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나잇 인 소호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60년대와 현대를 관통하는 살인사건의 진실

이번 영화도 음악을 토대로 이야기를 추측해간다. 음악에 대한 감독의 애정은 단순한 영감의 원천을 넘어 집착에 가까워 보인다.


제목
라스트 나잇 인 소호(Last Night in Soho)

제작연도 2021

제작국 영국

상영시간 117분

장르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감독 에드가 라이트

출연 토마신 맥켄지, 안야 테일러 , 조이, 맷 스미스, 리타 터싱햄, 테렌스 스탬프

개봉 2021년 12월 1일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유니버설 픽처스

유니버설 픽처스

디자이너를 꿈꾸며 런던 패션학교에 진학한 엘리(토마신 맥켄지 분)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학우들의 따돌림과 시골 출신이라는 열등감으로 인해 무기력한 일상을 보낸다. 기숙사를 나온 엘리는 콜린스(다이아나 리그 분) 부인이 관리하는 오래된 건물의 방을 임대하는데 이날부터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꿈속에서 여가수 샌디(안야 테일러 조이 분)를 만난다.

관능적이고 저돌적인 샌디에게 매료된 엘리는 현실에서 활력을 되찾고 능력도 인정받지만, 반면 꿈속의 샌디는 점차 피폐해져만 간다. 결국 엘리는 샌디가 살해당하는 장면까지 목격하게 되고 과거의 살인자가 지금의 그녀 옆에 아직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기획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일단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두 젊은 여배우들의 협연은 유행과 정보에 민감한 젊은 관객들에게는 중요한 기대요소가 되고 있다.

주인공 엘리 역을 맡은 토마신 맥켄지는 뉴질랜드 출신으로 <조조 래빗>, <올드> 등을 통해 낯익은 배우다. 뇌쇄적인 매력을 내뿜는 샌디 역을 맡은 안야 테일러 조이는 개성 있는 외모 덕에 출연하는 작품마다 숨길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드라마 <퀸스 갬빗>으로 빼어난 연기력까지 검증받았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정훈 감독이 촬영을 담당했다는 점도 큰 화제다. 참여한 작품마다 평균치 이상의 비주얼을 선보여온 그의 감각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베이비 드라이버> 감독의 감각적 신작

관심 있는 팬들에게는 아무래도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에드가 라이트 감독에 대한 기대가 클 것이다. 어려서부터 본인만의 영상물을 만들기를 즐겼다는 그는 독립영화와 시트콤으로 기본기를 다진 뒤 본격적인 장편영화 데뷔작인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초기 영국에서 연출한 4편의 작품 중 데뷔작과 <뜨거운 녀석들>(2007)과 <지구가 끝장나는 날>(2013)을 묶어 영국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이름을 딴 ‘코르네토 트릴로지’ 또는 ‘피와 아이스크림 3부작’으로 명명하는데, 주연배우, 유혈이 낭자한 폭력, 영국 특유의 냉소적 유머 등이 공통적 요소로 특징된다.

2017년 할리우드에 진출해 처음으로 연출한 <베이비 드라이버>는 표면적으로는 은행을 터는 범죄자들의 음모와 배신을 다룬 범죄 스릴러였고 음악광인 감독의 재주가 두드러졌다. 선곡된 음악들을 선배치하고 그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확장 진행한 감각적 편집과 독특한 리듬감으로 관객들에게 환영받았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그의 영화 중 가장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일찍부터 그의 팬을 자처해온 열혈관객들에겐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화려한 기교 또는 나태한 답습

다시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와 작업했지만 사실상 할리우드 작품이나 다름없는 이번 작품 역시 감독은 전작 <베이비 드라이버>와 마찬가지로 수년 전부터 작품을 위해 모아온 음악을 토대로 이야기를 추측해갔다고 한다. 이번 작품을 작업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등장하는 음악과 네온사인 불빛의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는 게 너무 어려웠다”고 답할 정도이니 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은 단순한 영감의 원천을 넘어 집착에 가까워 보인다.

먼저 접한 국내외 평론가와 관객들은 평은 우호적이다. 여전히 감독의 특기를 최대한 살린 음악의 활용으로 극대화한 리듬감 넘치는 전개에 정정훈 촬영감독이 빚어낸 원색적이고 몽환적인 비주얼이 더해져 영화는 꽤나 이색적인 결과물이 됐다. 적어도 <베이비 드라이버>를 흔쾌히 즐긴 관객들이라면 이번 작품도 즐거울 여지가 커보인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흥미로운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산만한 이야기 구성과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말의 반전은 과연 이 화려한 판타지에 어수선한 기교의 난장 이상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지 망설이게 만든다.

“호러의 스타일을 바꾸다”라는 홍보사의 공격적 문구는 매혹적으로 읽히지만 그리 올바른 표현은 아닌 것 같다. 그냥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이번에도 “본인의 스타일을 답습하다” 정도가 적절할 듯싶다.

스크린에서 되살아난 60년대의 별들


nypost.com

nypost.com


제목 그대로 런던 소호 거리의 1960년대는 이 영화에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했다. 이를 재현하기 위해 거리풍경부터 패션, 음악까지 다양한 부분에 공을 들였지만, 당시를 풍미했던 원로배우들의 출연을 성사시킴으로써 작품은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됐다.

그중에서도 국내 관객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배우는 테렌스 스탬프일 것이다. 1962년 데뷔작 <빌리 버드>로 제35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됐고, 이후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걸작 스릴러 <컬렉터>(1965)로 제18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명배우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후 <슈퍼맨 2>, <프리실라> 등 현재까지도 열정적이고 폭넓은 연기를 이어왔다.

주인공의 하숙집 주인인 콜린스 부인 역을 맡은 다이아나 리그는 영국을 대표하는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출신으로 TV 드라마와 영화 등을 거치며 토니상과 대영제국 훈장을 받기도 한 대배우다. 1960년대 히트 드라마 <어벤저>에서 몸에 꽉 끼는 가죽의상의 엠마 필 역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는데, 요즘 관객들에게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지략가이자 독설가인 올레나 티렐 부인 역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초 암 판정을 받고 9월에 결국 별세했는데 제작진은 영화 시작에 ‘for DIANA’라는 문구를 삽입해 추모했다.

<007 골드핑거>(1964)의 본드 걸로 유명한 마거렛 놀런 역시 다이아나 리그와 비슷한 시기에 운명을 달리해 이 작품이 유작이 됐다. 토니 리처드슨의 <꿀맛>(1961)으로 데뷔 후 <닥터 지바고>, <스윙> 등의 작품에 출연했던 리타 터싱햄은 엘리의 할머니 역으로 출연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시네프리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