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와 알타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장애인에게 더 가혹한 우리 사회

“전장연의 시위로 인해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최근 지하철에서 있었던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두고 서울교통공사가 송출한 안내방송이다. 안내 문구만 듣자면 마치 수십명의 장애인이 시위를 위해 몰려온 것 같지만, 실제 이 지하철 시위에 휠체어를 타고 참여하는 인원은 5명 안팎이다. 수백명이 탑승할 수 있는 지하철에 고작 3~6명의 장애인이 목에 피켓을 걸고 타는 행위가 정말 안내방송까지 송출할 일일까?

웹툰 <열무와 알타리>의 한 장면 / 카카오웹툰

웹툰 <열무와 알타리>의 한 장면 / 카카오웹툰

전장연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줄임말로,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장애인들이 직접 결성한 단체의 이름이다. 이들은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며 꾸준히 지하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할머니 임종을 못 보면 책임질 거냐”는 시민의 말에 휠체어에 탄 전장연 활동가가 “버스 타고 가세요”라고 답한 영상이 한창 인터넷을 떠돌았지만, 그 영상에서 편집된 활동가의 말은 더 처연하고 절박하다. 그는 장애인 이동권이 제한된 현실 때문에 자신도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며,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지하철 시위 현장을 찍은 영상을 보다 보면 온갖 욕설과 혐오 발언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중 어떤 사람들은 왜 굳이 출근길 지하철이어야 하냐며 항의한다. 이 물음에는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출근길 지하철은 왜 아니어야 하나요? 그리고 정말 출근길만 아니면 되는 게 맞나요? 얼마 전 웹툰을 읽다가 유사한 상황을 만난 적이 있다. 쌍둥이가 등장하는 육아 생활툰 <열무와 알타리>의 한 장면이었다. 작중 등장하는 ‘알타리’는 발달장애를 갖고 있어 신체 발달을 위한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내가 보았던 회차에서 알타리는 장애인복지관 수영장에서 열리는 ‘수(水)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대에 수영 강습을 듣는 다른 회원이 아이들에게로 다가와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강습 시간 말고 다른 시간에 좀 하면 안 돼요?”(109화 슬기로운 어린이집 생활(7) 중)

시위는 출근길 지하철이 아니라 다른 때 하라는 외침(고작 휠체어 5대인데?)이나 다른 시간에 치료를 받으라는 말(심지어 장애인복지관인데!)이나 결국 장애인을 배제하고 사회에서 지우는 언행이다. “지금만 아니면 된다”는 말을 장애인들은 매번 듣는다. 대체 지금이 아닌 때는 언제이며, 그것을 왜 비장애인들이 결정하는가?

장애인의 생활과 권리에 무지했던 내게 그들의 실상을 처음 알려준 건 만화였다. <나는 귀머거리다>는 청각장애인 라일라가 그린 생활툰이다. 그 만화를 읽기 전까지 나는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한국 영화에 자막이 없다는 걸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청각장애인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는 학교수업부터 문화생활의 사소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일상 전반에 걸쳐 이런저런 제약사항이 많았다. 웹툰 <열무와 알타리>를 보면서는 장애아동 돌봄시설, 치료센터 등의 복지가 이렇게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심지어 장애인 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으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장애인들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이 웹툰들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우리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장애인들에게 가혹하다. 전장연의 활동가들이 우리 사회를 직접 멱살 잡고 끌어가는 이유다. 그들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지지한다.

<조경숙 만화평론가>

만화로 본 세상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