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한국복싱진흥원 이사장·김정주 국가대표 남자복싱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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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많은 사람이 복싱에 울고 웃던 시절이 있었다. 홍수환, 박찬희, 장정구, 유명우 등 세계챔피언들은 어렵던 시절, 국민을 TV 앞에 모여들도록 했다. 복싱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메달밭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영웅은 사라졌고 관객도 떠나갔다. 복싱은 이제 엘리트 스포츠에서 생활체육으로 바뀌고 있다. 복싱은 주짓수, UFC 등 다른 격투기나 무도스포츠와도 겨뤄야 한다. 김주영 한국복싱진흥원 이사장과 2004·2008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김정주 국가대표 남자복싱 코치를 만났다. 인터뷰는 국내 유일의 복싱전용운동장인 경북 영주시 대한복싱훈련장에서 이뤄졌다.

김주영 한국복싱진흥원 이사장이 복싱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김주영 한국복싱진흥원 이사장이 복싱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선수단이 모여 운동하기도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복싱부는 현재 집합을 한 상태인가.

김정주 “오늘 집합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상황이다. 검사를 받고 하루 격리했다가 음성반응이 나오면 훈련에 돌입한다. 딱 3주가 넘어가면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한달을 다 채우기는 힘들 것 같고 3주 정도 훈련하고 보름 정도 휴식하는 방식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김주영 이사장님은 용인대 교수이기도 하다. 제자 함상명 선수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않았나.

김주영 “함 선수가 중학교 때부터 상당히 복싱에 재능이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진학이라든지 실업팀 진출을 앞두고 스카우트 경쟁이 붙었다. 중학교 코치님이 함 선수의 이모부다. 그분도 과거에 복싱 국가대표를 하고 시드니올림픽 국가대표까지 했다. 게다가 용인대 출신이라 적극적으로 추천해주셨다. 그 이후에 특별히 내가 지도를 한 건 아니고 관리만 했는데 함 선수가 잘해 대한민국을 빛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국복싱진흥원은 어떤 곳인가.

김주영 “복싱선수 출신으로 어떻게 하면 복싱이 활성화될까 고민을 했다. 그때 트렌드가 생활체육 활성화였다. 생활체육으로 복싱 저변을 확대하고 유능한 친구들을 선발하면 복싱이 활성화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한국복싱진흥원을 하게 됐다. 생활체육 활성화를 시도했는데 고맙게도 많이 호응해주시는 것 같다.”

-김정주 코치님은 평생 국가대표로 살아왔는데 예전과 지금 선수들은 많이 다른가.

김정주 “내가 운동을 처음 할 때는 1년 동안 기본기만 했다. 모든 스포츠는 기초가 탄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정주야, 그렇게 하면 다 도망간다. 복싱부 없어진다’ 그러더라. 요즘에는 뭐든지 빠르게 습득하는 걸 좋아한다. 빨리 더 좋은 정보를 선수들에게 공유해 동기부여를 시켜줘야 한다.”

-현재 한국 복싱은 아시아권에서 선두주자는 아닌 것 같은데.

김정주 “딱 한가지 문제점이 기본기다. 지금 대표팀에서도 기본기를 먼저 시작하고 모든 운동을 소화한다. 나도 운동할 때는 기본기를 왜 해야 하나 생각했다. 그런데 지도자가 돼보니 기본기가 제일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김 코치님은 올림픽이라는 숙제가 있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어떤가.

김정주 “5월에 아시아선수권이 있다. 코로나19가 심각한데도 ‘나가고 싶은 사람?’ 했더니 다 손을 들었다. 올림픽 출전에 대한 꿈이 있고, 나도 그 꿈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6월에는 최종 발표가 난다고 하는데 그전까지는 전진해야 한다.”

김주영 한국복싱진흥원 이사장이 필리핀 복싱영웅 파퀴아오 상원의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본인 제공

김주영 한국복싱진흥원 이사장이 필리핀 복싱영웅 파퀴아오 상원의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본인 제공

-엘리트 선수들은 대학 졸업 후에 어떤 활동을 하나.

김정주 “80% 정도는 실업팀에 바로 가는 것 같다. 20% 정도는 상무를 가든, 군대에 가든, 그만두든 한다. 실업팀에 간 선수들의 연봉 같은 경우는 나 때와 비교해 크게 올랐다.”

-최고 수준의 선수가 됐을 때 연봉은 얼마나 받나.

김주영 “탑을 찍는 친구들이 몇명 있는데 그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2년 연봉, 많게는 3년 연봉을 모으면 서울까지는 안 돼도 용인에 있는 아파트는 충분히 살 수 있다.”

-연금제도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국위선양한 선수들이 사회로 나왔을 때 어떤 도움이 있어야 하지 않나.

