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리그 우승 도전하는 신영철 우리카드 배구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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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능력 뛰어난 선수가 베스트 세터”

신영철 서울 우리카드 우리WON 프로배구단 감독은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불렸다. 한국이 월드리그 6강에 들었던 1995년을 비롯해 그는 수차례 월드리그 세터상을 수상했다. 지도자로 변신해서는 수차례 약팀을 우승권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올해 우리카드를 6년 만에 컵대회 우승으로 이끌었다. 2021~2022 V리그에서 우리카드는 대회 초반 부진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신 감독을 만나 배구 인생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V리그 개막전 이뤄졌다.

[김재현의 생각있는 스타톡](15)리그 우승 도전하는 신영철 우리카드 배구감독

-스포츠 종목 중 하필 배구를 한 계기가 있다면.

“초등학교 때, 키가 꽤 큰 편이었다. 경북 울진인데 동네가 워낙 시골이라 체육관이 따로 없었다. 그때 당시 고무신을 신고 운동장에서 6인제 배구를 하곤 했다. 실내에서 연습한 선수들이 제아무리 잘해도 밖에서 시합하면 바람을 이긴 우리보다는 못한다고 봐야 한다(웃음).”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불리면서 맹활약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1991년 일본 지바현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두고 독일 단일팀과 경기했을 때다. 파이널 세트 14 대 10, 상대가 1점만 더 내면 끝나는 상황이었다. 서브 넣을 준비를 하는데 ‘여기서 실수를 하면 경기가 바로 끝나버린다’ 생각하니 정말 긴장이 됐다. 다행히 경기가 잘 풀려 3 대 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배구를 시작한 뒤 가장 충격을 받은 경기가 있다면.

“경기대 2학년 재학 당시, 한양대와 경기를 하는데 15 대 0으로 졌다. 배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당한 스코어였다. 당시 감독님께 무지 혼났다. 다행히 그다음 해 봄에는 한양대를 이겼다.”

-배구대제전(대통령배 배구대회)과 슈퍼리그에서는 성적이 어땠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제1회 배구대제전에서 세터상을 수상했다. 당시 배구 인기가 상당했다. 잠실체육관에 관중이 꽉 차 철문이 무너질 정도였다. 어마어마했다(웃음).”

-토스와 볼 배급만 잘한다고 명세터는 아닐 것 같다. 세터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이 있다면.

“세터가 되려면 신체적인 조건과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인지능력인 것 같다. 배구는 팀 경기이기 때문에 상대를 분석하고 예상해 상대팀 감독의 판단을 역이용하는 것이 세터의 역할이다.”

-코트 밖에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있지만, 코트 안에서는 세터가 경기를 진두지휘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나.

“그렇다. 전에 ‘세터들은 야전사령관이다’라고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다. 공격수의 타이밍과 리듬에 맞춰야 하고, 상대의 블로킹, 수비형태를 무너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인지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베스트 세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역 시절 볼 배급, 블로킹 따돌리기 등 굉장한 기술을 선보이며 손끝에서 마술을 부렸는데, 얼마나 많이 연습해야 하는가.

“배구를 배울 때는 1000개씩 벽에 토스를 했다. 300~400개쯤 되면 팔이 저렸다. 그걸 두세 번 참고 넘기다 보면 자동화 시스템처럼 토스를 하게 된다. 눈감고도 가능했다. 어릴 적부터 습관적으로 그렇게 연습을 하다 보니 손끝에 감각이 생기는 것 같다.”

-호흡이 잘 맞았던 공격수가 있다면 누구인가.

“호흡이 가장 좋았던 건 노진수 선수인 것 같다. 초·중·고 때 같이 활동하고 또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만나 우승도 했다. 1991년 월드컵대회 때 마지막 점수를 노진수 선수가 득점했다. 경기 중 내가 ‘진수 네가 때려라’라고 했지만, 노진수 선수가 ‘나는 서브 캐치를 하겠다. 다른 선수에게 공을 올리라’고 했다. 마지막에 내가 노진수 선수를 믿고 공을 올린 것이 득점으로 연결되면서 스포트라이트가 노진수 선수에게 갔다(웃음).”

-세터는 공격수를 서포트하며 팀을 이끄는 역할 같다.

“우리 때는 세터가 그늘에 가려져 활약이 크게 돋보이진 않았지만, 프로화되면서 세터의 비중과 함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팀에서는 없어선 안 될 포지션이 됐다.”

[김재현의 생각있는 스타톡](15)리그 우승 도전하는 신영철 우리카드 배구감독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현역 배구감독 중 보기 드문 케이스다.

“선수를 심리적 접근을 통해 지도하려고 노력한다. 트레이닝 방법론을 연구해 논문을 쓰고 스포츠심리학 세미나에 참여하는 등 공부를 꾸준히 하려고 한다. 학교 다닐 때부터 <인생론>, <탈무드>와 같은 책들에 관심이 있었다. 더 커서는 인문사회학을 다루는 TV 프로그램을 즐겨봤다.”

