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32년 만에 다시 소환된 유령사냥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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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펭글러의 유령은 손녀에게 자신의 ‘유산’을 알려주고, 이 신구 고스트버스터즈 멤버들이 힘을 합친 유령퇴치 작전에도 참여한다. 뭉클한 장면이다.

제목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Ghostbusters: Afterlife)

제작연도 2021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24분

장르 서스펜스, 액션, 어드벤처

감독 제이슨 라이트만

출연 캐리 쿤, 핀 울프하드, 맥케나 그레이스, 폴 러드

개봉 2021년 12월 1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수입·배급 소니 픽처스

소니 픽처스

소니 픽처스

한국에 먼저 알려진 것은 노래였다. 1980년대는 팝송의 시대였다. 양대 지상파 라디오에서는 경쟁적으로 케이시 케이슴이 진행하던 <아메리칸 톱 40>을 틀었고, 레이 파커 주니어의 노래 ‘고스트버스터즈’는 빌보드차트 1위를 기록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오리지널 고스터버스터즈는 권선징악적 결론을 담고 있는 호러 코미디영화였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하이라이트 장면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파괴신 고저가 “너희들이 생각하는 존재가 너희들을 파멸로 이끌 것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댄 애크로이드가 역을 맡은 레이는 마시멜로를 무심결에 떠올린다. 뉴욕의 빌딩 숲 사이를 헤치고 거대한 ‘호빵맨’이 걸어나온다. 원래 영화상 캐릭터 명은 ‘스테이 퍼프트’ 모자를 쓴 마시멜로맨이다. 당시 극장 자막도 호빵맨으로 지칭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1988년에 일본에서 TV 방영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호빵맨(앙팡만·アンパンマン)이 한국에 알려지기 전이었다.

32년 만에 제작된 후속편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는 1989년 제작된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2>의 후속편이다. 무려 32년 만이다. 영화는 1985년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유령대소동이 실제로 있었고, 당시 고스트버스터즈라는 과학자 출신 ‘히어로’들의 활약으로 도시를 파괴하던 악한 유령들을 퇴치했다는 설정이다. 유튜브에는 과거 그들이 냈던 전화번호가 크게 찍혀 있는 투박한 광고영상, 실제 그들이 유령들을 퇴치하는 클립 등이 올라 있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 소녀·소년들에게는 그저 옛날 역사 속 이야기다. 요즘 10대나 20대에게 11월 23일 사망한 전두환은 그저 역사 속 인물인 것처럼.

고스트버스터즈는 왜 사라졌을까. 영화에 따르면 답은 그들이 너무 ‘유능했기’ 때문이다. 1985년과 1989년의 ‘그 사건’들 이후 웬만한 크리티컬한 유령들은 다 잡혀버려 더 이상 먹고살만 한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았다. 대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제 갈 길을 간다. 30여년 전 TV광고에 나왔던 그 번호는 오컬트 서점을 하고 있는 레이가 쓰는 번호다. 그나마 제일 성공한 사람은 윈스턴 제드모어인데, 그는 사업가이지만 영화에 붙여진 부가영상에 따르면 언제나 자신이 ‘유령퇴치가’였음을 잊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무튼 영화는 오리지널 1편과 2편에서 고스트버스터즈의 멤버였던 이곤 스펭글러의 딸과 그의 손자들의 이야기다. 멤버에서 떨어져 나온 이곤 스펭글러는 미국 오클라호마주 섬머빌이라는 외딴 시골에 홀로 살다가 죽는다. 스펭글러의 딸이자 두 아이를 홀로 키우던 칼리는 밀린 집세를 해결하고자 아버지가 살던 낡은 농장으로 온다. 그러나 집은 낡다 못해 썩었고, 아버지는 전기세조차 이웃의 도움으로 근근이 해결하던 가난뱅이였다. 스펭글러는 왜 그곳으로 이주했을까. 그리고 딸과 손자들에게 남긴 그의 유산은 무엇이었을까.

