 저가 스마트폰 공급 확대로 2020년 말 4G 데이터 트래픽이 99%까지 증가했습니다. 팬데믹과 저가 스마트폰 보급 확대, OTT 서비스, 전자상거래 등이 4G 성장의 주요 요인인데요. 올해 경제성장률을 9%대로 예상하는 인도에서 통신시장의 성장은 필수불가결합니다.
우리 기업들도 이 성장세에 잘 올라타야겠지요. 이미 지오에 통신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케이블 생산기업인 LS전선의 성장, 그리고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신규 진출을 기대해 봅니다.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