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도-아름다운 화폭에 피어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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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목소리 연기에 소냐, 김다현 등 전문뮤지컬 배우를 전면 기용했는데, 국악 연주를 바탕으로 편곡된 선율 위에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전달되는 애절한 삽입곡은 작품 속 비애와 애틋한 감정을 섬세하게 반영한다.

제목 무녀도(The Shaman Sorceress)

제작연도 2020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86분

장르 애니메이션, 뮤지컬

감독 안재훈

출연 소냐, 김다현, 장원영, 안정아,

달시 파켓

개봉 2021년 11월 24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필로 명상하기

연필로 명상하기

‘무녀도(巫女圖)’는 소설가 김동리가 1939년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영화는 액자구조의 원작 형태를 그대로 따르며 화자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과거에는 흥했으나 지금은 몰락한 집안의 한구석에 걸려 있는 무녀도. 주인공은 할아버지에게 전해 들은 그림에 얽힌 사연을 풀어놓는다. 나름대로 동네에서 영험하다는 소문이 난 무당인 모화(소냐 분)는 근근이 굿을 하며 딸 낭이와 살아간다. 어느 날 절로 출가 보냈던 아들 욱이(김다현 분)가 돌아온다. 하지만 아들은 기독교 신자가 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갈등은 깊어만 간다. 한편 의붓남매인 욱이와 낭이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오가면서 이들의 관계는 더욱 위태로워진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연필로 명상하기’는 2003년 설립됐다. 부부인 안재훈 감독과 한혜진 감독을 주축으로 중단편 애니메이션은 물론 TV 시리즈와 뮤직비디오, CF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창작활동을 해오고 있다. 사실상 ‘연필로 명상하기’는 곧 안재훈 감독이라는 등식도 틀리지 않다.

극장용 장편영화로 내놓은 첫 작품은 2011년 개봉한 <소중한 날의 꿈>이다. 첫 제작단계부터 거의 10년의 제작 기간이라는 진통 끝에 탄생한 이 작품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고등학생들의 순수한 사랑과 성장을 다룬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현실적 배경과 따뜻한 이야기의 전개는 이제껏 보지 못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성취라는 평가를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매끄럽지 못한 연출이나 전문성우를 배제한 목소리 캐스팅 등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적인 것에 대한 책임과 애정

이후 ‘연필로 명상하기’는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2014년 3편의 작품을 모음집 형태로 공개한 장편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중편 <소나기>를 개봉했고, 이번 <무녀도>가 안재훈 감독의 4번째 극장영화가 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담아내겠다는 책임의식과 애정은 매번 작품을 이끄는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이번 작품 역시 기획 단계부터 작품에 대한 폭넓은 분석은 물론, 배경이 되는 지역의 특색이나 다양한 무속 행위의 형태까지 철저하게 고증해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무녀도>는 ‘연필로 명상하기’가 오랫동안 지속해온 ‘한국 단편문학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인 동시에 최초의 뮤지컬 작품이라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를 위해 주인공 목소리 연기에 소냐, 김다현 등 전문뮤지컬 배우를 전면 기용했는데 전통적인 국악 연주를 바탕으로 편곡된 선율 위에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전달되는 애절한 삽입곡들은 작품 속 비애와 애틋한 감정을 섬세하게 반영한다.

선한 진심이 빛나는 미완의 걸작

<무녀도>가 완성돼 처음 공개된 것은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서였다. 지난해에는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라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의 장편경쟁부문 콩트르샹 섹션에 출품돼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안시영화제에서의 수상은 이성강 감독의 <마리 이야기>(2002), 성백엽 감독의 <오세암>(2004) 이후 장편 작품으로는 16년 만의 쾌거라 더 기쁜 소식이다. 제작사는 이런 화제성을 몰아 개봉이 준비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한 연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동안 다수의 수정작업이 더해져 처음 공개버전보다 보완된 지금의 개봉판이 완성됐다. 하지만 아직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발견됨을 부정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첫 작품 <소중한 날의 꿈> 이후에도 ‘연필로 명상하기’가 내놓은 작품들에 대한 평가는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늘 뚜렷한 명암이 공존하는 미완의 걸작 같은 아쉬운 여운을 남긴다.
원인이야 여러 이유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약점이 관객들에겐 냉정한 평가의 기준임은 분명하다. 미국의 ‘디즈니’나 일본의 ‘지브리’ 같은 대형 프로덕션의 빠르고 화려한 첨단 애니메이션을 손쉽게 접하고 당연하게 소비하는 관객 취향의 외형적 상향평균화는 <무녀도>가 상대해야 할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녀도>는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척박한 한국의 순수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히 빛나고 소중하다.

또 하나의 선물 ‘애니메이션 현대문학 단편집

&(앤드)

&(앤드)


영화 <무녀도>의 개봉에 맞춰 ‘연필로 명상하기’는 도서도 출간했다. <애니메이션 현대문학 단편집>이 그것. 지난 8년간 묵묵히 이어왔던 한국 현대 단편소설을 기반으로 작업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성과를 역으로 원작소설 안에 되돌려 녹여낸 결과물이다.

책에는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된 소설들이 실려 있는데 황순원의 ‘소나기’,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김동리의 ‘무녀도’, 김유정의 ‘봄봄’,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총 5편이다.

뒤표지에 표기된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현대문학 단편 BEST 5’라는 문구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텐데, 당연히 어른들이 다시 읽어도 새롭게 다가올 소중한 작품들이다.

안에는 원작소설과 함께 그동안 영화화를 위해 정성스럽게 제작 사용된 3만장이 넘는 원화 중 애틋하고 눈부신 찰나의 순간들이 엄선돼 거의 모든 페이지에 삽입됐다. 오리지널이 지닌 문학의 가치는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극장 스크린을 가득 채웠던 생생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이 풍성하게 배치돼 이야기의 깊이와 정서를 확장시킨다.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도 굳이 별도의 장비나 준비 없이도 따뜻한 과거의 인물들과 풍경을 언제든지 꺼내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과 맞닿아 있어 모처럼 남녀노소 온 가족이 공유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자주 쓰지 않는 단어나 어휘에 대한 주석도 친절하게 추가돼 있어 이제 막 문학에 입문하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더욱 요긴한 책이 될 것 같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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