알고 보니 오리지널 1편에서 끝판왕 악령으로 나왔던 고저는 이곳의 버려진 폐광산에 숨어 있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스펭글러는 간신히 고저를 유령 덫에 잡아넣었고, 그 덫은 이 집 바닥에 숨겨져 있었다. 호기심 많은 과학소녀 피비와 그의 방학 과학교사 개리가 덫을 풀자 고저는 다시 광산으로 돌아가 무시무시한 재해를 일으키려 한다. 그리고 유산. 유령퇴치 장비들이다. 30여년이 흘렀지만 캐딜락 차를 개량한 출동 차량 ‘엑토 1’은 그럭저럭 잘 굴러간다. 양성자 광선을 발사하는 프로톤 팩도 퓨즈 한두개만 손보면 여전히 작동하고.

왜 내세(afterlife)란 제목이 붙었을까

오리지널 고스터버스터즈의 팬이라면 열광할 만한 아이템이 영화엔 가득이다. 그냥 카메오 정도로만 출연하는 줄 알았는데, 피비와 오빠 트레버, 트레버의 여자친구 럭키와 피비의 단짝 팟캐스트(크레디트를 보면 로건 김이라는 소년인데 한국계인 듯하다)가 부족하자 왕년의 고스트버스터즈 멤버들이 총출동해 고저를 퇴치하는 데 힘을 보탠다.

그런데 스펭글러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스펭글러의 유령은 손녀에게 자신의 ‘유산’을 알려주고, 이 신구 고스트버스터즈 멤버들이 힘을 합친 유령퇴치 작전에도 참여한다. 이 영화의 영어제목에 붙은 내세(afterlife)를 떠올리게 하는 뭉클한 장면이다.

영화의 감독은 제이슨 라이트만이 맡았는데, 그의 아버지가 오리지널 <고스트버스터즈> 1·2편, <트윈스>(1988), <꼬마돼지 데이브>(1993)를 감독한 이반 라이트맨이다.

2016년 버전 리메이크판 <고스트버스터즈>를 둘러싼 ‘여성혐오’ 논란들

소니 픽처스

소니 픽처스


이 영화가 시리즈의 3편이지만 실은 한편이 더 있다. 2016년 리메이크작 <고스트버스터즈>(사진)다. 영화에서 오리지널 영화의 주연이었던 빌 머레이는 팀리더 피터 뱅크먼이 아닌 유령의 존재를 부정하는 초현상 폭로 교수 마틴 하이스 박사로 나온다. 유명 여성코미디언들이 주연을 맡고 있는 이 리메이크작은 레이 파커 주니어의 오리지널 엔딩곡도 여성보컬 버전으로 편곡해 들려주는데, 흥행에는 실패했다(이 코너에서 리뷰하진 않았지만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이 오리지널 영화를 좋아했던 관계로 함께 극장에서 본 기억이 난다).

영화는 왜 실패했을까. 많은 논쟁이 있었다. 우선 논란이 된 것은 별점 테러였다.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인터넷영화데이터베이스(IMDB) 등에 이 여성주인공들을 내세운 리메이크에 대해 욕하는 누리꾼들이 집단적으로 낮은 평점을 매겼다. 유튜브에 공개된 예고편에 ‘좋아요’가 아니라 ‘싫어요(dislike)’ 수가 압도하자 영화의 주연을 맡은 여성코미디언 멜리사 매커시가 이들 별점테러를 벌인 사람은 “여성혐오(미소지니)를 가진 아주,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이라고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에린 길버트 박사 역으로 출연한 크리스틴 윅도 유튜브 리액션 영상 등을 통한 영화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자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악평이 많았던 것은 (주연배우였던) 우리가 여자였기 때문”이라고 언론인터뷰에서 밝혔다. 논란은 영화 개봉 이후에도 가라앉지 않았다. 트위터를 통한 ‘조리돌림’은 흑인여성 캐릭터로 출연했던 레슬리 존스에게 집중됐다. 결국 영화감독인 폴 피그(여성감독이 아닌 1962년생 남자다)조차 트위터에 “이건 선을 넘은 짓”이라고 올리면서 폭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1989년 2편에 이어지는 후속편이다. 공식적으로 2016년 버전의 ‘존재’는 지워진 셈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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