김주영 “대한민국을 대표한 선수들, 세계를 빛냈던 스타들은 사후에 국립현충원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연금은 현시점에 맞춰 올라가야 한다. 다만 재사회화는 돈을 준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무도경찰, 환경미화원, 소방관, 공무원, 체육교사 등 지금은 가산점이 별로 없다. 무도 경찰채용도 몇몇 종목에 국한돼 있었다. 국가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일정 부분 점수제로 포인트를 부여해준다든지 제한경쟁을 통해 몇명씩 뽑아주면 이 친구들이 더 봉사를 할 수 있고, 국가를 위해 헌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코치님은 10년 가까이 세계를 제패했는데 신체적 한계는 어떻게 극복했나.

김정주 “중학교 때는 42㎏급을 뛰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는 54㎏급을 뛰었다. 고등학교 때 감독님이 라이트헤비급으로 올려보라 했다. 라이트헤비급은 67㎏을 넘겨야 한다. 살을 찌워야 하니 밤마다 많이 먹었다. 아래 체급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스피드와 순발력에서 강점이 있었다. 이걸로 승부를 보려고 머리를 썼다. 원래라면 인파이팅을 해야 하지만 나는 안 들어갔다. 상대선수가 들어오는 걸 훅으로 감아뺐다. 그런데 국제시합에 나가면 이 기술이 안 통한다. 피지컬에서 완전 밀리니깐 죽어라고 웨이트했다.”

김정주 국가대표 남자복싱 코치가 한국 복싱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김정주 국가대표 남자복싱 코치가 한국 복싱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나.

김정주 “한 번 도망간 적은 있다. 한달 정도 다른 분야 일을 해봤다. 그런데 한달 하니깐 다시 운동이 하고 싶어졌다. 한번 슬럼프가 오니 이겨내기가 힘들었다. 주먹이 보이면 피해야 하는데 눈만 감았다. 주먹이 무서운 것도 아닌데. ‘아, 이게 슬럼프구나’ 생각했다. 심리치료를 받고 극복했다.”

-평소 롤모델로 삼았던 선수가 있나.

김정주 “박시헌 감독님이 롤모델이다. 내 주특기가 레프트 훅인데 박시헌 감독님이 레프트 훅을 잘 쳤다. 박시헌 감독님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낸 것이다.”

-박시헌 감독님에게 배운 기술을 지금 후배 선수들에게 전수하나.

김정주 “전수를 많이 한다. 선수들도 팔로 치는 게 아니라 어깨로 치는 걸 이제 다 터득했다.”

-요즘 UFC에 진출해 돈방석에 앉는 경우가 많다. 그런 유혹이나 콜이 없었나.

김정주 “로드FC 정문홍 대표도 친분이 있다. 가고 싶은 생각도 솔직히 있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욕하는 것도 싫고.”

-김주영 이사장님은 용인대 무도스포츠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용인대 제자 중 주목해야 할 선수는.

김주영 “용인대 복싱부는 성공에 초점이 아니라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등을 하든 1등을 하든 꿈을 향한 성장을 지향한다. 현재 우리 남자 국가대표팀을 보면 대학선수가 한명도 없다. 대학교에서 최선을 다해 1등을 하고 국가대표가 되면 좋지만 못하더라도 실업팀에서 성장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약 30명의 선수가 있는데 누구 하나 꼽기는 좀 그럴 것 같고 전체적으로 모두가 복싱 유망주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지도자로서 현시대에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김주영 “전문지식은 지도자라면 누구나 갖춰야 하고, 이외에 선수들과 소통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면 내가 100개를 가지고 있어도 선수에게 30개밖에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SNS도 많이 한다. 선수들 감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카톡 프로필에 들어간다든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들어가 이 친구들의 감정을 파악하고 있다.”

-선수들이 시합을 나갔을 때 목이 터져라 사인을 주는데 경기할 때 도움이 되나.

김정주 “도움이 많이 된다. 솔직히 시합을 관중석에서 보면 잘 안 보인다. 세컨드 자리에서 보면 다 보이는데 어떤 선수와 경기를 할 때 잘 맞는 게 있으면 그 기술을 쓰게 한다.”

-파퀴아오와도 친분이 있지 않나.

김주영 “파퀴아오 선수는 필리핀의 영웅으로 세계적인 선수다. 이 친구가 활동했던 시합 영상도 보고 했는데 한국에서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 이후 필리핀에서 초청해 상원의원실에도 가보고 파퀴아오의 본가에도 갔다. 그 이후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만난다. 지금도 종종 SNS로 소통하고 있다.”

-복싱은 너무 힘들고 위험한 운동이라 생각해 배우기를 주저하는 분들이 많은데.

김정주 “복싱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안 되는 기술을 하나씩 마스터해 가면서 공격을 할 수 있게 됐을 때 복싱에 대한 재미를 느낀다.”

-한국 복싱 꿈나무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김주영 “너무 성공이라는 단어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공에 얽매이다 보면 자괴감이나 부정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흘리는 땀방울이 모여 결국에는 큰 바다가 된다.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하면 나중에는 어떠한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글·진행 김재현 한국문화스포츠마케팅진흥원 이사장 사진·동영상 청년서포터스 ‘젊은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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