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치료를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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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이 아니라 원인을 치료하라

살면서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흔히 기침, 콧물에 몸살 기운이 있으면 감기려니 생각하고 해열진통제인 아스피린, 타이레놀을 사서 며칠간 복용하다 보면 일주일 이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호전된다. 감기는 200여종의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한 상부 호흡기계의 감염 때문에 재채기, 코막힘, 콧물, 인후통, 기침, 미열, 근육통 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지만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낫는다. 병원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단순 감기에도 국민이 의료기관에서 많은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왔다. 심지어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의사들이 처방한 감기약 처방전을 본 외국 의사들이 처방된 많은 약에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코로나19 이후로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줄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마스크 착용, 손씻기가 생활화되고 사람 간 접촉마저 줄자, 감기를 포함한 호흡기질환의 유행도 줄었다. 아니 환자가 없다. 행여 병원에서 질병이 옮을까 싶어 웬만큼 아파도 참고 안 가다 보니 속칭 감기의 공공연한 비밀을 알게 된 것이다. 감기약을 먹으면 1주일 만에 낫고, 소위 말하는 쓰리고(잘 자고 잘 먹고 잘 쉬고)를 하다 보면, 7일 이내에 낫는다라는 우스갯소리를 몸으로 경험하게 된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 질병으로부터 낫게 할까?

전 세계 인류를 혼돈에 빠뜨린 코로나19는 아직 약이 없다. 그렇다고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 모두가 사망하지는 않는다. 노령, 기저질환(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 동반 질환, 암, 천식 등 만성 폐질환)이 있을 경우 사망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한 소아, 청장년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심각한 합병증 발생 또는 사망위험이 높지 않다. 비록 약도 없는 코로나19지만 정상적인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감기든 코로나19든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면역력이 떨어진 노약자들 상황은 다를 수 있다. 과학기술이 선택한 해법은 갈 길이 먼 치료제 대신 백신 접종을 통해 미리 바이러스항체가 몸속에서 생성돼 바이러스가 침입할 때 싸울 수 있도록 면역력을 획득하자는 것이다. 비타민 C·D 같은 영양요법을 통해 코로나19 예방 및 합병증 억지 효과를 입증하고자 하는 다양한 논문들이 나오는 이유도 면역력 상승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발상이다.

면역력을 높이면 특별한 치료제가 아니더라도 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는 말인데,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어떤 치료를 하고 있을까?

성인 아토피나 동전 모양 습진 같은 다양한 만성 피부질환 환자들이 처방받는 대부분의 약은 가려움을 덜어주는 항히스타민제나 염증을 줄여주는 스테로이드제다. 약을 사용하는 기간에는 증상이 줄어든다. 환자들은 증상이 언젠가는 없어진다고 생각하고 수개월에서 심지어는 수년 동안 스테로이드를 바른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을 때 증세를 줄이는 약을 처방하는 것, ‘대증요법’이다. 그러나 약을 중단하면 다시 증세는 심해진다. 장기간 사용 시 부작용으로 혈관 확장, 안면홍조, 민감 피부 등 합병증도 생길 수 있고, 스테로이드제에 반응이 없으면 면역억제제(타인의 장기를 이식받는 등 특수한 경우에 복용하는 약)를 처방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역으로 감염질환 등에 상대적으로 약하다. 다시 말하면 감염에 대한 방어력, 즉 면역력이 저하될 수 있다.

고혈압, 당뇨도 다르지 않다

생명을 위협하는 최대의 난적, 암치료도 같은 선상에 있다. 조기에 발견해 수술한 뒤 대학병원에서는 어떤 치료를 할까? 6개월마다 CT와 혈액검사를 하고 재발 여부를 확인한다. 그리고 진료실에서 검사결과에 대해 간단한 설명 듣는다. 다시 6개월 뒤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것도 5년 동안. 진료실에서는 재발 여부만 확인만 할 뿐 재발 예방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 오로지 환자와 보호자의 몫이다.

최근 암환우 한분이 내원했다. 직장암 3기로 수술 후 재발을 예방하고 항문 통증 때문에 복용하는 마약성 진통제도 끊고 싶어 내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암치료 전에 고혈압, 당뇨도 있었는데 약을 먹어도 잘 조절되지 않았다. 그런데 암치료 중 배에다 인공항문을 만든 후, 설사, 변비 등 장증상 때문에 식사도 잘 못해 100㎏ 이상 나가던 체중이 30~40㎏ 이상 줄었다. 그 바람에 고혈압, 당뇨는 싹 없어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강제로 당한 식이조절 덕에 만성질환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새로운 약물과 수술법의 발전 덕에 현대의학은 급성기 질환치료에 눈부신 성과를 보였으나 만성질환이나 암치료도 같은 방법으로 치료하려고 하는 통에 근본적인 원인은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암,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 성인아토피, 만성습진 같은 난치성 만성 피부질환의 치료 사례를 돌아보면, 현대의학이라는 미명하에 증상만 조절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체는 스스로 질병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면역력을 좋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백혈구 같은 면역세포 중 70%는 소화기계에 존재하는데, 음식물과 같이 들어오는 미생물과 만나 가벼운 전투를 치르며 면역력을 키우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장에 있는 미생물과 공생하면서 우리 면역세포들은 도움을 받고 있다.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첫째, 염증을 부르는 밀가루음식을 포함한 정제 탄수화물, 튀김류를 피하고, 둘째, 미생물균형을 돕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복합탄수화물, 점막재생을 돕는 버섯류, 다당체, 미네랄이 풍부한 해조류를 자주 먹고, 셋째, 항산화 물질과 비타민, 미네랄, 파이토케미컬이 많은 다양한 색깔의 채소 섭취를 통해 소화기 면역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류호성 원장

류호성 원장

먹거리에 따라 위·장 소화기 면역상태가 결정된다. 뿐만 아니라 숙면은 면역을 올리고 염증을 줄여주는 부신호르몬균형을 잡을 수 있다. 좋은 자세로 일하는 습관은 척추스트레스를 감소시켜 통증 조절은 물론, 교감신경 자극을 줄여 자율신경계 균형을 유지한다.

교과서가 말하는 모든 질병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은 아주 사소한 데서 출발한다. 질병으로부터 우리 건강을 지키는 것은 증상을 조절하는 한움큼의 약이 아니라 스스로 몸을 치유하는 면역력이다. 그 면역력을 결정하는 면역세포의 활력은 위와 장건강에서 시작한다.

<류호성 연세이너힐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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