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환자를 위해 환자의 꿈을 깨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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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14세기 유럽의 흑사병 이후로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역사적인 병원체다. 그 영향으로 영화 <12 몽키즈>처럼 방독면을 써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마스크는 이제 외출 시 옷처럼 당연히 걸치고 나가야 할 필수품이 됐다. 화장을 덜 해도 마스크로 가릴 수 있으니 여자들이 외출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아낄 수 있어 매우 편하다고 한다. 성형외과 전문의인 나에게 사람들이 종종 질문한다. 마스크가 일상 필수품이 되면서 눈 수술이 많이 늘지 않았냐고 말이다. 눈만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눈에 더 신경을 쓰지 않냐는 말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처음에는 환자가 급감했지만, 직후에 반작용으로 그만큼 환자가 더 왔으니 평균적으로 그 전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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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나라별로 많이 시행되는 성형수술은 다르다. 미국과 브라질에서는 몸매에 관련된 수술을 많이 하고, 한국에서는 눈 수술이 가장 많다는 통계자료를 보면 나라와 문화마다 외모에 대한 시선이 다름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니 마스크와 눈 수술을 많이 연관 지어 생각한다.

움직이면 안 될 때를 아는 것

환자가 마스크를 벗지 않고 진료가 가능하냐고 물어보는 이들도 꽤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마스크를 꼭 벗지 않아도 된다. 안면부 상단과 콧등까지 확인한다면 눈 주변부를 충분히 분석해 본인에게 어울리는 디자인 계획을 할 수가 있다. 다만 마스크를 벗으면 전체적인 조화를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눈의 디자인이 바뀌진 않는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한 중년여성은 이번 가을에 딸이 결혼하니 자연스러운 모양으로 재수술을 하고 싶다면서 현재 눈 상태가 많이 안 좋다며 눈물을 보였다. 수술 후 6개월이 지났지만 눈 상태가 아직은 수술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현재는 수술할 수 없으니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무조건 수술을 해달라면서 부탁했지만 실패할 게 뻔한 상황에서 누가 칼을 들겠는가. 죄송하지만 안 움직여야 할 때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더 안 좋은 상황이 될 게 뻔하다고 첨언했다. 그날은 어쩔 수 없이 돌아갔지만, 며칠 후 또 내원했다. 하지만 내 대답은 바뀌지 않았다. 안타까웠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이 부모님과 방문해 상담했다. 부모님이 의사라 주변의 인맥을 총동원해 유명한 곳을 수소문한 끝에 연륜 있는 분께 수술을 시행했지만 안타깝게도 결과가 좋지 못한 케이스였다. 같은 의사에게 몇차례 수술을 더 시행했지만, 결과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앞의 여성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수술로부터 6개월 지난 후에 방문해 수술을 원했으나 눈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아 당분간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 최대한 빠른 시기에 수술을 원했으나 이번에도 환자를 위해서는 칼을 들지 않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돌아가는 여린 학생의 마음을 최대한 보듬고 부모님의 마음을 안정시켜줬다. 추후 좋은 결과를 약속하면서 몇가지 주의사항을 말했다.

여기서 몇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1년 안에 4~5번씩 수술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고, 짧은 시간에 여러 번 수술할 때 마지막 수술 후 6개월이 지났다고 해도 흉이 심하다. 이처럼 안 좋은 상태가 대부분이라 재수술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물론 마지막 수술 후 6개월 후라도 안정화된 좋은 상태라면 당연히 재수술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약 1년 이상 조직의 리모델링 기간이 필요하다. 물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더 이상의 큰 호전이 없기 때문에 그 이상 기다릴 필요는 없다. 병원에 오기 전에 아주 간단히 진단할 수 있는 법은 눈을 감았을 때 붉은 기운이 많이 돌고 있다면 일단 기다리는 게 좋다.

의사의 가이드가 중요하다

위와 같이 심각한 경우도 굉장히 많지만 대부분 첫 수술은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예쁜 여자 친구 혹은 멋진 남자 친구를 만들기 위해, 사업을 한다면 좋은 인상을 주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 큰 부담 없이 병원에 방문한다. 그러면 나 같은 경우는 호감 있는 자연스러운 형태의 수술 결과를 추천해준다. 아주 드문 경우, “저는 맨날 당하고 사니까 세게 보이게 해주세요”라는 사람도 있고 “분위기 있게 게슴츠레하게 보이는 눈으로 해주세요”라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적당히 크고 또렷한 눈과 부드러운 인상의 호감형을 원한다. 그리고 남자들은 쌍꺼풀을 원하지 않고 여자들은 코 쪽 가까운 곳에서부터 어느 정도 쌍꺼풀 라인이 보이면서 바깥으로 완만하게 뻗는 모양, 소위 인아웃을 원한다. 90% 이상은 원하는 바가 비슷하다.

나이가 많은 분들은 불편해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화의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피부가 눈꺼풀을 덮어 눈 뜨기가 힘들고, 심한 경우는 피부가 짓무르는 경우도 많다. 1% 미만으로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경우에는 상안검 수술 혹은 거상을 통해 눈 뜨는 걸 편하게 해줄 수가 있다. 미용상으로 호감 있는 인상을 얻는 것은 물론 삶의 질을 상당 부분 높일 수 있다.

가끔 좌우 폭이 좁으면서 피부가 두껍고 안구 자체가 상대적으로 안와 뼈 안으로 함몰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연예인 사진을 들고 와 서양 사람같이 아웃라인의 화려한 눈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단호하게 불가능하다고 말해 부푼 꿈(?)을 본의 아니게 짓밟게 된다. 우리가 쇼핑할 때 본인에게 맞는 사이즈의 옷과 스타일을 찾아 이 옷은 원래 내 옷이다라는 강한 느낌을 받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성형수술에서 제일 중요한 점도 본인한테 맞는 수술 방법과 디자인을 찾는 것이다. 쇼핑과 다른 점은 경험 많은 의사가 이것은 당신께 맞지 않는 디자인이고 수술 방법이라고 전문적인 가이드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SNS 등의 인터넷 매체와 방송에서 셀럽 혹은 연예인에게 영향을 받아 약간은 허황한 기대를 갖고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수술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 본인의 상태를 명확히 설명해줄 수 있는 의사의 전문적인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병호 아이호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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