-선수로 활동한 한국전력, 삼성화재 두 구단에서 각각 감독과 코치로 부임해 선수와 감독 모두 경험했다. 선수일 때와 감독일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지도자보다는 선수 때 마음이 더 편했던 것 같다. 지도자는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나 싶다. 내가 하고 싶어도 못 하니까. 예를 들면 선수의 플레이를 보며 ‘저렇게 하면 분명 미스가 날 것인데’ 생각했지만 이미 끝난 후였다.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그 선수가 왜 그랬을까? 원인이 뭘까?’ 하며 이해를 해야 한다. 이 부분은 감독과 선수가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나는 묻고 답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감대를 형성해야 진정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선수의 눈높이에 맞춰 단계별로 이해시켜야 선수 스스로 생각하고 바뀔 수 있다.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어야 인생이 바뀐다’고 선수들에게도 강조한다.

-현재 활약하고 있는 프로배구 선수 중 ‘명세터가 될 것 같다’는 선수가 있는지.

“잠재능력이 있는 선수로는 KB손해보험 스타즈 배구단의 황택의 선수, 그리고 군복무 중인 OK금융그룹 읏맨 프로배구단의 이민규 선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의 김명관 선수 또한 앞으로 한국 대표팀 세터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들 잘 하리라 믿는다(웃음).”

-지난 도쿄올림픽 때 여자배구 대표팀이 활약하면서 한국 프로배구가 붐업을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의 배구를 전망한다면.

“남자배구의 경우,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크다 보니 국내 스타 플레이어가 안 나오는 게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다. 지금 단계에선 허수봉, 임동혁, 나경복 선수 등이 충분히 한국배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허수봉, 임동혁 선수는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지 못하니 상당히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여자배구의 경우 김연경 선수가 나름대로 주축이 돼 다른 선수들과 함께 프로여자배구의 인기를 많이 끌어올렸다. 국위선양도 하고 있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배구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여자프로배구팀은 현 베테랑 선수들이 은퇴하기 시작하니까 협회나 구단 차원에서 ‘어떻게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답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인 것 같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인터뷰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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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서는 초·중·고와 대학에 이르기까지 배구팀들이 활성화해야 하는데, 팀이 많지 않은 것 같다.

“현 상황을 보면 선진국처럼 스포츠 클럽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특히 배구는 접근성이 높지 않다 보니 저변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다. 스포츠 클럽 활성화와 더불어 선수 육성 그리고 지도자 육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고등학교 배구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재로 ‘신영철 세터상’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대한항공 감독을 할 당시 계획을 했다가 우리카드로 넘어오며 ‘내가 배구로 이만큼 커왔고,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왔는데 베풀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대통령배 대회의 고등학교 남자배구 부문만 시상했다. 여자배구 부문은 또 다른 선수가 계획하고 있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한국중고배구연맹’에서 여자배구 부문도 해줄 수 있겠냐 제안을 해줘 현재 두 부문에 시상을 하고 있다.”

-의정부에서 열린 ‘2021 도드람컵’에서 우리WON 배구단이 우승컵을 쥐었다. 팀 내의 사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사실 KOVO컵 우승은 생각지도 못했다. 우리 팀의 외국인 선수 알렉스가 당시 포르투갈의 대표선수로 나가 있어 경기를 함께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패만 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했다. 주전센터인 하현용 선수가 부상으로 경기에서 빠지면서 나경복 선수가 레프트에서 라이트로 가는 등 팀 구성에도 변화가 많았다. 더군다나 이 선수들이 부상을 입게 될 경우 대체 할 백업선수가 없어 세터가 센터브로킹으로, 레프트로 가야 할 상황이었다. 경기 일정 또한 빠듯하다. 준결승전 때는 24시간도 못 쉬고 경기를 나갔다. 그래서 선수들에게도 ‘겨울 리그 결승전이라 생각하면서 예행연습을 하자’라며 의기투합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팀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선수 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트레이드를 진행할 때 중점적으로 보는 포인트가 있나.

“중점적으로 보는 포인트는 선수의 발전 가능성이다. 내 나름대로 노하우를 가지고 ‘우리 팀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겠다’라는 판단이 되는 선수를 데려온다.”

-2021년 시즌에 우리카드 창단 이래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올해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

“통합우승과 챔피언전 우승이 감독, 선수들, 구단 모두가 바라는 것이자 목표다. 나아가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지난 시즌보다 향상되면서 팬들에게 더 재미있는 배구를 보여줘 ‘우리카드 배구단은 많이 성장하고, 재미있는 배구를 추구하는구나’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감독으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글·진행 김재현 한국문화스포츠마케팅진흥원 이사장 사진·동영상 청년서포터스 ‘젊은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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