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의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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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도 신문처럼 오래 ‘저장’됐으면

지난 8월 다음웹툰이 카카오웹툰으로 재출범했다. 그 소식을 처음 접했던 5월 어느 날, 나는 불안해졌다. 카카오웹툰의 시작보다 다음웹툰의 끝이 더 크게 느껴졌던 탓이다. 그렇게 떠올렸던 것은 야후와 파란 등의 플랫폼이 웹툰 서비스를 닫으며 함께 사라졌던 웹툰 작품들이다.

양영순의 웹툰 <1001>은 더는 웹상에서 볼 수 없지만 그나마 단행본 <양영순의 천일야화>가 출간돼 있다. / 김영사

양영순의 웹툰 <1001>은 더는 웹상에서 볼 수 없지만 그나마 단행본 <양영순의 천일야화>가 출간돼 있다. / 김영사

기안84의 첫 작품 <노병가>는 야후 만화가 문을 닫은 후 꽤 오랫동안 보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2018년에야 네이버 시리즈를 통해 재공개됐지만, 야후의 <노병가>에 달렸던 댓글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파란의 대표작이던 양영순의 첫 웹툰 <1001>은 지금도 웹상에서 볼 수 없다. 그나마 <양영순의 천일야화>라는 제목의 단행본이 출간돼 만화책으로 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책으로는 웹툰의 연출을 확인하기 어렵다. <1001>이 그러데이션으로 수직스크롤 연출을 구현한 최초의 작품이라는 내 기억은, 이제 실물을 통해 검증할 수 없게 됐다.

똑같은 일이 다음웹툰이 문을 닫으며 벌어지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카카오웹툰 출범일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라짐이 염려되는 작품들을 검색해 보는 일이었다. 최초의 플랫폼 장편 웹툰으로 역사적 가치마저 지닌 강풀의 <순정만화>는 무사했다. 이하진 작가가 연재처를 블로그로 옮기며 다음웹툰에 연재했던 분량을 무료로 남겨뒀던 <카산드라>도 그대로였다. 추가 수익이 나지 않는 작품이라 옮겨오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내 걱정을 불식시켜준 카카오웹툰에 새삼 고마웠다.

하지만 안심한 채 몇달이 지난 얼마 전, 결국 사라진 웹툰들을 발견했다. 지난해 부천국제만화축제와 함께 ‘독립만화 특별전’으로 공개됐던 16편의 작품이다. 예술로서 만화를 탐구하고 토론하는 수업에서 활용하던 작품이라 이번 학기에도 학생들에게 읽히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16편 모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특별전’인 만큼 한정된 기간 동안 서비스하기로 했다면 플랫폼 개편 탓만 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실제로 사라진 작품이 있단 걸 확인하니 이 16편 외에 카카오웹툰 밖에도 더 있을 웹툰의 사라짐에 대한 염려와 두려움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독립만화 특별전’의 작품들은 <여름은 자란다>(임나운)나 <다세대사람들>(공기) 등으로 대부분이 단행본으로 출간돼 있다. 천만다행이다. 레진코믹스 <미지의 세계>(이자혜)는 작가의 과거사가 일방적으로 폭로된 후 순식간에 플랫폼에서 사라졌다. 이후 무죄로 결론 난 후 단행본이 재출간됐으니 불행 중 다행일까. 정말로 완전히 사라진 작품도 있다. 특히 ‘사건·사고’로 사라진 작품들은 어디서도 볼 수 없다. 네이버웹툰 연재작이던 <대가리>와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는 표절로 서비스가 중단된 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작품이 됐다.

어떤 식으로든 사라져 버리는 웹툰들을 생각한다. 과거를 대상으로 해 연구하는 나 같은 이들에게 사라진 것은 유독 크게 보인다. 이를테면 웹툰의 표절 양상 연구는 주요 자료가 사라진 셈이다. 100년 전 신문도 읽을 수 있는데 불과 몇년 전 웹툰은 읽을 수 없는 디지털 시대다. 2020년 만화영상진흥원에서 웹툰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아직 웹툰은 의무 납본제가 없어 사라짐을 모두 막을 수 있을지, 이미 사라진 것을 복원할 수는 있을지 의문부호가 남는다. 제도적 보완과 제대로 된 아카이빙이 염려를 사라지게 하지 않는 한, 사라짐에 대한 염려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조익상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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