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불청객, 알레르기성 결막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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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입춘(양력 2월 3~4일경)부터 입하(양력 5월 5~6일경) 전까지를 봄이라고 한다. 기상청에서는 조금 다르다. 9일 연속 하루 평균기온이 영상 5도 이상을 유지하고 다시 떨어지지 않으면 해당 9일 중 첫날을 봄이 시작되는 날로 정의한다. 문학에서는 고생과 고난이 끝나고 새롭게 시작되는 행복한 나날의 비유적 표현으로 쓴다.

수도권 전역에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를 발령한 3월 10일, 서울 종로 인근이 미세먼지로 흐린 모습이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수도권 전역에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를 발령한 3월 10일, 서울 종로 인근이 미세먼지로 흐린 모습이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봄은 의학적으로도 안과와 각별한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의 명사형인 ‘봄’과 동음이의어 관계이기 때문이다. 포근한 봄과 어울리지 않는 썰렁한 농담이었다. 우리는 보통 귀로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을 듣고, 눈에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들어오는 것으로 화려하면서도 잔인한 봄을 지낸다. 그것은 봄철 대표 안질환인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관계가 깊다. 3월부터 5월 사이 병원을 찾는 이들이 급증한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눈을 감싸고 있는 결막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발생한다. 계절과 관계없이 진드기, 곰팡이, 화장품 등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특히 봄철에 알레르기성 결막염 환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대기 중에 꽃가루와 황사, 미세먼지 등의 유해 물질이 많이 떠다니기 때문이다. 이런 물질이 봄바람을 타고 눈에 들어와 각막과 결막을 자극하고, 염증을 일으킨다.

초기에는 이물감이 느껴지고 충혈이 되며, 눈 주위가 붓고, 눈곱이 많이 낀다. 심하면 끈적끈적한 분비물과 함께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안과를 방문하는 게 좋다. 알맞은 안약을 처방받으면 증상이 빠르게 완화되며, 1~2주 이내에 완치될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나 소염제 성분의 점안제를 일정 기간 사용하거나 약을 먹어 재발을 막는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일반적으로 시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전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염증이 번지면서 각막궤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통증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각막 혼탁이 나타나 시력 저하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물론 병원을 찾기 전에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우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찾고, 차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꽃가루가 원인이라면 꽃가루로부터 노출을 피하고, 집 진드기가 원인이라면 꼼꼼한 청소와 충분한 환기가 필요하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외부 활동을 가급적 자제하는 편이 좋다.

박영순 안과전문의

박영순 안과전문의

부득이하게 외출할 때는 콘택트렌즈보다는 안경, 선글라스, 보안경 등을 착용해 최대한 미세먼지와의 접촉을 차단한다. 외출 후에는 인공눈물로 눈에 들어간 미세먼지를 씻어내고, 렌즈를 착용했다면 평소보다 렌즈를 깨끗하게 씻기를 권한다. 가렵다고 눈을 비비면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더욱 나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대신 냉찜질을 추천한다.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얼음주머니와 깨끗한 수건을 이용해 눈을 찜질해주면 가려움과 부기가 가라앉는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재발 가능성이 높은 만성 질환이다. 사전 예방, 꾸준한 관리, 청결 유지 등 평상시 생활습관을 점검해보자. 다른 안질환과 마찬가지로 눈에 이상이 생겼다면 지체하지 말고 바로 안과를 방문해야 한다. 안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영순 압구정 아이러브안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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